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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민중가요에서 성악의 선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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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6-2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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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악을 전공했다면서 왜 민중가수가 됐나요?” 가수 박성환(29)씨를 늘 따라다니는, 참 재미없는 질문이다. “계속 성악했으면 이 나이에 음반내고 무대에도 자주 설 수 있겠어요?” 웃으면서 대답해도, 유학까지 다녀온 그가 ‘폼나는’ 미래를 팽개치고, 왜 ‘대중가요’도 아닌 ‘민중가요’판에 들어왔는지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 물론 박씨에게도 갈등의 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학시절, ‘야학’이 불우이웃돕기 정도인 줄 알고 시작했다가 노동자들과 함께 노래하는 ‘맛’을 알아버린 뒤 ‘내가 계속 이 일을 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에 빠졌다. 대학 2학년을 마친 뒤 떠난 독일유학길이 그에게는 일종의 ‘도피’였던 셈이다.

“1년 반 뒤 방학 때 잠시 한국에 들어왔어요. 야학 때 함께 노래하던 친구들을 다시 만나면서 완전히 코뀄지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독일로 돌아가길 포기하고 98년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시위현장뿐 아니라 시민단체나 지자체에 음악공연을 다니며 공연활동을 해오다 최근 첫 독집앨범을 냈다. 도종환, 정호승씨 등의 시에 선율을 붙인 그의 음반을 듣다보면 ‘이거 민중가요 맞아?’할 만큼 서정적이고 세련된 포크록음악들로 가득 차 있다.

“민중가요라면 딱딱한 투쟁가요만 떠올리지만 사실 민중이 대중이잖아요. 사랑도 하고 좌절도 하는…. 그런 평범한 사람들과 ‘희망’을 이야기해보자는 게 제 음반의 의도예요.”

박씨는 현장 공연활동 외에도 노동자들의 음악교실이나 지자체의 주부대상 음악교실 강사로 바쁘다. 수업시간에도 민중가요를 고집하기보다는 듣기 편한 대중가요를 가르치면서 민중가요에 대한 선입견이나 거부감을 없애는 데 중점을 둔다. “수업을 하다보면 평범한 주부들이 그 노래 가르쳐달라며 민중가요 배우기를 원할 때도 많아요.”

민중가요 같지 않은(?) 민중가요, 박성환의 음반을 시중에서 만나기는 아직 어렵다. 대신 그의 홈페이지(www.namusori.pe.kr)나 한국민족음악협의회(02-364-8031)에 신청하면 가수가 직접 정성스레 포장해서 보내주는 박씨의 음반을 만날 수 있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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