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론 개혁 과업을 위해서 관찰할 것들과 세워야 할 계획들 및 실행해야 할 것들은 많다. 흔히 간과되고 있는 것 한 가지만 말해본다. 우선 종합대학교 내의 단과대학 및 학부의 구분과 편성을 학생 확보 위주로 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지금까지 그런 접근방식이 그 확보의 목적도 달성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교육과 연구를 위한 시스템으로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작 필요한 것은 인력으로서 교수의 재배치다. 한 예로 서구 대학에서는 수학자가 경제학과 교수로, 물리학자가 철학과 교수로, 철학자가 문학을 비롯한 예술대학에, 사학자가 법과대학에, 미술가가 이공대학에 재직하는 것 등이 별스러운 일이 아니다. 물론 마구잡이로 섞여 있지는 않다. 원칙적으로 전공자와 전공학과 또는 학부는 일치시키되 일정 부분은 이런 교류를 필요로 한다. 이는 말만 무성했던 우리 학계의 어떤 문제에 대한 구체적 해결 창구를 제공할 수 있다. 우리나라 학자들은 몇년 전부터 학제적(學際的) 연구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하지만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학제 연구를 시행했는지는 매우 의심스럽다. 의지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뛰어난 지식과 도덕성과 의지를 가진 사람들에게도 제대로 된 시스템이 필요하다. 더구나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결여되어 있어서 그 필요성에 대해 의식조차 할 수 없던 시스템 말이다. 그리고 시스템은 그냥 ‘만남’이 아니라 구체적 성과를 이루게 하는 실질적 만남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또한 상당수 기초학문 전공자들을 합리적으로 대학시스템 내에 흡수, 재배치하는 길이 될 것이며, 자동적으로 기초학문 위기 해결을 위한 하나의 열쇠가 될 수 있다. 기초학문은 그냥 생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기초학문 전공자들이 연구활동을 계속할 수 있을 때, 살아남아 지속적인 발전을 하고 여타 학문의 성장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기초 자양분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최근 모대학교에서 있었던, 더 나은 위상을 차지하기 위한 단과대학 사이의 불필요한 투쟁을 없애는 효과를 줄 수 있다. 산학협동을 위한 능력을 위하여 각 전공분야의 학자 및 예술가들 사이에서(특히 기초분야와 응용분야 사이에서) 상호 참여, 지원, 개입, 협동을 항시적으로 연습하면, 이 나라의 또다른 고질인 산학협동의 문제해결에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학문과 예술의 각 분야 사이에서 서로 소통하고 협력해 버릇해야 산학협동을 위한 능력도 키워지는 법이다. 그러면 21세기에 지식인의 역할이 무엇인지 올바르게 인식하게 될 것이며, 어느 곳에서 무엇을 위해 어떻게 참여해야 하는지도 눈에 보일 것이다. 20세기에 문인과 학자들의 참여를 뜻하는 앙가주망은 사회·정치 참여였다. 이에 더하여 ‘21세기 앙가주망’의 새로운 차원은 포괄적 의미에서 ‘문화 참여’다. 21세기가 지식과 창의성 및 문화의 시대라는 것은 지식으로 문화의 각 분야에 참여해서 창조적 성과를 이루어낸다는 뜻이다. 학생 수가 줄어드는 위기의 시대, 대학개혁을 위한 과제의 하나도 여기에 있다. 다각적 참여와 창조적 성과를 이루어내는 대학은 학생들에게 실질적 혜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용석/ 전 로마 그레고리안대 교수·철학 uchronia@netsg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