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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언론자유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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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7-04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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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는 역시 탄압 속에서 꽃피나 봅니다.

탄압 탄압 하는 신문들을 보면서 요즘 언론자유를 새삼 느낍니다. 할말 못할 말, 있는 말 없는 말, 그럴듯한 이야기 그럴듯하지 않은 이야기, 마음가는 대로 붓가는 대로 쓰고 있습니다.

백화제방 백가쟁명. 세무조사는 각본에 따른 비판언론 죽이기, 야당 말살 재집권 책략, 김정일 답방을 앞둔 정지작업…. 무궁한 상상력에 더없는 비장함까지 배어나는 지면을 접하면서 아, 기자로서 나도 저런 투철함이 있던가 돌아보게 됩니다.

세무조사가 정권의 비판언론 죽이기나 길들이기 의도였다면 다행히 실패한 기획입니다. 스스로 대상이라고 여기는 신문들은 정권의 탄압에 굴하지 않고 자유의 이정표를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기자들은 끝까지 투쟁할 것을 선언했고, 김대중 주필은 “이 순간만은 언론자유를 느끼고 있다. 이제부터 쓸 것을 써야겠다”고 천명했습니다.

세무조사가 자유언론을 만개하게 했다니, 어떻게 시작됐든 참 바람직한 결과를 낳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제 언론의 자유문제는 걱정을 좀 접어도 될 것 같습니다. 정권은 세무조사만한 카드를 더는 갖고 있지 않고, 언론은 겁을 먹고 움츠리기는커녕 비판의 칼을 더욱 매섭게 휘두르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또 하나의 쟁점, 언론 내부의 자유문제는 큰 숙제로 떠올랐습니다. 정권에 분연히 맞선 기개로 보면, 비리혐의가 포착된 사주에 대해서도 응당 해명하고 반성하고 책임지거나 물러나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럴 기미는 없고 앞으로도 그런 일은 결코 가능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주없는 신문, 사주없는 언론자유는 없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언론은 두개의 머리를 가진 감시견이라고 합니다. 바깥 세상이나 밖의 압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 못지않게 스스로의 내부 성찰과 반성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바깥으로는 거리낌없이 짖어대면서 내부의 문제, 곧 사주의 비리 전횡에 대해서는 침묵한다면?

안과 밖에 적용하는 잣대의 엄청난 괴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영리목적의 사기업이라면 몰라도 국가와 민족과 공익을 내세우며 특권을 향유한다면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통념은 유력한 신문들이 민족·민주에 앞장서오고 사회통합에 이바지해왔다는 ‘착한 신문관’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체는 60여년 전, 무한대의 자유를 누리며 공익보다 회사와 사주의 이익에 급급한 미국언론의 문제를 지적한 ‘허친스 위원회’의 보고서 내용에 훨씬 가깝습니다.

“언론사들이 자유를 공익보다 자사이익을 위해 사용하고, 중요한 것보다 선정적인 것을 우선시하고, 개인의 사생활 침해를 일삼으며, 여론을 독점한 채 사회변화를 거부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겨레21 편집장 정영무 yo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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