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위 설치 앞두고 노·사 쟁점 맞붙어… 만성적 차별 해소는 어떻게 가능한가
올 여름 노동현장이 ‘비정규직 노동기본권 보장’으로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여기 저기서 비정규직 차별철폐와 조직화를 내건 토론회가 연일 열리고 노사정위원회는 6월 중순 ‘비정규직문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이른바 ‘비정규직현상’이라 할 만하다.
비정규직문제는 각종 토론회 제목이 보여주듯 차별철폐와 조직화, 두 갈래로 나뉜다. 차별을 보면, 비정규직은 똑같은 노동자이지만 정규직에 비해 고용과 임금에서 심각한 불평등을 겪고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부소장의 분석 결과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은 정규직의 52.7%에 불과하지만 주당 노동시간은 47.5시간으로 정규직의 47.1시간보다 오히려 길다. 사회보험 가입률은 비정규직 형태별로 22∼25%에 불과하고, 상여금, 퇴직금, 시간외수당, 유급휴가·연월차 적용률은 16∼23%에 그친다.
노동현장 달구는 ‘비정규직현상’
이런 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조직화는 복수노조 결성 금지조항 등 법적인 부분이 있긴 하지만 노동운동 안에서 해결하면 된다. 그러나 차별은 다르다. 법적 제도적 문제이자 동시에 노동시장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노동부 이재갑 고용정책과장은 “비정규직은 제도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적 차원에서 함께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며 “비정규직 보호는 노동시장 유연성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의 본질은 어쩌면 여기에 있다. 비정규직문제를 불러온 게 바로 노동시장 유연화인데 유연화와 비정규직 보호를 함께 추구할 수 있는가. 이점은 논란을 빚고 있는 비정규직 규모와 무관하지 않다. 통계청은 지난해 8월 실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토대로 우리나라 비정규직노동자는 전체 임금노동자의 52%(674만명)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노동경제학회는 지난 1월 비정규직(비정형)이 전체 피고용자의 26.4%라고 다른 자료를 내놓았다. 반면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부소장은 비정규직은 전체 임금노동자의 58.4%(758만명)라고 반박했다. 모두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를 근거로 삼은 것인데 왜 이런 차이가 나는가. 김유선 부소장은 “사용자들이 해고를 쉽게 하고 인건비를 줄일 목적으로 정규직 일자리를 장기임시근로로 대체하고 있는 데 노동경제학회가 이런 현실을 의도적으로(?) 무시한 채 이들을 정규직으로 잘못 분류했다”고 말했다. 고용의 지속성 여부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가르는 주요 잣대이지만 비정규직 규모 논란이 보여주듯 비정규직은 존재형태가 복잡하다. 비정규직은 단기간노동자(주로 계약기간 1년 미만의 임시직 또는 일용직), 시간제노동자(파트타임 노동자), 파견노동자, 개인도급노동자(학습지 교사, 보험모집인, 캐디 등), 용역노동자, 호출노동자(파출부, 간병인 등), 재택노동자, 가내노동자(완구제조 노동자 등) 등으로 분류된다. 비정규직 노동기본권 보장을 둘러싼 쟁점도 이런 다양한 존재형태 때문에 복잡한 양상을 띤다. 쟁점은 크게 보면 △기간제 근로계약의 기간 및 엄격한 사유제한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금지 명문화 △파견노동자 허용업종 축소 △시간제노동자의 노동시간 규제로 정리된다. 우선 근로계약기간을 보면, 근로기준법 23조는 “근로계약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것과 일정한 사업완료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그 기간은 1년을 초과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년 초과 금지는 노동자가 그만두고 싶어도 장기 고용계약 때문에 강제노동을 하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줄곧 논란이 돼왔지만 이 대목은 대법원의 두 가지 판례가 노동시장을 규율하고 있다. 하나는 ‘기간제노동자라도 수차례에 걸쳐 그 기간의 갱신이 반복된 경우에는 사실상 기간의 정함이 없는 노동자와 다를 바 없다’는 판결이고, 다른 하나는 ‘1년을 초과한 근로계약도 유효하다’는 판결이다. 노동계는 앞의 판결을 근거로, 계약기간을 현행 1년으로 두되 반복 갱신을 통해 2년 이상 고용할 때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약으로 간주(정규직 전환)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사용자쪽은 뒤의 판결을 근거로 계약기간 상한을 3년으로 더 늘리자고 주장한다. 노동부도 “계약기간을 3년으로 늘리면 그만큼 비정규직의 고용이 보장되는 게 아니냐”며 3년 연장을 비정규직 보호대책으로 내놓고 있다. 그러나 3년 연장은 사용자가 정규직조차 핵심적인 일자리를 제외하고는 3년 미만의 비정규직으로 돌릴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비정규직을 확대재생산하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사용자쪽은 쉽게 해고하고 값싸게 부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1년에서 단 하루가 모자라는 364일마다 계약을 반복 갱신하면서 장기임시근로를 쓰고 있다. 4∼5년씩 근무했어도 하루아침에 7천여명이 해고된 한국통신 계약직노동자들이 이를 보여준다. 계약근로 사유 제한·차별금지 명문화 등 대립
그래서 노동계가 비정규직 대책으로서 가장 강조하는 것이 ‘계약근로의 엄격한 사유 제한’이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조진원 사무국장은 “기간제 근로계약 허용 사유를 엄격하게 제한하지 않은 채 이뤄지는 보호대책은 개악으로 끝날 게 뻔하다”며 “사용자가 기간제 계약을 남용할 여지를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비정규직노동센터 등으로 구성된 ‘비정규노동자 공동대책위’는 출산, 육아, 질병으로 생긴 일시적인 업무 및 계절적 업무 등으로 계약근로의 사유를 제한하는 안을 내놓고 있다. 그외에는 계약근로를 아예 못하도록 못박자는 것이다. 물론 노동시장 유연화를 부르짖는 사용자로서는 “계약근로 사유 제한은 있을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금지 명문화 역시 비정규직문제의 한복판에 놓여 있는 것으로 노사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점이다. 근로기준법 제5조는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남녀의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며 국적, 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다. ‘비정규노동자 공대위’는 비정규직 노동기본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려면 이 조항에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금지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경영자총협회 김정태 이사대우는 “이는 절대 받을 수 없다”며 “직무에 따른 업무가 다른데 어떻게 똑같은 임금을 줄 수 있느냐”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이 논리는 왜 사용자가 비정규직을 선호하는가, 라는 점을 들여다보면 금방 깨지고 만다. 김정태 이사대우 스스로도 “기업이 비정규직을 선호하는 건 낮은 임금으로 쓸 수 있고 고용조정이 쉽기 때문”이라며 “비정규직을 쓴다 해서 생산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라고 털어놓았다. 비정규직 직무가 따로 존재한다기보다 정규직 일감을 의도적으로 비정규직에게 맡기고 있는 것이다.
파견노동자를 둘러싸고 노동계는 △계약근로와 마찬가지로 파견노동자를 2년 이상 사용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 △중간착취이므로 파견제도 자체를 금지시키거나 파견허용 업종을 축소할 것 △정규직 일자리를 파견노동으로 대체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동일한 업무에 파견노동 계속 사용을 금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경총은 파견허용 업종을 오히려 현행 26개 업종에서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고도 쉬운데다 임금도 낮은 비정규직을 더 많이 쓸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달라는 것이다.
노동계가 요구하는 시간제노동자 보호대책도 파견노동자 대책과 비슷하다. 근로기준법 제21조는 단시간근로자를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이 당해 사업장의 동종 업무에 종사하는 통상근로자에 비해 짧은 근로자”라고 모호하게 정하고 있다. 비정규 공대위는 “이 때문에 기업들이 사실상 상용직 노동인데도 시간제노동자를 그 자리에 편법으로 쓰고 있다”며 통상노동시간의 70%로 시간제노동 상한을 규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시장 유연화에 대한 깊은 성찰 절실
이처럼 비정규직문제는 비정규직 확산을 막는 게 곧 차별금지와 맞물려 있다고 보는 노동계와 끊임없이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대체하려는 사용자의 의도 사이에 놓여 있다. 그런 만큼 앞으로 노사정위에서 합의할 수 없다는 점만 합의한 채 시간만 보낼 공산도 크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조진원 사무국장은 “비정규직은 기왕의 기득권을 나누자는 게 아니라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생존권적 기본권을 박탈당한 노동자의 인간존엄성이 걸린 문제인 만큼 주고받는 협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비정규직 노동권이 보장되는 ‘안정성을 갖춘 유연화’는 가능한가. 이에 대한 답은 비정규직 차별이 어디에서 비롯되고 있는지가 말해준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비정규직문제의 본질은 ‘시장의 폭력’과 ‘자본의 횡포’라고 말한다. 노동시장 유연화가 비정규직을 낳고 자본은 노동을 분할지배하면서 쉽게 통제하기 위해 비정규직을 확대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가는 ‘가교’(架橋)로서가 아니라 한번 빠지면 헤어날 수 없는 구조적 ‘함정’으로서 존재한다. 이를 거꾸로 뒷받침해주듯 경총 김정태 이사대우는 “비정규직문제는 정규직의 높은 임금과 어려운 해고 등 과잉보호 탓”이라며 비정규직 차별의 적은 노동자 내부에 있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월간 <비정규노동> 김주환 기획위원은 “비정규직노동자의 부당한 차별에 정규직이 침묵하고 동조하는 것은 두려움 때문”이라며 “이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과 대립을 통해 노동을 마음대로 지배하려는 자본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차별의 적은 노동자 ‘바깥’에 있다는 얘기다. 노동시장 유연화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없이 ‘안정성을 갖춘 유연화’의 지혜를 찾기 어려운 건 이 때문이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심각한 불평등을 겪고 있다. 7천여명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한국통신 계약직 노동자들.(사진/ 이정용 기자)
이런 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조직화는 복수노조 결성 금지조항 등 법적인 부분이 있긴 하지만 노동운동 안에서 해결하면 된다. 그러나 차별은 다르다. 법적 제도적 문제이자 동시에 노동시장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노동부 이재갑 고용정책과장은 “비정규직은 제도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적 차원에서 함께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며 “비정규직 보호는 노동시장 유연성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의 본질은 어쩌면 여기에 있다. 비정규직문제를 불러온 게 바로 노동시장 유연화인데 유연화와 비정규직 보호를 함께 추구할 수 있는가. 이점은 논란을 빚고 있는 비정규직 규모와 무관하지 않다. 통계청은 지난해 8월 실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토대로 우리나라 비정규직노동자는 전체 임금노동자의 52%(674만명)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노동경제학회는 지난 1월 비정규직(비정형)이 전체 피고용자의 26.4%라고 다른 자료를 내놓았다. 반면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부소장은 비정규직은 전체 임금노동자의 58.4%(758만명)라고 반박했다. 모두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를 근거로 삼은 것인데 왜 이런 차이가 나는가. 김유선 부소장은 “사용자들이 해고를 쉽게 하고 인건비를 줄일 목적으로 정규직 일자리를 장기임시근로로 대체하고 있는 데 노동경제학회가 이런 현실을 의도적으로(?) 무시한 채 이들을 정규직으로 잘못 분류했다”고 말했다. 고용의 지속성 여부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가르는 주요 잣대이지만 비정규직 규모 논란이 보여주듯 비정규직은 존재형태가 복잡하다. 비정규직은 단기간노동자(주로 계약기간 1년 미만의 임시직 또는 일용직), 시간제노동자(파트타임 노동자), 파견노동자, 개인도급노동자(학습지 교사, 보험모집인, 캐디 등), 용역노동자, 호출노동자(파출부, 간병인 등), 재택노동자, 가내노동자(완구제조 노동자 등) 등으로 분류된다. 비정규직 노동기본권 보장을 둘러싼 쟁점도 이런 다양한 존재형태 때문에 복잡한 양상을 띤다. 쟁점은 크게 보면 △기간제 근로계약의 기간 및 엄격한 사유제한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금지 명문화 △파견노동자 허용업종 축소 △시간제노동자의 노동시간 규제로 정리된다. 우선 근로계약기간을 보면, 근로기준법 23조는 “근로계약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것과 일정한 사업완료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그 기간은 1년을 초과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년 초과 금지는 노동자가 그만두고 싶어도 장기 고용계약 때문에 강제노동을 하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줄곧 논란이 돼왔지만 이 대목은 대법원의 두 가지 판례가 노동시장을 규율하고 있다. 하나는 ‘기간제노동자라도 수차례에 걸쳐 그 기간의 갱신이 반복된 경우에는 사실상 기간의 정함이 없는 노동자와 다를 바 없다’는 판결이고, 다른 하나는 ‘1년을 초과한 근로계약도 유효하다’는 판결이다. 노동계는 앞의 판결을 근거로, 계약기간을 현행 1년으로 두되 반복 갱신을 통해 2년 이상 고용할 때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약으로 간주(정규직 전환)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사용자쪽은 뒤의 판결을 근거로 계약기간 상한을 3년으로 더 늘리자고 주장한다. 노동부도 “계약기간을 3년으로 늘리면 그만큼 비정규직의 고용이 보장되는 게 아니냐”며 3년 연장을 비정규직 보호대책으로 내놓고 있다. 그러나 3년 연장은 사용자가 정규직조차 핵심적인 일자리를 제외하고는 3년 미만의 비정규직으로 돌릴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비정규직을 확대재생산하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사용자쪽은 쉽게 해고하고 값싸게 부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1년에서 단 하루가 모자라는 364일마다 계약을 반복 갱신하면서 장기임시근로를 쓰고 있다. 4∼5년씩 근무했어도 하루아침에 7천여명이 해고된 한국통신 계약직노동자들이 이를 보여준다. 계약근로 사유 제한·차별금지 명문화 등 대립

비정규직의 노동권은 보장받을 수 없는가. 노사정위원회 관계자들이 비정규직문제를 논의하고 있다.(사진/ 이정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