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사이트 폐쇄, 내용등급제 부활… 인터넷 공안정국의 시작인가
2001년 7월1일은 사이버스페이스의 우울한 일요일(Gloomy Sunday)로 기록될 것인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통신질서확립법)이 이날 발효되면서 인터넷에는 암울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6월7일 충남 서천 비인중학교 김인규 교사 홈페이지 일부 삭제, 6월8일 자퇴생 사이트 아이노스쿨 폐쇄, 유명 포털사이트 내 동성애자 카페 폐쇄…. 잇따른 ‘폐쇄’ 사태가 그 암흑의 징후들이다.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네티즌들은 잇따른 사이트 폐쇄를 “인터넷 내용등급제 도입을 위한 전주곡”이라며 최근의 상황을 “인터넷 공안정국”이라고 부른다. 연초 시민단체와 네티즌들의 반발로 좌초한 ‘인터넷 내용등급제’를 이 법의 시행령을 통해 되살린 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이하 윤리위)가 자신의 ‘존재 증명’을 위해 인터넷의 자유를 제한하는 조처를 ‘의도적으로’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의혹에 대해 윤리위는 “결코 의도적인 폐쇄가 아니다”라고 맞선다.
통신질서확립법의 시행을 한달 앞둔 6월, 먼저 한 시골 교사의 사이트가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부부의 누드사진을 올려 삭제조치를 당한 김인규 교사 홈페이지(home.megapass.co.kr/∼kig8142) 파문이 바로 그것이다. 이미 널리 알려진 김 교사의 사이트 파문에 묻히기는 했지만, 자퇴생 사이트 아이노스쿨(www.inoschool.net)과 몇몇 포털사이트 내 동성애자 카페의 폐쇄는 ‘청소년 보호’를 명목으로 한 심의가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고, 사회적 소수자를 희생양으로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자퇴생 사이트 폐쇄 논란
지난 3월 문을 연 아이노스쿨은 하루 방문객 300여명, 회원 200여명을 가진 자퇴생 사이트였다. 비슷한 종류의 사이트들 중 가장 늦게 시작했지만 가장 큰 규모를 자랑했다. 하지만 6월8일 오후 7시, 아이노스쿨 운영자 김아무개(18)씨는 갑작스러운 사이트 폐쇄 통보를 받았다. 아이노스쿨에 서버를 제공한 회사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서 폐쇄권고가 내려져 어쩔 수 없다”며 사이트 폐쇄를 통보한 것이다. 폐쇄 이유는 이 사이트가 “학교를 지나치게 비판하고 자퇴를 조장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운영자 김씨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우리는 설립취지에서 분명히 ‘우리는 우리의 의사로 학교를 나왔지만, 우리보다 어린 사람들이 학교를 좋아하도록 만드는 일을 하기 위해서 사이트를 만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아이노스쿨은 학교생활에 대한 상담을 주고받고, 학교교육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는 토론의 장이 돼왔고요.” 실제 이 사이트는 폐쇄될 때까지, 2번에 걸쳐 교사와 학부모가 참여하는 사이버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진보네트워크센터, 문화개혁시민연대 등 33개 사회운동단체가 결성한 ‘정보통신 검열반대 공동행동’도 “아이노스쿨의 강제 폐쇄조처는 표현의 자유뿐 아니라 인터넷의 가장 기본적 특징인 정보공유와 토론의 장으로서 기능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라며 윤리위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반면 윤리위 관계자는 “아이노스쿨에 올라온 글 중에는 ‘자퇴하려면 일단 가출부터 하라’는 내용까지 있었다”며 폐쇄이유를 거듭 확인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불건전 정보를 막기 위해 게시판에 욕설 등이 올라오면 즉시 삭제해왔다”며 “설사 자퇴를 권하는 글이 한두개 올라왔더라도 단 한번의 경고도 없이 폐쇄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울분을 삭이지 못한다. 자퇴생을 문제아로 보는 윤리위의 편견이 폐쇄조치로 이어졌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윤리위 시정권고는 명령과 다름없어
아이노스쿨과 김 교사 홈페이지 폐쇄의 법적 근거는 전기통신사업법 53조의 불온통신 단속 조항과 청소년보호법상의 청소년유해매체물 규정 권한이다. 전기통신사업법 53조는 범죄행위나 반국가적 행위의 수행을 목적으로 하는 전기통신뿐 아니라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해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을 ‘불온통신’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 교사 홈페이지는 처음에 불온통신으로 분류돼 폐쇄당했다가, 김 교사의 이의신청이 이어지자 청소년유해매체물 지정으로 규제내용이 바뀌었다. 진보네트워크센터 장여경 실장은 “불온통신 조항은 그 개념부터 자의적이고 모호하다”며 “윤리위가 전근대적인 법 체계를 이용해 과도한 검열을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윤리위의 설립근거가 되기도 하는 이 조항은 표현의 자유를 해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위헌소송이 진행중이다.
윤리위가 실질적인 검열기관이라는 비판에 대해 윤리위는 “우리는 시정권고를 할 수 있을 뿐 법적 명령을 내릴 권한은 없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윤리위의 시정권고를 받은 전기통신사업자가 즉각 해당 사이트를 폐쇄조처한 아이노스쿨과 김 교사 사례에서 보듯이, 윤리위의 시정‘권고’는 현실적으로 법적 명령만큼 강한 구속력을 갖는다. 만약 시정요구를 받은 전기통신사업자가 요구에 불응하는 경우, 윤리위는 정보통신부 장관에게 불온통신의 취급거부, 정지 또는 제한을 명하도록 ‘건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리위의 권고를 받은 정보통신부 장관은 같은 법 53조 3항에 따라, 전기통신사업자에게 불온통신의 취급 거부, 정지, 제한하도록 명할 수 있다. 그래도 전기통신사업자가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2년 이하의 징역,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결국 윤리위의 권고가 인터넷 포털사이트업체 등 전기통신사업자들에게 명령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더구나 최근과 같은 윤리위의 단속 강화 움직임은 사업자들을 위축시켜 자발적인 검열을 강화하도록 만든다. 각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휩쓸고 있는 성적 소수자 사이트 단속 바람은 그 위축적 효과의 한 단면이다.
한국 여성 성적 소수자모임 ‘끼리끼리’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포털사이트에 자리잡은 동성애자 카페가 잇따라 폐쇄되고 있다. 음란성을 이유로 폐쇄당한 동성애자 카페 ‘81CLUB’과 ‘보헤미안73’이 대표적인 경우다.
81클럽은 81년생 동성애자들의 또래 모임이었다. 한달에 한번 오프모임을 가지며 친목을 다져오던 이 카페는 지난 5월 단 한통의 폐쇄통보 메일과 함께 강제 폐쇄됐다. 어떠한 사전경고도 없는 즉각적인 폐쇄조처였다. 81클럽 운영자는 “우리 모임은 81년생의 그저 순수한 친목모임이었을 뿐”이라며 “음란성 내용은 없었다”고 항변한다. 다만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남성동성애자의 키스신 정도가 음란함의 전부였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보헤미안73’ 운영자도 “우리 카페에는 어떠한 음란물도 없었다”며 “일년 동안 운영해오던 카페가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폐쇄되니 너무 어처구니가 없다”고 울분을 터뜨린다. 두 카페가 자리 잡았던 포털사이트 회사쪽은 “동성애 카페라는 이유로 폐쇄한 것은 아니다”라며 “81클럽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서 폐쇄요청이 들어와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동성애 사이트가 사라진다
끼리끼리 등 성적 소수자 인권운동단체를 통해 접수된 사례 외에도 강제 폐쇄된 동성애자 카페는 많다. 81클럽과 보헤미안73이 속한 포털사이트에서는 가장 많은 회원 수를 자랑하던 동성애자 카페 4개 중 3개가 사라졌고, 전체 카페 숫자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다른 포털사이트도 별반 다르지 않다. 끼리끼리 박수진 간사는 “인터넷은 동성애자들이 자신의 성 정체성에 관한 고민을 나누거나 정보를 얻는 주요한 통로”라며 “최근 잇따른 카페 폐쇄조처는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지적한다.
이처럼 불온통신 조항에 근거해 시정권고권을 행사해온 윤리위는 7월1일부터 시행되는 통신질서확립법을 통해 인터넷 내용등급제의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내용등급제에 반대하는 정보통신 검열반대 공동행동은 “연초 네티즌들의 반대로 법제화가 좌초된 인터넷 내용등급제가 통신질서확립법의 시행령을 통해 되살아났다”며 “등급제의 실질적 담당자인 윤리위가 등급제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여론몰이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정보통신 검열반대 공동행동은 특히 통신질서확립법의 ‘청소년 유해매체물 표시방법’을 규정한 시행령 23조의 위험성을 강조한다. 시행령 23조 2항은 청소년 유해매체물 정보를 제공하는 자는 기호·부호·문자 또는 숫자를 사용하여 청소년 유해매체물임을 나타낼 수 있도록 ‘전자적으로 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바로 이 전자적 표시 조항이 논란의 핵심이다. 단순히 ‘19살 미만 출입불가’ 등의 문자적 경고가 아니라, 전자적 표시로 청소년 유해매체를 규정하면 결국 실질적인 내용등급제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높다.
대한변호사협회는 6월11일 의견서를 통해 시행령 23조 2항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먼저 전자적 표시를 활용한 등급제 시행을 우려한다. 내용등급제는 다양한 주체에 의해 자율적인 방식으로 시행되는 것이 바람직한데 전자적 표시에 의한 내용등급제는 강제적인 등급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게다가 국회에서 모법인 통신질서확립법 개정안을 심의할 때 내용등급제를 채택하지 않은 입법취지를 몰각할 우려가 있다고 의견서는 지적하고 있다. 두 번째로, “전자적으로 표시하여야 한다”는 표시방법은 불명확해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통신질서확립법 제42조에 따라, “대통령령이 정하는 표시방법”을 위반하는 표시를 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으므로(제64조) 그 표시방법이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온·오프 라인 넘나드는 네티즌 시위
‘정보통신 검열반대 공동행동’쪽의 우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문화개혁시민연대 이원재 정보팀장은 “정보제공자와 이용자가 만들어가는 자율등급제가 아니라 윤리위의 등급기준이 절대적 기준이 되는 ‘제3자’ 등급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윤리위가 구축한 12만건의 해외사이트 차단목록은 앞으로 제3자 등급제의 기반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우려한다.
윤리위가 해외 사이트를 대상으로 99년부터 구축해온 청소년 유해사이트 차단목록은 ‘동성애’를 퇴폐 2등급으로 차단목록에 올려 말썽을 빚고 있다. 직접 이 차단 사이트 목록를 확인한 동성애자인권연대 임태훈 대표에 따르면, 음란물이 전혀 없는 동성애자 인권운동 사이트까지 차단목록에 포함돼 있다고 한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도 표지인물로 등장한 바 있는 동성애 잡지 〈Advocate〉(www.advocate.com), 80여개국 350개 동성애자인권운동단체가 소속된 세계 최대의 동성애자 인권운동 협의체 ‘ILGA’(www.ilga.org)의 홈페이지도 ‘퇴폐’를 이유로 차단목록에 포함돼 있다. 임 대표는 “동성애에 대한 편견과 허술한 심의 잣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경우”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런 지적이 잇따르자 차단목록 작성을 담당하는 윤리위 이용지원부는 “앞으로 동성애를 차단대상에서 제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질적인 인터넷 내용등급제의 부활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윤리위는 “정보통신내용등급제는 정보제공자들 스스로 자신이 제공하는 정보내용에 일정한 기준에 따라 등급을 표시하면 이를 바탕으로 정보이용자들이 원하는 정보내용을 선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라며 “인터넷의 유해환경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합리적 대안”이라고 반박한다. 하지만 잇따른 사이트 폐쇄를 지켜보며 윤리위의 ‘윤리’를 의심하게 된 네티즌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검열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6월20일부터 28일까지 사회단체 활동가들이 광화문 정보통신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이어 통신질서확립법의 시행을 이틀 앞둔 6월29일 정오에는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검열반대 사이버시위 출정식이 벌어졌다. 이날부터 7월2일까지 계속된 사이트 파업에는 300여개 홈페이지가 참여했다. 파업에 참가한 한 홈페이지의 검은색 대문에는 “표현의 자유는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것, 보호할 가치가 없다고 여겨지는 것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는 글귀가 박혀 있었다. 자율적인 시민윤리는 다름에 대한 이해와 인내를 통해 자라난다. 가위질을 할수록 자율의 싹은 죽어가게 마련이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사진/ 지난 6월20일부터 28일까지 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서울 광화문 정보통신부 앞에서 인터넷 표현의 자유를 위한 1인 시위를 벌였다.(박승화 기자)
지난 3월 문을 연 아이노스쿨은 하루 방문객 300여명, 회원 200여명을 가진 자퇴생 사이트였다. 비슷한 종류의 사이트들 중 가장 늦게 시작했지만 가장 큰 규모를 자랑했다. 하지만 6월8일 오후 7시, 아이노스쿨 운영자 김아무개(18)씨는 갑작스러운 사이트 폐쇄 통보를 받았다. 아이노스쿨에 서버를 제공한 회사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서 폐쇄권고가 내려져 어쩔 수 없다”며 사이트 폐쇄를 통보한 것이다. 폐쇄 이유는 이 사이트가 “학교를 지나치게 비판하고 자퇴를 조장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운영자 김씨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우리는 설립취지에서 분명히 ‘우리는 우리의 의사로 학교를 나왔지만, 우리보다 어린 사람들이 학교를 좋아하도록 만드는 일을 하기 위해서 사이트를 만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아이노스쿨은 학교생활에 대한 상담을 주고받고, 학교교육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는 토론의 장이 돼왔고요.” 실제 이 사이트는 폐쇄될 때까지, 2번에 걸쳐 교사와 학부모가 참여하는 사이버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진보네트워크센터, 문화개혁시민연대 등 33개 사회운동단체가 결성한 ‘정보통신 검열반대 공동행동’도 “아이노스쿨의 강제 폐쇄조처는 표현의 자유뿐 아니라 인터넷의 가장 기본적 특징인 정보공유와 토론의 장으로서 기능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라며 윤리위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반면 윤리위 관계자는 “아이노스쿨에 올라온 글 중에는 ‘자퇴하려면 일단 가출부터 하라’는 내용까지 있었다”며 폐쇄이유를 거듭 확인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불건전 정보를 막기 위해 게시판에 욕설 등이 올라오면 즉시 삭제해왔다”며 “설사 자퇴를 권하는 글이 한두개 올라왔더라도 단 한번의 경고도 없이 폐쇄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울분을 삭이지 못한다. 자퇴생을 문제아로 보는 윤리위의 편견이 폐쇄조치로 이어졌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윤리위 시정권고는 명령과 다름없어

사진/ 통신질서확립법에 반대하는 네티즌 집회. 특히 이 법의 시행령으로 되살린 내용등급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이용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