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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롯데호텔은 성희롱의 천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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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08-16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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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억6천만원 손해배상청구소송 선두에 선 박정자 대책위원장과 함께

롯데호텔 성희롱대책위원회 박정자 위원장. 그는 파업 전까지만 해도 노동운동에 전혀 관심이 없던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롯데호텔은 천국이었다. 성희롱의 천국이었다. 롯데호텔 여직원 270명에 따르면 그렇다. 언론에 보도된 대로, 그들은 지난 8월9일 (주)롯데호텔과 롯데호텔에 근무하는 16명의 ‘남성피고’들을 상대로 17억6천만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서울지법에 냈다. “희롱부터 추행까지, 있을 수 있는 모든 성적 괴롭힘을 당했다”는 게 그들이 소장을 낸 이유다. 파업 석달째. 롯데호텔 노동조합원들은 아직도 회사에 복귀하지 못했다. 그들은 명동성당 들머리 천막으로 출퇴근한다. 그 와중에서 성희롱 소송이라는 또 하나의 짐을 짊어진 여성노동자들. 파업을 통해 한자리에 모이지 않았다면 이런 ‘신규사업’을 구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한두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깨달았다는 것이다. 롯데호텔 성희롱대책위원회 박정자(31) 위원장에게서 좀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어보자.

엄마에게도 말하기 창피했다


박정자 저희가 파업에 돌입하면서 호텔 주차장 내에서 농성을 했어요. 그때 호텔 벽에 붙이는 대자보 작업을 했지요. 간부들의 비리랄까, 하고 싶은 말들을 대자보로 붙였는데, 그 가운데 보니까 예상치 않게 성희롱 문제가 많이 나열돼 있는 거예요. 파업도 파업이지만 성희롱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는 걸 이번에야 알았지요. 어떤 특정한 문구는 손님들까지 외워서 자기네들끼리 화제로 삼을 정도였어요.

김어준 특정한 문구가 뭡니까.

박정자 임신한 여직원한테 “너네 산란기냐?”고 묻는 간부의 말이었죠. 사실 우리 여직원들은 한번도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거든요. 원래 의무적으로 1년에 한번 회사가 실시해야 하는 건데…. 그러다보니 성희롱을 당해도 막연하게 “불쾌하다” “기분나쁘다” “회사 다니기 싫다” “친구들한테 얘기하기 창피하다”고만 느꼈던 거죠.

김규항 위원장님은 무슨 일을 하고 계십니까.

박정자 저는 쭉 면세점 매장에 있었어요. 원래 면세소공팀에 있다가 지금은 공항점에 있습니다.

김어준 근데, 이 소송을 저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의외로 있더라고요.

박정자 무슨 말 하려는지 다 알아요.

김어준 회사쪽의 도덕성을 흠집내기 위한….

박정자 임단협 타결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하는 거 아니냐는 거죠. 그건 경총에서 들고 나왔던 대표적인 주장이에요. 왜 그전에 제기하지 않았느냐, 또는 파업 타결 뒤에도 할 수 있느냐는 건데…. 회사쪽에는 조합원들의 고충을 처리할 수 있는 고충처리위원회 같은 것도 없었고, 이전 노조 집행부도 우리편이 아니었어요. 물론 예전에도 한두건 성희롱이 상부에 보고된 적이 있어요. 피해자가 진짜 큰 마음 먹고 밝힌 경우인데, 가해자는 그대로 두고 피해자만 열악한 부서로 옮겨졌어요. 그런 경우가 발생하니까 피해자들이 침묵할 수밖에 없었죠. 실제로 피해자들이 쓴 진술서를 보면 “엄마에게도 말하기 창피했다” “동료들이 회식 갔다왔는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하기도 싫어했다” “언니들이 왜 그렇게 회식할 때 사무실 모르게 비밀리에 하자고 했는지 이제야 이유를 알 것 같다”는 게 상당히 있었어요. 이걸 임단협 타결의 카드로 쓰려고 했으면 진작 들고 나가서 했겠죠. 임단협은 7월30일경에 한번 타결이 될 뻔 했거든요. 그런데 안 됐죠. 소송준비는 끝났는데… 그래서 타결과 상관없이 소송은 별개로 가게 된 거죠.

김어준 근데 회식 때 어쨌기에 그런 거죠? (웃을 때가 아닌데 모두 웃음)

박정자 일단 회식 때 중간간부들이 여직원들을 남자간부들 사이사이에 앉도록 지시하고, 앉아서 술을 따르게 하고, 안주 떨어지면 챙겨서 넣게 하고…. 자기들 승진에 유리하게 하기 위해 상사들을 접대하면서 후배 여직원들을 데려가는 일이 잦다는 거죠. 호텔엔 업장마다 지배인이 있어요. 커피숍이면 커피숍 지배인, 뷔페면 뷔페 지배인 하는 식으로. 그 지배인의 권한은 절대적이에요. 밑에 있는 직원들 월 스케줄을 다 관리할 정도로. 심지어 아침조 근무를 하고 싶어도 지배인이 허락하지 않으면 야간조밖에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건 지금 저희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외치고 있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건데… 대부분의 피해가 어린 계약직들한테 발생하고 있어요. 96년 이후부터는 정규직 모집 자체가 없었거든요. 계약직들은 담당 지배인한테 잘못 보이면 그 다음해에 계약이 안 될까봐 억울하고 분해도 속으로 다 삭였던 거죠.

회식 때 어쨌기에…

김어준 더 구체적인 예를 들어주십시오.

박정자 부서의 책임자들이 외부인을 접대할 때 여직원을 데려가 술을 따르게 하고 블루스를 강제로 추게 하고…. 노래방으로 2차를 가면 옆에 앉아서 몸을 더듬는 거죠. 허벅지를 더듬는다던가 가슴으로 손이 간다거나… 고의적으로 블루스 음악만 틀고… 블루스 음악이 나오면 남자의 성기가 밀착할 정도로 하체를 밀착시키며 춤을 추고… 밑에 있는 남자직원들한테 여직원들이 못 나가도록 문을 지킨 경우까지 보고됐어요. 노래방에서 강제로 키스를 하다가 거부하는 바람에 여직원 입에 상처가 난 적도 있어요. 그래서 그 여직원이 뺨을 때리고 나왔는데 그게 상부에 보고됐어요. 그 여직원만 열악한 부서로 보내졌지요. 또 연말 망년회 같은 대규모 회식 때 임원급 상사가 수표를 꺼내 흔들면서 춤 잘 추는 여자에게 주겠다고 하면서 퇴폐적인 춤을 유도하기도 했고요. 중간간부들이 임원급을 위해 연말 망년회를 퇴폐향락쇼처럼 조장하는 일이 많았어요. 어느 망년회 때는 테이블마다 다 이름을 만들었는데, 테이블 이름이 ‘솟아라’ ‘한번 더’ ‘변강쇠’ ‘옹녀’ ‘젖탱이’ (웃음)… 이런 이름을 다 지어가지고….

김어준 전문용어가 갑자기 튀어나오네. (웃음)

박정자 말단 남자직원들이 가슴에 풍선을 넣고서 바나나를 매달고 먹는다든지 해서 고의적으로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기도 했었고요.

김어준 매커니즘이 꼭 군대 같은 느낌을 주는군요.

박정자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가 롯데호텔의 과장급 이상 관리직 중 남자는 123명인데 여자는 한명밖에 없어요. 대리급도 남자가 302명인데 여자는 12명이고요. 차장과 부장급 여성은 롯데호텔에 한명도 없어요. 20년 경력된 여성들이 많지만 대부분 진급을 안 시키는 거죠.

김규항 성희롱은 원론적으로는 범위가 꽤 넓은데 직장 내에서 특별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상급자에 의한 하급자 성희롱이죠. 이건 대등하지 않은 관계를 이용하는 거니까 성문제가 아니라 순수한 폭력이죠.

김어준 사실 웬만한 대기업에서 회식 때 그렇게 했다면 그 즉시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건데, 이건 조합의 조직력과 교육에도 결함이 있었다고 보는데.

박정자 저희들도 이제야 알았어요. 입사 때부터 봐온 게 그거고… 남성들이 있는 직장에선 으레 그런 줄 알았거든요. 우리만 모른 거죠.

김규항 롯데호텔의 어떤 간부는 평양교예단원들에게 여직원들을 소개하면서 “현대판 기생”이라고 했다더군요.

박정자 성희롱 피해가 가장 심각하게 나타나는 쪽이 웨이트리스들이거든요. 아무래도 뽑을 때부터 용모가 우선시되니까. 호텔은 손님이 보는 화려한 공간도 있지만 백사이드라는 게 있잖아요. 주방과 연결되거나 기물정리하는 공간에서 기습적으로 이뤄진 일들은 증인이 없는데, 그래서 오히려 명예훼손으로 맞고소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조합원들도 있어요.

김어준 증거가 없으니까.

박정자 신체적 접촉뿐 아니라 언어적으로는 너무 일상화돼 있어요. 보통 영업장에 나가기 전에 출근하는 조끼리 모여 아침미팅을 하면 업무적인 얘기보다는 여성조합원들에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음담패설이 아주 일상화돼 있어요. 정상적인 언어보다 그런 언어가 더 많을 정도로. 지배인이라는 사람들한테는 그런 게 너무 일반화돼 있다는 거죠. 가령 “니 입은 어떻게 그렇게 생겼냐. 한입에 쏙 들어가겠다, 얘. (웃을 때가 아닌데 웃음) 한입에 쏙 들어가겠어 정말”이라거나.

김어준 식인종인가? (웃음)

김OO 이사, 64건에 2억200만원

박정자 “가슴도 누구 가슴은 예쁜데 니 가슴은 어떻게 생겼냐” 이런 식으로 오며가며 하루에 그 지배인과 대여섯번 맞닥뜨린다면 항상 그런 말을 듣고 살아야 한다는 거죠. 특히 갓 결혼한 새댁들이 조금 피곤한 모습을 보이면 “밤에 잠 안 자고 뭐했니? 신랑이 잘 해주드냐?” 그러고.

김어준 혹시 부하직원의 건강에 대한 애정에서 그런 게 아닐까요? (웃음)

박정자 애정에서 하는 거하고 아주 상습적으로 하는 거하고….

김어준 아이고. 농담입니다. (웃음)

박정자 심지어 회식 때 그러는 것도 친밀감의 표시였다고 하잖아요. 누가 지랑 친했다고. (웃음) 들려오는 얘기로는 “망할년들 지들 즐거우라고 그렇게 해줬더니 날 고소한다네.” 그런대요.

김규항 10대 강간범들하고 얘기 해보면 “여자애도 좋았을 겁니다” 그러거든요. 그게 한국 남자들의 성의식입니다.

김어준 남자들의 그런 착각은 이미 남성중심 사회화과정에서 구조적으로 심어진 거죠.

박정자 임신한 여자들한테 “너네는 밥만 먹고 애만 만드냐”고 하고. 임신은 일생일대의 축복인데.

김어준 혹, 그런 남자들의 신체적 열등감의 표현 아닐까요? (웃음)

김규항 그 지경까지 된 것은 거꾸로 말하면 여성 노동자들의 의식 수준이 낮고 조직화되지 못했기 때문이죠. 어쨌든 늦게나마 싸움이 벌어져 다행인데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습니까.

박정자 어떻게 보면 그동안은 부서이기주의에 휘말려 내 부서 외에는 관심이 없었단 말이에요. 20년 동안 극복하지 못한 부서이기주의를 파업을 통해 극복해 버렸던 거죠. 지금은 어느 부서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는 보고만 되면 다른 부서 여직원들까지 다 가서 응징하겠다는 결의가 돼 있어요.

김규항 응징이라는 건 어떤 겁니까?

김어준 잘라 버려! (웃음)

박정자 자르든지…. (웃음)

김어준 뽑든지…. (웃음) 말아버리든지. (웃음)

박정자 말 정도도 안 될 거예요.

김어준 말 정도도 안 된데. (포복절도) 성희롱 당한 기분이야. (웃음)

김규항 자르고 뽑고 말고 싶은 심정은 이해가 갑니다만… 테러리즘은 운동을 망하게 하는 지름길입니다. (웃음)

김어준 실명으로 거론된 피고인은 어떻게 할 겁니까.

박정자 모두 17명이에요. 피고 1은 주식회사 롯데호텔 법인이에요. 이런 직장문화를 20년 동안 방치한 사업주가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누구나 공감했어요. 피고 2부터 5까지는 롯데호텔 대표이사 4명이에요. 피고 6부터 17까지가 각 부서에서 가해 정도가 심하고 상습적이고 피해자들에 의해서 가장 많이 거론된 사람들이죠.

김어준 1부터 5까지는 도의적인 책임자고 그 아래는 실질적인 문제인물이라 이거죠.

박정자 최고액은 면세OO의 김OO 이사. 청구액 2억200만원. 건수가 64건이에요. (웃음) 이분 같은 경우엔 언어적 희롱이에요. 중간간부들이 그분을 위해 퇴폐회식을 주최했다는 거예요. 잠실 객실OO팀의 박OO씨는 한건인데 1천만원이 나왔어요.

김규항 죄질이 나쁜 모양이군요.

피해자들은 대부분 ‘어린 계약직’

박정자 이 사람이 바로 노래방에서 강제로 키스를 시도하다 물의를 일으킨 사람이에요. 그것 때문에 여직원만 피해를 입었어요. 원래 전문성을 갖고 있었는데 빨래를 배달하는 부서로 옮겨졌어요.

김어준 임OO(본관 식음 OOOO 지배인)씨도 액수가 꽤 나왔네요.

박정자 1억1100만원이죠. 이 사람은 신체적 희롱을 가장 많이 한 사람이에요. 이 사람은 형사범으로도 들어갈 수 있을 정도예요. 희롱을 떠나 추행으로까지 들어갈 수 있는…. 피해자들이 정말 어려움을 무릅쓰고 진술한 거예요.

김규항 이 사람들 사진 있습니까? (웃음)

박정자 저도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해요. 아마 느끼하게 생기지 않았을까.

김어준 임OO의 사례는? 낱낱이.

박정자 사실 막 헷갈려요. (웃음) 이 사람하고 저 사람하고. 임OO는 터진 스커트 사이로 손을 넣은 것과 심지어는 여직원의 가슴을 꽉 쥐고 유두를 비틀었다는 게 보고됐어요. 임OO는 진짜 심해요. 하긴 어떤 지배인은 어린 여직원들이 인사할 때마다 입맛을 쩝쩝 다신대요. (웃을 때가 아닌데 웃음)

김규항 참고로 말하면 그렇게 껄떡거리는 놈들치고 제대로 하는 놈들 없어요. (웃음)

박정자 요즘 나이트클럽 같은 데서는 웨이터들이 콘돔을 포장해서 준다면서요?

김어준 그래요? 요새?

박정자 그걸 선물처럼 포장해 여직원들한테 선물하는 사례도 있었어요.

김어준 가정경제에 보탬이 되라고 그런 거 아닐까요? (웃음) 혹은 국민건강 차원에서… 보건복지의 화신 아닐까. (웃음)

박정자 불려 가서 안마를 했다는 여직원도 있어요.

김어준 안마를 하라고 한 거예요? 해준 거예요?

박정자 하라고 한 거죠.

김어준 친밀감을 더 높이기 위한 사내 화합 차원의 조처 아닐까? (웃음)

김규항 이 일을 하기 전에 노동운동 같은 걸 한 적 있습니까?

박정자 전혀 없었죠.

김어준 어쩌다가 위원장이 되셨습니까.

박정자 등 떠밀려서.

김어준 자신도 모르던 자질이 발현됐겠죠.

박정자 뒤에서 보기에 등판이 제일 넓었나 봐요. (웃음) 처음에 진술서를 받을 때 피해자들이 어린 계약직들로 나타났단 말이에요. “이거 터뜨려 갖고 우리만 다 잘리는 거 아니냐”는 두려움이 굉장히 많았어요. 모여서 회의를 했죠. 그래서 우리도 선배로서 함께 책임을 가지고 다 소송인으로 가자고 한 거죠. 이런 사업주와 간부를 이제까지 방치한 우리도 책임이 크니까요. 그렇다면 경력있는 언니들이 앞에 나서주자, 그렇게 해서 대책위가 만들어진 거거든요. “니가 당했잖아 니가 나가야 돼”라고 등 떠미는 것보다는 언니들이 한발 앞서서 나가고, 어린 후배들은 당한 사실을 법정에서 잘 증언하면 되는 거죠.

여성노동자들 위해 승소금 쓰겠다

명동성당 들머리 첫 번째 텐트에서 박정자 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누는 김규항·김어준. 6월9일부터 시작된 파업은 벌써 3개월째로 접어들었다.
김어준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박정자 오늘 신문엔 진실이 아닐 경우 피고인들이 맞고소를 하겠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저희가 진술서를 딱 한번 받은 게 아니에요. 여러 차례 받았습니다. 국회 의원회관에 모였을 때가 마지막이었는데 “이번엔 정말로 소송에 들어가는 진술서다. 여기서 거짓으로 쓴다면 개인의 도덕성은 물론이고 우리 노조의 도덕성까지 떨어지는 것이다. 정말 기명으로 가해자를 밝히고, 여러분들의 피해를 입증할 수 있는 증인을 다 써라” 해서 설문지 식으로 진술서를 받았어요. 1인당 최대 4건까지 쓸 수 있도록…. 취합해 보니까 그 전에 무기명으로 썼던 거하고 별로 달라지지 않았어요. 다 따로 썼는데도 동일한 진술도 많이 나왔고요. 당한 친구는 당한 친구대로, 본 친구는 본 친구대로 같은 상황이 나온 거예요.

김어준 법이란 게 바보 같은 거라서 공평무사한 것 같지만, 사실은 증명가능한 증거들을 기반으로 하는데, 내부적으로 검토를 하고 변호사 조언도 들었겠지만… 이게 물적증거가 희박한 사안일 수밖에 없는데 해볼 만하다는 판단인가요? 혹, 다 ‘나가리’되면….

박정자 저희도 일단은 승소를 위해 소송하는 거니까… 진실이기 때문에 기각당하진 않을 거라고 봐요. 김OO 이사가 64건인데 한두건은 정황 입증할 방법이 없다고 할 수도 있지만 전체가 기각될 리는 없다는 거죠.

김규항 위원장님은 얼마 전까지 평범한 주부였다가 이슈의 초점이 되는 운동가가 된 셈인데… 남편분은 어떤 입장을 취하십니까.

박정자 뭐 하는지 잘 몰라요. (웃음) 그런 말은 하지요. “너네 회사는 어쩜 그렇니. 우리 회사 같으면 그 인간들 다 ‘짤렸다’. 우리 회사 같으면 여직원한테 자판기에서 커피 빼달라는 소리도 못한다”고요.

김어준 롯데호텔이 호텔업계에서도 유난히 심한가요?

박정자 제 생각에는 유통업계, 특히 백화점업계는 평균연령이 대개 어려요.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 않을 것이라고 봐요.

김어준 저는 이게 롯데호텔의 경우만은 아닐 거라는 점에서 이 소송이 상당한 파급력을 가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막연한 예측이지만 어느 백화점에서 자기들도 이런 사례가 있는데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가 물어볼 수도 있고. 갑자기 전업운동가가가 될 수도 있는 정황인데….

박정자 저희의 꿈은 관광연맹노조를 만드는 건데… 승소를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의논하고 있어요. 17억6천만원 중에 20% 정도는 변호사비나 각종 비용으로 빠질 거고. 그럼 나머지 80%는….

김어준 다들 먹고 떨어지세요. (웃음) 조직화기금으로.

박정자 일단 중간에서 소송을 취하하거나 빠진 사람을 빼고는 단 1원의 승소금이라도 동일하게 배상을 하고요. 그 나머지로는 전체 여성노동자들을 위한 기금을 만들기로 했어요. 애초 소송의 목적이 가해자를 징계하는 데 있고, 직장문화를 바꾸는 데 있기 때문에 사실 돈 하나도 안 받아도 돼요. 진짜로. 그런 피해가 우리 말고도 굉장히 많을 거 아녜요. 전체 여성노동자를 위해 써야지요. 지금 소송이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김규항 돈 안 받아도 좋다고 했는데, 그 돈 꼭 받아야 합니다. 왜냐면 그게 힘이기 때문에 그게 있어야 다음에 상시적인 조직도 할 수 있는 것이고 사무실도 구할 거고. 꼭 받으십시오.

김어준 사쪽 대응은 어떤가요?

박정자 회사쪽에서 노사 동수로 조사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제안이 왔어요. 저희는 신뢰할 수가 없죠. 성희롱 예방교육을 1년에 한번 했다는 것조차 노동부에 거짓으로 보고한 회사거든요. 무려 1600명이나. 우리가 그 명부를 갖고 서명대조 작업을 했더니 80%가 가짜였어요.

피고인들을 당장 격리시켜라

김규항 (피고인 명단을 보며) 임OO 하고 김OO 하고 누가 더 악질입니까? 김OO이 이사인 걸 보면 더 악질 같기도 하고. 아무래도 죄질이 금액에 비례할 것 같은데.

박정자 임OO은 몸에 밴 변태라고 보면 돼요. 실제 진술서를 봐도 혼란스러워서 정리가 안 될 정도로. 워낙 비슷한 진술이 다발적으로 많이 나와가지고.

김어준 롯데에는 변태가 있었다? (웃음)

박정자 단협이 마무리되면 보통 노쪽과 사쪽이 고소고발을 취하하잖아요. 이건 별개로 끝까지 갈 거예요. 꼭 강조하고 싶은 건 이 피고인들을 당장 업장에서 격리시켜야 한다는 거예요. 각 업장에서 상사로부터 가해질 수 있는 위해는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는 거죠. 여성 조합원들은 지금 그걸 두려워하고 있어요. 피해자들을 보호해야 하잖아요. 이번 단협 때도 그걸 요구했어요.

김어준 걱정하지 마세요. 바짝 ‘쫄아’ 있을 겁니다.

김규항 사람 전체를 격리시킬 필요는 없고 신체의 일부만 격리시키면 됩니다. (웃음) 정조대를 채운다든가.

김어준 남자는 특정부위만 격리시키면 됩니다. (웃음)

김규항 김OO 같이 언어 희롱을 잘 하는 놈은 주둥이를 묶어 놓으면 되죠. (웃음) 어준아, 오늘의 결론.

김어준 롯데엔 변태가 있었다.

김규항 위원장님도 결론 한마디.

박정자 땡칠이하고 영구들이 모여서 꼴사납게 논다.

김규항·김어준 ….(무슨 말인지 이해 못함)

박정자 무엇의 줄임말인 줄 모르세요? 땡겨봤자 7센치인 것들아, 영원히 구제불능인 것들이….

김어준 결국 우리가 성희롱당했네. (웃음)

피고인들 “아무 잘못이 없다”

성희롱에 대한 피고들의 입장은 어떤가. 먼저 가장 많은 건수와 청구액을 기록한 김OO 이사에게 전화를 했다. 그는 자리에 없었다. 전화번호를 남겼더니 1시간 뒤 전화가 왔다. 김OO 이사 대신 롯데호텔 홍보관계자였다. 그는 이미 용건을 짐작하고 있었다. “성희롱 때문에 그러시죠?” 그러면서 여러 가지 설명을 했다. “간부들이 회식 참석 안 하면 오히려 왜 회식자리에 참석하지 않느냐는 소리를 여직원들에게 듣는다. 1차, 2차, 3차 계산을 해야 하지 않는가. 이사님도 마찬가지다. 참석 안 하면 신경 안 써준다는 얘기를 듣기 십상이다. 여직원들에 따르면 이사님이 무슨 이상한 이야기를 했다는데, 이사님은 잘 이해가 안 된다고 한다. 본인이야말로 성희롱을 당했다고 말한다.” 본인이 성희롱을? 기자가 재차 확인하자 롯데호텔 홍보관계자는 한발 물러섰다. “아니, 그게 아니고… 어떻게 임원급인데 성희롱을 당하겠는가. 본인도 곤란한 경우가 많았다는 이야기다. 면세점은 대다수 직원이 여자다. 옆에 앉혀 술을 따르게 하고 블루스를 추게 했다는데… 오히려 돌아가면서 술 따라주는 분위기였다.”

그는 이번 소송이 정상적인 상황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파업 와중에 간부들을 매도하기 위한 방편으로 확대됐다고 주장했다. “소송에 참여한 일부 여직원들은 ‘원래 안 하려고 했는데 워낙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소장을 작성했다’고 울면서 전화를 했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 여직원의 이름을 알고 싶다고 하자 “그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어쨌든 피고인 전원이 “아무 잘못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게 롯데호텔 홍보과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이제 법정에서 따지자는 것이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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