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을 모아 목마름 달랜다
등록 : 2001-06-13 00:00 수정 :
“지하수, 하천수 등 모든 물의 근원은 다 빗물입니다. 농민들을 애타게 만드는 극심한 가뭄도 수원이 모자라서 그런 겁니다. 무심코 흘려보내는 빗물을 잘 모아두고 쓴다면 물 부족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오지 않는 비를 무작정 기다리며 하늘만 탓할 게 아니라 이미 내린 비를 잘 가둬두고 필요할 때 쓰자. 서울대 한무영(45·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가 제안하는 ‘빗물모으기운동’은 이처럼 간단하다. 수많은 댐을 만들어 빗물을 저장하자는 말이 아니냐고 대수롭잖게 넘겨버릴 수 있지만 댐 건설은 수천억원이 들어가는데다 환경훼손 논란을 부른다는 점에서 쉬운 일이 아니다.
한 교수의 제안은 홍수 같은 큰비가 오더라도 다 흘려보내지 말고 집집마다 빗물탱크를 설치하거나 들녘에 습지나 웅덩이를 파 땅 속에 빗물을 가둬두자는 것이다. 가뭄 극복을 위해 횃불을 든 채 밤새워 말라붙은 지하수를 파는 농민들의 안타까운 모습을 보며 한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내린 빗물이 하천을 통해 흘러가지 않고 땅 속으로 스며들게 웅덩이 같은 것을 파놓으면 그 빗물이 지하수가 되어 가뭄 때 끌어내 쓸 수 있습니다. 홍수로 난리가 나고 물이 모자라면 또 쩔쩔매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잖아요.” 어찌 보면 그의 제안은 국토 자체를 대형 물그릇처럼 만들자는 얘기다. 댐 같은 큰 그릇에 빗물을 저장해뒀다가 필요 할 때 공급하면 되겠지만 홍수가 나면 그 물을 다 버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가정에서는 빗물탱크를 설치하면 된다. “빗물에 섞인 먼지를 걸러내는 장치를 탱크 안에 설치하면 청소나 설거지에 쓰이는 생활용수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산성비도 중화시키면 급할 때 식수로도 이용할 수 있고요.” 현행법상으로는 종합운동장과 실내체육관 등 일부 대형건물에만 빗물이용시설 설치가 의무화돼 있다. 하지만 국가가 댐건설 비용 중 일부를 빗물탱크 보조금으로 지원해주면 큰돈을 들이지 않고 환경친화적으로 빗물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게 한 교수의 생각이다.
그가 ‘빗물모으기운동’에 나선 건 2년 전 일본을 방문했을 때 집집마다 빗물탱크가 설치된 것을 보면서부터다.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빗물을 제대로 활용하면 가뭄도 덜고 홍수까지 예방할 수 있다는 생각이 퍼뜩 든 것이다. 한 교수는 빗물이용을 운동으로 확산하기 위해 홈페이지(
waterfirst.snu.ac.kr)를 개설한 데 이어 동료 교수들과 ‘빗물이용연구회’를 띄워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