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사랑마을'에서 결핍을 나누세요
등록 : 2000-08-16 00:00 수정 :
(사진/뇌성마비 아이들이 휠체어를 끌고 있는 청소년자원봉사단)
“초등학교때 다리가 불편한 아이가 있었는데 피해다녔어요. 근데 여기 얘들을 보니까 너무 안됐어요. 불쌍해요. 자기가 이렇게 되고 싶어서 팔 다리를 못쓰게 된 것도 아닐텐테….피해다녔던 애를 같은 짝으로 친구삼았으면 좋겠어요.”
청소년자원봉사단이라고 쓰인 노란 웃옷을 입은 아름(14.서울 영락중학교 1학년)이가 안쓰럽다는 표정을 지어 보인다. 5평 남짓되는 방 바닥에는 서너살밖에 안돼 보이는 장애아 대여섯명이 여기저기 누워 천장만 쳐다보고 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일어나 앉아본 적이 없는 뇌성마비 아이들다. 아름와 같은 방에서 장애아들과 놀아주고 있던 친구 애솔(14)이도 한 마디한다. “이렇게 아픈 애들은 처음봐요. 애들이 살수 있는 이런 집이 많이 부족한 것같아요. 돌봐줄 사람도 많았으면 좋겠어요.”
지난 8월 2일 경기도 광주에 있는 중증 장애인 복지시설인 ‘한사랑마을’. 아름이나 애솔이처럼 서울에서 학교에 다니는 중학생과 고교생 43명이 하루 자원봉사를 왔다. 한 방에서 함께 생활하는 장애인은 7-8명. 20여개 방마다 2명씩 들어가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자원봉사단 옷을 입고 있지 않더라도 누가 장애아고 누가 봉사단인지는 금방 알수 있다. 서있는 쪽은 죄다 봉사나온 아이들이고 누워있는 쪽은 다들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휠체어에 앉아있는 장애아들도 간혹 눈에 띈다.
“선생님들이 무서워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전혀 무섭지도 놀랍지도 않았어됴.근데 좀 답답할 것 같아요.” 방바닥에 누워 색년필로 종이색칠을 하고 있는 형일(14.뇌성마비 장애인)이가 연신 침을 흘리자 휴지로 입술을 닦아내주며 만호(14.서울 동마중 1학년)가 말했다. 형일이가 쥔 색연필이 자꾸만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간다. 그럴때마다 만호가 색연필을 다시 꼭 쥐어주지만 그래도 얼마못가 다시 삐져나오고 만다. “형일아, 나와같이 있으니 어때?” 만호가 계속 말을 건다. 닦아도 닦아도 계속 침이 흐르는 입가에 희미한 그러나 밝은 웃음이 번진다. 형일이는 말을 못한다.
혜미(14.태릉중학교 1학년)는 여기온지 3시간이 다 돼가는데 자기 앞에 누워있는 현숙(중중 뇌성마비 장애인)이에게 아직 한 마디도 걸어보지 못한채 무엇을 어떻게 도와줘야하는지 막막해 하고만 있다. “장래 희망이 의사예요. 의사가 되면 이 아이들을 돌봐주고 싶어요”라고 말은 했지만 혜미는 선뜻 현숙에게 손을 내밀지 못했다. “이름도 물어보고 해봐” 지켜보던 한사랑마을의 한 교사가 시켜도 혜미는 영 어색하기만 한 모양이다. 몇 분뒤 다시 가본 그 방에서 언제 그랬냐는 듯,혜미가 현숙이에게 아이스크림을 떠 먹이고 있었다.
혜미가 있는 방 앞에서는 작은 승강이가 벌어지고 있다. “형석아 어디로 가, 이쪽으로 가야지, 안돼 저쪽은. 이제 그만 돌아가자.” 형석이가 탄 휠체어를 끌어주던 대우(14.동마중 1학년)가 휠체어를 반대편으로 되돌리려 애쓰고 있지만 계속 더 가려는 형석은 막무가내다. 안된다고 말하는 대우의 손짓이 바빠졌다. “형석아, 그럼 저쪽으로는 가지말고, 더 내려가자”결국 둘은 의기투합해 씽씽 휠체어를 움직인다.
한사랑마을에서의 자원봉사는 뉘엿뉘엿 여름 해가 질 무렵 끝났다. 자원봉사단을 이끌고 온 서울시 청소년자원봉사센터 이상규씨는 이렇게 말했다. “장애아 친구들에 모자란 것을 자신들이 도와서 조금이라도 채워줄수 있었다는데 다들 보람을 느꼈을 거예요. 나누면서 결핍을 배운 것이죠.”
조계환 기자
kye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