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과 탈세
등록 : 2001-06-27 00:00 수정 :
한때 기자들에게 웬만한 교통위반은 물론 음주운전도 묵인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술먹고 운전하다가 걸려도 신분을 얘기하면 적당히 넘어가고, 조심해서 가라는 인사를 받기까지 했습니다. 깐깐한 단속반에 걸려 문제가 돼도 경찰이나 검찰 윗선을 통하면 해결이 됐습니다.
그러다보니 음주운전 무용담도 적잖이 회자됐습니다. 지금도 현직에 있는 어느 신문사 간부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권력기관을 출입하던 그는 한밤중에 ‘술이 떡이 되도록 먹고’ 운전하다가 차를 길가에 처박았습니다. 현장에 온 경찰은 경찰서로 데려가기는커녕 차를 꺼내서 옆자리에 앉히고 경찰차로 에스코트해 집까지 잘 모셨다고 합니다.
물론 모든 기자가 음주운전을 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어떻게 하면 통하니까 술먹고 대담하게 핸들 잡는 일이 잦았습니다. 단속하는 경찰과 언론이 긴밀한 관계이면서 동시에 긴장관계에 있기 때문에 좋은 게 좋다고 봐준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단속이 강화되면서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습니다. 불지 않고 버티거나 경찰서 가서 큰소리치고 때려부수는 일도 있었습니다.
작금의 언론세무조사와 그에 따른 왈가왈부를 보니 그런 얘기가 떠오릅니다. 음주운전도 불법이고 탈세도 불법입니다. 언론은 한동안 음주운전 단속도 비켜가고 세무조사도 예외로 살아왔습니다. 사실은 둘 다 언론자유와 관계가 없을 뿐 아니라 모럴리티의 훼손입니다.
세금문제를 눈감아주거나 적발하고도 조처하지 않고 규정대로 조사한 것은 참 잘한 일입니다. 언론개혁이니 뭐니 복잡한 얘기를 떠나 말도 안 되는 예외, 특권을 없앤다는 의미가 있으니까요. 우리나라, 법은 잘돼 있는데 지키는 사람만 손해라고 할 정도로 굵직굵직한 열외가 있는 것이 문제 아닙니까?
세무조사로 언론사가 망하고 언론의 씨가 마른다는 것은 헛소리입니다. 기업적으로 망할 언론사라면 망해야 합니다. 새 언론사는 끊임없이 생겨날 것입니다. 그리고 먼지를 털어내 깨끗하면 비판의 날은 더욱 날카로워질 것입니다.
어쨌거나 엊그제까지 차량번호판만 보고도 통과시켜주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불게 하고, 불어서 나온 수치를 법대로 적용한다면 당사자는 펄펄 뛸 수도 있겠습니다. 겸허한 반성도 모자랄 판에 웬 난리, 하실지 모르지만 이해를 합시다. 언론인도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세무조사를 무조건 언론탄압이라며 거드는 한나라당의 언설은 저급하고 통탄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법도 도덕도 양식도 없습니다. 탈법이 문제인지, 정당한 법집행이 문제인지를 헷갈리게 만듭니다. 정략에 눈이 뒤집힌 딴나라당, 수권정당으로 자질이 있는지 깊은 의구심을 가져봅니다.
한겨레21 편집장 정영무
you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