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1호 성역깨기 ‘유종환과 밀리오레 상인 회장의 죽음’
화장실에서까지 감시당하는 고 김재만 회장의 딸…검찰 수사에도 ‘핵심’은 쏙 빠졌다
‘동대민국’.
동대문 밀리오레 상인들은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이렇게 부르고 있다. 이 말 속에는 현재 밀리오레 운영·관리권을 행사하고 있는 기구(운영위원회 및 관리단)가 법도 무시한 채 갖가지 불법 부당한 행태를 저지르며 자기들만의 거대한 공화국을 형성하고 있다는 비꼼이 농축돼 있다.
또 다른 ‘동대문 밀리오레’들 <한겨레21> 361호 ‘성역깨기’로 동대문 밀리오레 상가 운영·관리권을 둘러싼 불법·비리 의혹을 다룬 뒤 여러 곳에서 전화 및 전자우편 연락을 받았다. 종로3가 ㄷ상가에서도 동대문 밀리오레와 똑같은 짓이 저질러지고 있으니 꼭 취재해달라는 요청, 명동 밀리오레에서 장사하는 아내가 보증금도 못 받고 나앉게 생겼다며 분을 삭이지 못하는 ㅇ화학 직원…. 동대문 밀리오레 상인들의 전화도 이어졌다. 그 가운데는 고(故) 김재만 회장의 딸 김혜림씨도 있었다. 당시 기사에서 언급한 것처럼 김 회장은 밀리오레 상인들의 단체인 ‘밀리오레를 사랑하는 모임’(밀사모)을 앞장서 이끌며 운영·홍보비 납부 거부 운동을 벌이다가 지난 5월18일 불상사로 숨졌다. 현충일 전날인 6월5일 오후 휴대폰으로 연락을 해온 김씨는 간단한 인사와 함께 자신이 지금 당하고 있는 기막한 처지를 하소연했다. 세상을 뜬 아버지 뒤를 이어 밀리오레 3층 숙녀복 점포를 꾸려가고 있는데, 건물 경비원들이 화장실 입구까지 졸졸 따라다니며 감시를 하고 있어 장사도 장사이려니와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는 것이다. 이런 희한한 일이 벌어지는 현실을 이해하자면, 현행 밀리오레 운영·관리체제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지난번 기사에서 일부 거론했듯이 동대문 밀리오레의 운영·관리체제는 두축으로 이뤄져 있다. 입·퇴점을 비롯한 상가운영을 관장하는 운영위원회(대표 이희경 수석이사)와 시설(빌딩)관리를 맡고 있는 관리단(의장 유종환 (주)밀리오레 사장)이 그것이다.관리단은 밀리오레M&D(관리본부)에 용역을 줘 관리를 대행케 하고 있으며 관리업무 가운데 경비업무는 썬워즈라는 회사가 맡고 있다. ‘동대민국’에 빗댄다면 운영위는 나라의 대소사를 결정하는 국회, 관리단은 무력으로 질서를 잡는 국방부에 해당한다. 관리본부는 육군본부, 썬워즈는 경찰청이라고 하면 적절할까. 여기서 문제가 되는 점은 밀리오레의 국회, 국방부가 아무런 법적 근거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동대문 밀리오레처럼 소유권이 낱낱이 쪼개져(구분돼) 있는 건물 및 그 대지·부속건물의 관리는 구분소유자가 관리단을 구성해 맡도록 돼 있다. 그런데도 동대문 밀리오레의 경우 유종환 (주)밀레오레 사장이 지난 98년 상가를 지어 판 뒤 지금까지 운영·관리권을 일방적으로 주도해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구분소유자협의회는 현 관리단의 해체를 요구하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해놓고 있다. 이런 법적 타당성 못지않은 시빗거리는 관리단이 질서유지를 명목으로 폭력을 수반한 각종 불법·비리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회격인 운영위를 둘러싼 논란은 좀더 복잡하다. 대형상가의 운영위 구성에 대한 법규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형상가의 운영은 관례에 따라 상인들의 모임에서 층별 대표를 뽑고 이들이 모여 운영위를 구성하는 게 통설로 굳어져 있다. 그런데도 동대문 밀리오레 운영위는 이런 최소한의 절차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성문법은 없지만, 관습에 따라 상인총회를 열어 운영위를 구성하는 정상적인 과정이 철저히 무시된 것이다. 현행 운영위는 지난 6월6일 상인총회를 열었다. 밀사모 상인들은 이를 현행 운영위 및 관리단의 합법화를 꾀하는 시도로 풀이했다. 그런데 이날 회의에 참석한 상인은 밀사모 회원 40여명을 합쳐도 300명 안팎에 지나지 않았다. 밀리오레 전체 상인이 1838명에 이르기 때문에 아무런 결정도 내릴 수 없는 수준이었다. 법조차 무시하는 대형 복합상가 운영·관리기구의 횡포는 동대문 밀리오레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툼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서울지방검찰청은 6월9일 ‘집합 상가 관리 관련비리’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서울지검 강력부는 이에 앞서 지난 3월부터 동대문 밀리오레를 비롯한 대형상가를 대상으로 불법·비리의혹에 대한 조사를 벌여온 터였다. 검찰 수사결과 밀리오레 등 대형상가 관리업체들은 점포주들을 협박해 임대·관리권을 빼앗고 입주상인들에게 보증금 외 웃돈(속칭 핏값)을 받는 등 각종 비리를 저절러온 게 상당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이번 수사에서만 무려 51명이 무더기로 적발돼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되거나 수배를 받게 됐다. 그렇지만 밀사모를 중심으로 한 상인들은 이런 수사결과에 대해 그다지 흡족해하지 않는다. 어찌된 일인지 실제 뒤에서 힘을 행사하는 ‘핵심’은 쏙 빠져 있다는 것이다. 동대문지역을 관할하고 있는 중부경찰서의 조사(각종 불법·폭력행위 신고건)에 대해서도 극도의 불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번에 대형상가의 관리회사에 대한 불법·비리행위에 대한 검찰의 수사결과가 나오긴 했지만, 동대문 밀리오레를 둘러싼 다툼의 해결은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는 안개국면이다. 동대민국의 ‘국민’들이 ‘주권’을 찾는 날은 언제쯤일까.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사진/ 밀리오레를 사랑하는 모임(밀사모) 회원상인들이 고 김재만 회장의 사인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또 다른 ‘동대문 밀리오레’들 <한겨레21> 361호 ‘성역깨기’로 동대문 밀리오레 상가 운영·관리권을 둘러싼 불법·비리 의혹을 다룬 뒤 여러 곳에서 전화 및 전자우편 연락을 받았다. 종로3가 ㄷ상가에서도 동대문 밀리오레와 똑같은 짓이 저질러지고 있으니 꼭 취재해달라는 요청, 명동 밀리오레에서 장사하는 아내가 보증금도 못 받고 나앉게 생겼다며 분을 삭이지 못하는 ㅇ화학 직원…. 동대문 밀리오레 상인들의 전화도 이어졌다. 그 가운데는 고(故) 김재만 회장의 딸 김혜림씨도 있었다. 당시 기사에서 언급한 것처럼 김 회장은 밀리오레 상인들의 단체인 ‘밀리오레를 사랑하는 모임’(밀사모)을 앞장서 이끌며 운영·홍보비 납부 거부 운동을 벌이다가 지난 5월18일 불상사로 숨졌다. 현충일 전날인 6월5일 오후 휴대폰으로 연락을 해온 김씨는 간단한 인사와 함께 자신이 지금 당하고 있는 기막한 처지를 하소연했다. 세상을 뜬 아버지 뒤를 이어 밀리오레 3층 숙녀복 점포를 꾸려가고 있는데, 건물 경비원들이 화장실 입구까지 졸졸 따라다니며 감시를 하고 있어 장사도 장사이려니와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는 것이다. 이런 희한한 일이 벌어지는 현실을 이해하자면, 현행 밀리오레 운영·관리체제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지난번 기사에서 일부 거론했듯이 동대문 밀리오레의 운영·관리체제는 두축으로 이뤄져 있다. 입·퇴점을 비롯한 상가운영을 관장하는 운영위원회(대표 이희경 수석이사)와 시설(빌딩)관리를 맡고 있는 관리단(의장 유종환 (주)밀리오레 사장)이 그것이다.관리단은 밀리오레M&D(관리본부)에 용역을 줘 관리를 대행케 하고 있으며 관리업무 가운데 경비업무는 썬워즈라는 회사가 맡고 있다. ‘동대민국’에 빗댄다면 운영위는 나라의 대소사를 결정하는 국회, 관리단은 무력으로 질서를 잡는 국방부에 해당한다. 관리본부는 육군본부, 썬워즈는 경찰청이라고 하면 적절할까. 여기서 문제가 되는 점은 밀리오레의 국회, 국방부가 아무런 법적 근거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동대문 밀리오레처럼 소유권이 낱낱이 쪼개져(구분돼) 있는 건물 및 그 대지·부속건물의 관리는 구분소유자가 관리단을 구성해 맡도록 돼 있다. 그런데도 동대문 밀리오레의 경우 유종환 (주)밀레오레 사장이 지난 98년 상가를 지어 판 뒤 지금까지 운영·관리권을 일방적으로 주도해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구분소유자협의회는 현 관리단의 해체를 요구하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해놓고 있다. 이런 법적 타당성 못지않은 시빗거리는 관리단이 질서유지를 명목으로 폭력을 수반한 각종 불법·비리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회격인 운영위를 둘러싼 논란은 좀더 복잡하다. 대형상가의 운영위 구성에 대한 법규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형상가의 운영은 관례에 따라 상인들의 모임에서 층별 대표를 뽑고 이들이 모여 운영위를 구성하는 게 통설로 굳어져 있다. 그런데도 동대문 밀리오레 운영위는 이런 최소한의 절차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성문법은 없지만, 관습에 따라 상인총회를 열어 운영위를 구성하는 정상적인 과정이 철저히 무시된 것이다. 현행 운영위는 지난 6월6일 상인총회를 열었다. 밀사모 상인들은 이를 현행 운영위 및 관리단의 합법화를 꾀하는 시도로 풀이했다. 그런데 이날 회의에 참석한 상인은 밀사모 회원 40여명을 합쳐도 300명 안팎에 지나지 않았다. 밀리오레 전체 상인이 1838명에 이르기 때문에 아무런 결정도 내릴 수 없는 수준이었다. 법조차 무시하는 대형 복합상가 운영·관리기구의 횡포는 동대문 밀리오레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툼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서울지방검찰청은 6월9일 ‘집합 상가 관리 관련비리’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서울지검 강력부는 이에 앞서 지난 3월부터 동대문 밀리오레를 비롯한 대형상가를 대상으로 불법·비리의혹에 대한 조사를 벌여온 터였다. 검찰 수사결과 밀리오레 등 대형상가 관리업체들은 점포주들을 협박해 임대·관리권을 빼앗고 입주상인들에게 보증금 외 웃돈(속칭 핏값)을 받는 등 각종 비리를 저절러온 게 상당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이번 수사에서만 무려 51명이 무더기로 적발돼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되거나 수배를 받게 됐다. 그렇지만 밀사모를 중심으로 한 상인들은 이런 수사결과에 대해 그다지 흡족해하지 않는다. 어찌된 일인지 실제 뒤에서 힘을 행사하는 ‘핵심’은 쏙 빠져 있다는 것이다. 동대문지역을 관할하고 있는 중부경찰서의 조사(각종 불법·폭력행위 신고건)에 대해서도 극도의 불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번에 대형상가의 관리회사에 대한 불법·비리행위에 대한 검찰의 수사결과가 나오긴 했지만, 동대문 밀리오레를 둘러싼 다툼의 해결은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는 안개국면이다. 동대민국의 ‘국민’들이 ‘주권’을 찾는 날은 언제쯤일까.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