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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김경환·심재춘을 가족의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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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7-04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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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소원은 일요일이면 남편은 아들 일지 데리고 저는 딸 승지 데리고 목욕탕에 갔다가 함께 장봐서 집에 돌아오는 그런 평범한 일상입니다. 그동안 여러분들께 괜찮다, 견딜 만하다고 말씀드렸는데…, 사실 괜찮지 않습니다. 도와주십시오. 제발 남편을 저와 아이들 곁으로 오게 해주십시오.”

이경희(36·사진 왼쪽)씨는 끝내 울먹였다. 이씨는 1999년 9월 국가정보원이 발표한 ‘민족민주혁명당 사건’에 연루돼 현재 안동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김경환씨의 아내이다. 당시 민혁당 사건의 핵심으로 분류됐던 김영환, 조유식씨는 공소보류로 곧 풀려났지만, 김경환씨와 심재춘씨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각각 4년6월, 3년6월형을 확정선고받았다. 반국가단체구성원 편의제공과 이적단체 가입이 죄목이다.

남과 북의 정상이 포옹하고 반세기를 헤어져 지내던 이산가족이 상봉하는 해빙무드도 국가보안법의 서슬퍼런 칼날을 녹이지는 못하고 있다. 개폐논의가 끊이지 않지만, 국가보안법은 여전히 살아 있는 악몽이다. 특히 6월29일 현재 48명으로 확인된 국가보안법 위반 양심수들과 그 가족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월간 <말> 기자였던 김경환씨와 성신여대 강사였던 심재춘씨 역시 이 악몽에 굴레씌워져 감옥에 갇혀야 했다. 구시대의 산물이 새시대의 발목을 옥죄고 있는 이런 기막힌 현실을 후대의 사학자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6월27일 명동 가톨릭회관 대강당에는 두 사람을 아끼는 친구들과 동료들이 모여 ‘김경환·심재춘의 석방을 위한 모임’을 발족했다. 이 자리에서 이문희(28·사진 오른쪽)씨는 남편 심재춘씨가 보낸 편지를 읽으며 “우리 서로 희망이 되자”고 말해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받았다.

이날 발족식에는 국회의원 정범구, 시인 박노해, 가수 강산에씨도 참석해 김경환, 심재춘씨의 석방을 기원하며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300명을 훌쩍 넘긴 참석자들은 “두 사람이 아직도 옥에 남아 있다는 것은 우리의 부끄러움이고, 우리 모두의 숙제이기도 하다”고 선언하며 두 사람의 석방을 위한 서명운동과 각계 탄원운동을 전개할 것을 결의했다(문의: 02-749-9004).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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