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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수렁에서 나온 ‘테니스 여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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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6-1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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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 아니었다. 이제는 그랜드슬램 차례다.

제니퍼 캐프리아티(25·미국). 올 정월 오스트레일리아오픈에서 깜짝 우승을 하며 화려하게 테니스 무대에 복귀했던 이 여걸이 또다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캐프리아티는 지난 6월9일 프랑스 롤랑가로코트에서 열린 프랑스오픈에서 올해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캐프리아티는 올해 열린 두개의 메이저대회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지난 오스트레일리아오픈 우승이 일회성이 아님을 입증했다.

캐프리아티는 오스트레일리아오픈 우승으로 세계 스포츠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극적인 재기를 보여줬던 비운의 스타. 90년 3월 열세살 나이에 보카레이튼대회 결승에 오르면서 ‘테니스 신동’으로 불렸던 캐프리아티는 이듬해 열다섯살에 메이저대회인 미국오픈에서 준우승하며 일찌감치 최고의 여자 테니스선수가 됐다.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는 금메달까지 따면서 그야말로 전성기에 올랐다.

그러나 너무 일찍 피어났기 때문이었을까. 그뒤로 캐프리아티는 충격적인 몰락의 길을 걸었다. 어린 나이에 너무 유명해지며 심리적 부담을 느낀 탓에 비뚤어지기 시작했다. 93년 보석을 훔치다 체포됐고, 94년에는 마약을 지니고 있다가 또다시 체포돼 재활센터에 들어가야 했다. 한동안 코트를 떠났던 캐프리아티는 94년 복귀전에서 1회전에 탈락하며 또다시 운동을 멈췄다. 96년에 다시 마음을 다잡아 도전했지만 6개 대회에서 연속으로 첫판에 탈락했고, 98년에는 세계랭킹 267위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으며 꾸준히 도전한 끝에 마침내 올해 진정한 전성기를 맞은 것이다.

이제 세계 테니스계의 관심은 과연 캐프리아티가 과연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다. 그랜드슬램이란 세계 4대 테니스대회인 윔블던, 미국오픈, 프랑스오픈, 오스트레일리아오픈에서 모두 우승하는 것. 1년 동안 이 네개 대회를 연속 우승한 선수는 슈테피 그라프 등 단 세명뿐이었다. 나브라 틸로바도, 크리스 에버트도 하지 못한 이 위업을 ‘돌아온 탕아’ 캐프리아티가 이뤄낸다면 그의 인간승리는 더욱 값진 평가를 받을 것이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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