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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성적표가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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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6-07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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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는 정치, 인기없는 정부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과거 정권은 말할 나위 없지만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도 집권 초기 높은 지지를 받았다가 중반 이후 인기가 급락했습니다.

하버드대 정책대학원에서 나온 <국민은 왜 정부를 믿지 않는가>라는 책은 1964년 77%에 이르던 워싱턴 정부에 대한 믿음이 94년에는 19%로 떨어졌다며 원인분석을 시도했습니다. 우리와 일치할 수는 없겠지만 현대인들의 개인주의적 성향, 일부 정치인의 비도덕적 행태, 언론의 부정적 보도 등을 이유로 들고, 신뢰상실이 계속되면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진단합니다.

민주당 소장파의 쇄신요구로 촉발돼 관심을 모았던 6월4일의 청와대 최고위원회의는 결국 찻잔 속의 태풍처럼 막을 내렸습니다. 지지율이 바닥을 기고, 레임덕 이야기가 나오고, 여당 내부가 분란에 빠져 있는데, 대통령은 “자신감을 가져라, 당에 힘을 실어주겠다”고 다독거렸습니다. 대통령이 곧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개혁에 대한 구상을 밝히겠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지만, 구체적으로 한달에 한번 청와대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기로 한 이날의 회의결과는 오찬회의장 바깥의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것 같습니다.

개혁은 표떨어지는 비인기정책이라고들 하니 지지율 하락을 그렇게 자위할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한겨레21>은 전문가들에게 현 정권에 대한 평가를 의뢰했습니다. 호불호의 감정법, 인사파동의 정서법을 걷어내고 오로지 정책의 잘잘못으로 성적표를 매겨보자는 취지입니다.

분야별로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실시한 평가는 보통 이하, 좀 심하게 말하면 낙제점이었습니다. 지난달에 김대중 대통령은 집권 3년여 동안 그래도 여섯 가지는 잘했고 다섯 가지는 잘못했다는 6공5과의 평가를 스스로 내놓았습니다. 일반 국민이나 전문가들의 평가는 훨씬 냉담합니다.

집권 초기에 기대를 모았고, (그리고 지금도 스스로는 잘하고 있다고 믿는) 국민의 정부가 왜 이렇게 외면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을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근본적 개혁이 이뤄지지 않았고 위기를 위기라고 여기지 않는 점이 중요한 원인 같습니다.


김대중 정권은 출범 당시 반세기 동안 누적된 적폐와 잘못을 시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옳은 방향이지만, 응당 정치개혁이 이뤄지고 개혁주체세력이 바로 서야 춤을 추지 않고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여의도와 세종로, 마포를 지나가면서 “아 참 그렇구나“ 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 궁금합니다.

언론개혁도 마찬가지입니다. 보수우익 신문들이 여론을 농단하는 현실을 놔두고 과연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요. 평가에 참여한 전문가 여러분들이 “개혁을 하려면 제대로 하라”는 코멘트를 보내왔습니다.

한겨레21 편집장 정영무 yo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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