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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다큐멘터리로 풀어낸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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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6-27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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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큐멘터리는 길로 시작된다. 흐릿한 흑백 앵글의 카메라는 시간을 역류하듯 느릿하게 길을 더듬는다. 그리고 그 길의 끄트머리에 다다르면 최루연기 자욱한 91년 거리가 나온다. 그 거리 위에는 타살당한 스무살 청년 강경대의 초상화가 있다. 다큐멘터리 제작집단 ‘다큐이야기’가 제작한 ‘1991년 1학년’은 이렇게 지난 10년의 기억을 반추하며, 오늘을 묻는다.

“대학 새내기였던 91학번 한명 한명의 발자취를 좇다보면 한국사회의 지난 10년을 볼 수 있겠구나 싶었지요. 그들의 20대가 지난 10년과 고스란히 겹쳐져 있으니까요.”

명지대학교 91학번 김환태 감독이 만든 이 다큐멘터리는 세 부분으로 이뤄져 있다. 어렵게 복원한 91년 거리의 기록들과 YS정권 시절의 방황과 혼란, 그리고 2001년 오늘을 사는 91학번 10명의 인터뷰가 바로 그것이다. 1991년 봄, 모두 스무살 무렵의 대학 새내기로 출발한 이들의 서른 무렵은 서로 다르다. 웹 기획자, 교사, 주부에서 노조 간부, 시민단체 간사에 이르기까지 제각각의 오늘을 살고 있는 것이다. 아직 대학원생이거나 취업을 준비중인 늦깎이들도 있다. 오늘의 일상은 다르지만 이들의 기억속에 여전히 91년의 화인 자국은 지워지지 않았다. 누군가에게는 “민중의 거대한 힘을 목격한 가슴벅찬 기억”으로, 어떤 이에게는 “막 살지 못하게 하는 뭔가”로, 또다른 이에게는 “오늘의 운동을 밀어가는 힘”으로 새겨져 있다.

다큐멘터리 ‘1991년 1학년’은 살아남은 자의 부채의식에서 비롯됐다. 그 자신이 1991년 1학년이었던 김환태 감독은 명지대학교 동기생 강경대를 망월동에 묻으며 다짐했다고 한다. ‘너를 잊지 않으마.’ 그리고 10년 뒤 그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어렵게 자리잡은 프로덕션 감독일을 그만두고 다큐멘터리 제작에 뛰어든 것이다. 지난해 4월26일 강경대 열사 9주기 추모행사를 첫 촬영장으로 택한 이 다큐멘터리는 네 계절 동안 한반도 곳곳을 헤매다니며 완성됐다.

“그냥 다들 어떻게 사는지 궁금했어요. 새내기 시절,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거대한 꿈을 꿨던 친구들이 하나둘 좌절하고 위축되는 모습을 봐왔거든요. 저도 예외는 아니었고요. 우리가 서른살에도 여전히 소박한 꿈 하나는 품고 산다는 안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김 감독과 다큐스토리의 스태프들이 일년 동안 공을 들인 86분짜리 긴 안부편지 ‘1991년 1학년’은 지난 6월23일 동국대에서 첫 선을 보였다. 70여명 관객이 자리를 메운 이날 시사회에는 강경대 열사 10주기 추모행사에 맞춰 김 감독이 만든 또다른 다큐멘터리 ‘내 친구 강경대’도 함께 상영했다. 두 다큐멘터리의 상영을 원하는 사람이나 단체는 다큐스토리(02-3472-6367)로 연락하거나, 홈페이지(www.docustory.com)로 들어가 신청하면 된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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