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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대지의 숨결에 예술의 향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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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6-1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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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열렸던 <안성죽산국제예술제2001>(6월1∼4일)을 찾은 관객은 객석 뒤쪽에서 이상한 곳을 보게됐다. 100m 너비의 산중턱 평지에 짧은 대나무 줄기들이 흰 흙덩어리를 머리처럼 달고 꼬리를 이어 서 있었고, 대나무 사이사이에 붉은 끈이 연결돼 있었다. 웬 밀교의 신전?

“이게 뭡니까? 무슨 뜻이죠?” 묻는 방문객에게 이 구조물을 설치한 덴마크 출신의 대지미술가 루이스 빌스가드(27)는 “당신이 느끼는 바로 그거죠”라고 친절하게, 그러나 다소 난해한 대답을 했다. 대지미술이란 주로 산이나 들, 바다 등 거대한 자연물을 도화지 삼아 작업하는 일종의 설치미술로,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보여주면서 예술의 일시적 성격을 조명하거나 재료 또는 재질로서의 자연에 대한 재인식을 환기시키는 현대예술의 한 장르. 이번 작업에서도 처음에는 구조물을 망가뜨릴까 조심조심 걷던 관객이 작가의 권유로 자유롭게 붉은 실을 밟으면서 신기한 놀이에 동참했다. 예술제 기간 동안 대나무에 꽂은 축축한 흙덩어리가 점점 굳고 부스러져가면서, 그리고 붉은 실이 사람들의 발걸음에 끊어지고 눌리면서 빌스가드의 작품 <하나>(One)는 서서히 ‘완성’됐다.

“제게 예술이란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의 건강한 균형상태지요. 늘 같은 모습인 것 같은 자연을 새롭게 보게 하는 방식이기도 하고요.” 빌스가드가 자연물을 매개로 작업을 하는 이유다. 그가 본래 가장 좋아하는 재료는 얼음이다. “자연에 존재하는 거대한 얼음조각이 공기와 바람 그리고 햇빛에 의해 변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거죠. 제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과정’입니다.” 그러나 얼음을 이용하기 어려웠던 이번 예술제에서는 대신 흙덩어리와 붉은 실(그가 즐겨쓰는 붉은색은 ‘에너지’를 상징한다)을 이용해서 관객과 만났다.

“이번 예술제 참가를 통해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에 매료됐다”는 빌스가드는 내년 1월쯤 다시 방한, 얼음을 이용해 관객을 다시 한번 ‘변화’와 ‘소멸’의 매력적인 세계로 안내할 예정이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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