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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종목추천 귀재’는 협잡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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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7-11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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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시대 최고 애널리스트’, ‘인터넷시대 워런 버펫’을 꿈꿔왔던 크리스 하먼(35)의 운명이 나스닥지수의 하락과 함께 몰락하고 있다. 1994년 인터넷 종목분석을 시작한 하먼은 스스로 ‘선도적인 독립 인터넷 애널리스트’임을 자처했다. 실제로 그의 추천 종목은 1999∼2000년 4월 사이에 놀라운 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심지어 “인터넷주는 그가 거느린 ‘창녀’”라는 말이 월스트리트의 인터넷 투자동호회와 증권정보사이트 등을 통해 우스갯소리로 회자될 정도였다. 인터넷주들이 그가 ‘올라!’ 하면 오르고, ‘내려!’ 하면 내렸기 때문이다. 하먼에게서 낙점을 받은 주식들은 데이트레이더들 사이에서 신탁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지난해 4월17일 ‘검은 월요일’ 폭락으로 시작된 나스닥시장의 붕괴와 함께 하먼의 처지도 돌변했다. 하먼의 추락은 단지 닷컴주들의 몰락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의 불법과 탈법행위가 몰락을 재촉했다. 실리콘밸리의 특정 기업들을 의도적으로 부각시켜주는 대가로 해당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을 자신이 모집하는 5천만달러 규모 벤처펀드로 끌어들였다. 또 그의 추천주 가운데는 사업파트너였던 휴머 윈블래드 벤처파트너스의 출자사인 넷 퍼셉션스가 포함돼 있는데, <비즈니스위크>는 하먼이 휴머 윈블래드의 공동설립자 가운데 한명인 앤 윈블래드에게 편지를 보내 넷 퍼셉션스를 추천종목에 포함시키는 대신 3천만달러의 자금을 마련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폭로했다. 휴머 윈블래드의 또다른 공동설립자인 존 휴머에게는 온라인 증권사인 찰스 스왑의 최고경영자인 데이비드 포트럭을 설득해 자신의 벤처펀드를 이 증권사의 뮤추얼펀드 거래리스트에 포함시켜 줄 것을 요구했다. 결국 찰스 스왑은 하먼의 벤처펀드를 받아들였지만, 이 펀드는 형편없는 실적 때문에 지난 3월 청산됐다.

그리고 하먼의 추천주 리스트인 ‘2000년의 톱10’에 포함됐다는 사실만으로 넷 퍼셉션스는 지난해 1월 주당 60.37달러까지 급등했으나 현재 1.80달러로 폭락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하먼은 야후의 제리 양을 포함해 실리콘밸리의 내로라 하는 엘리트들과의 친분관계를 자랑했던 터라 아무도 그의 경력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공인투자상담사 지원서에 기재된 대학 졸업경력은 날조된 것으로 드러났다. 하먼은 과거 금융투기 역사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협잡꾼 가운데 한명에 불과했던 셈이다.


강남규 기자/ 한겨레신문 국제부 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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