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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희망을 나누는 ‘푸드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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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6-27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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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굶는 사람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습니다.”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가까운 북한의 이야기도 아니다. 보릿고개의 배곯는 아픔을 진작에 극복했다고 큰소리쳐온 2001년 한국사회의 분명한 현실이다.

비만과 성인병, 다이어트가 일상의 화두가 된 지 오래인 이 풍성한 세상에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지난해 4월 교육부가 조사한 전국의 결식아동은 16만4천명. 98년 1월 2만명에서 불과 2년여 만에 8배로 늘어났다. 아이들뿐일까? “홀로 사는 노인이나 경제력이 없는 소년·소녀가정, 실직 노숙자, 8살 미만의 미취학 아이들은 아예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김한승 신부·성공회 푸드뱅크본부 차장)

살빼기와 결식, 이 두 극단의 기이한 동거는 한국 자본주의의 ‘야만적’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성공회 푸드뱅크’(www.sfb.or.kr)는 지난 1998년 이 야만에 대한 하나의 문제제기로 시작됐다. “구제금융한파와 함께 실직과 빈곤의 공포가 온 사회를 휩쓸었습니다. 그때 복지부의 도움으로 운반차량 4대를 지원받아 먹을거리 나누기를 시작했습니다. 유통과정에서 버려지는 수많은 먹을거리들을 함께 나누고, 마구 낭비되는 식량자원을 공정하게 분배하는 것이 사회 전체의 책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서울 가락동이나 경기도 구리시 등의 농수산물센터와 마장동, 이천 등의 육류시장에서 남는 식자재를 도움받았다. 현대와 SK, 금호 등의 대기업 구내식당에서 팔리고 남은 음식들도 모아왔다. 이 먹을거리들은 다시 조리되고 도시락에 담겨 가난한 이웃들의 고픈 배를 달래주고 있다. 올해로 3년째인 푸드뱅크의 활동지역은 전국 30곳으로 늘어났다. 고정적 자원봉사자만 400여명이 됐다. 하루 2400여명의 개인과 830가구, 210곳의 사회시설에 수만끼의 따뜻한 도시락을 제공하고 있다.

규모가 꽤 커졌지만 여전히 모자란 점이 많다. 가장 큰 어려움은 음식물을 나르는 냉동차량의 절대적 부족이다.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곳곳에서 남는 먹을거리를 나눠주겠다는 제안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이를 모아 이웃에게 전달할 운반수단이 없어 가슴만 칠 때가 많습니다.” 현재 성공회 푸드뱅크가 보유한 냉동차량은 1t짜리만 16대. 전국 30개 활동지부를 다 맡기에도 턱없이 버겁다. 차량과 기금지원을 약속했던 대기업도 경기침체를 이유로 올 들어 모두 약속이행을 미루고 있다. “밥을 나누는 것은 곧 희망을 나누는 일입니다. 더 많은 이웃들에게 희망을 전달할 수 있다면 얼마나 기쁜 일이겠습니까?”(문의: 02-736-5233)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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