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을 버틴 ‘에이즈 소년’
등록 : 2001-06-07 00:00 수정 :
사진/ 지난해 7월9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제13차 세계에이즈대회에서 연설하는 은코시 존슨.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제13차 세계에이즈대회에서 인류에 에이즈 환자와 감염자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호소했던 흑인 소년 은코시 존슨(12)이 지난 6월1일 새벽 5시30분께 끝내 숨을 거뒀다.
은코시는 당시 11살의 나이에 연사로 나서 “에이즈 환자와 HIV 감염자를 두려워하지 말고 정상인들처럼 대해달라”고 호소해 일약 에이즈 퇴치운동의 상징인물이 됐다. 이후 지난해 12월 이후 심한 발작과 함께 에이즈로 뇌손상까지 입어 혼수상태에서 다섯달 이상 바이러스와 힘겨운 투쟁을 했다. 숨을 거두기 직전 은코시의 몸무게는 단 10kg.
양어머니인 게일 존슨은 “너무 슬프지만 내 아들이 더이상 고통을 겪지 않게 됐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며 “은코시는 어른들도 하기 힘든 일을 하고 갔다”고 말했다.
은코시는 지난 1989년 요하네스버그에서 인체면역결핍 바이러스에 감염된 채 태어났다. 에이즈 발병으로 마을 주민들에 의해 쫓겨난 은코시의 생모는 2살밖에 되지 않은 아들을 버릴 수밖에 없었고, 지난 1997년 끝내 숨을 거뒀다.
은코시는 버려진 직후 양어머니인 게일 존슨에 의해 입양됐다. 당시 9개월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의료진의 진단과 달리 은코시는 생의 마지막 몇달 동안 혼수상태에 빠지기는 했지만 지난 2월4일 12회 생일을 맞았다.
은코시는 가장 오래 산 어린이 에이즈환자로 기록됐으며,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에는 남아공 수도인 요하네스버그의 한 초등학교에 입학해 정상적인 어린이들과 어울려 학교생활을 했다.
은코시가 숨을 거둔 뒤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은 “어린 주인공이 우리 곁을 떠나 너무 슬프다”며 “은코시는 에이즈 바이러스를 상대로 불굴의 투쟁을 벌이면서 인류의 가슴을 울렸다”고 평했다.
남아공에서는 해마다 7만여명의 어린이가 HIV에 감염된 채 태어난다. 하지만 은코시처럼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어린이는 아주 적다. 그리고 에이즈로 부모를 잃은 ‘에이즈 고아’도 약 50만∼8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강남규 기자/ 한겨레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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