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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교사가 배우는 ‘통일교육 길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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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7-11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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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다고지>를 쓴 파울로 프레이리는 “학생뿐만 아니라 가르치는 교사 스스로도 교육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 앞에 선 교사도 현실 속에서 끊임없이 교육받고 자신을 변화시켜야 훌륭한 교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통일을 생각하는 교사모임 소속 교사들이 ‘화해·평화·통일교육 길잡이 <이 겨레 살리는 통일>’을 최근 펴냈다. 학생들이 보는 책이 아니라, 프레이리의 말처럼, 교사 자신들을 교육시키기 위한 통일교육 교과서다.

통일교사모임의 서울 광양고 김민곤 교사(49·프랑스어 담당)는 “통일교육이란 과목이 따로 없는 탓에 적합한 교재가 없어서 애태운 교사들이 많았다”며 “지난 50여년 동안 반공교육 또는 통일교육의 이름으로 학생들에게 같은 민족에 대한 영문 모를 적대감을 주입해온 통일교육을 바로잡기 위해 책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이 겨레 살리는 통일>은 그동안 전국의 여러 교사들이 통일교육을 실천한 사례들을 뽑아 교사를 위한 강좌, 화해와 평화통일의 소중함, 차이와 차별을 주제로 한 통일교육, 북한 이해 교육 등으로 꾸몄다. 특히 차이와 차별을 주제로 한 통일교육에는 해외동포, 장애인, 해외노동자 등 ‘우리 안의 차별의식’이 등장한다. 통일의 걸림돌로 생활 속의 차별을 이야기하고 있는 대목이다. 그는 “교실 안에서 일방적으로 통일과 화해를 강의하는 방식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며 “학생들이 차별과 차이를 배우고 이해하면서 삶의 태도를 바꾸면 통일 이후에 생겨날 차별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일교사모임이 이번에 책을 낸 바탕에는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크게 달라진’ 남북관계 상황도 깔려 있다. 북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크게 달라졌는데도 정부의 통일교육 지침은 여전히 국가보안법 등 제도에 얽매인 채 북한이 먼저 변해야 한다는 남쪽 중심의 통일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다소 혼란스런 지금일수록 교사들에 대한 올바른 통일교육이 필요한 때”라고 덧붙였다.


이 책은 글을 닫으며 ‘적대와 냉전을 넘어 공존의 통일로 나아가자’고 한다. ‘공존’은 프랑스어 교사인 그가 통일교육이라는 다소 엉뚱한(?) 쪽에 남다른 관심을 쏟아온 배경이기도 하다. “프랑스는 과거에 종교전쟁의 본산지였고 이념적으로 좌우가 대립하면서 동족간의 살육도 자행되는 등 ‘피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교훈삼아 지금은 왼쪽에서 오른쪽까지 무지개처럼 복잡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습니다. 공존의 사회인 셈이죠. 남북 통일도 그래야 합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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