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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레미콘으로 농토에 생명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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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5-2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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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특히 가뭄이 심해서 걱정입니다. 우리 레미콘들이 물을 실어다 논에 대주고 있긴 하지만 애타는 농민들의 심정을 생각하면 빨리 비가 와서 해갈이 돼야 할 텐데….”

충북 괴산군 도안면 풍남레미콘 정성화(61) 사장의 요즘 가슴은 극심한 봄가뭄으로 바싹바싹 타들어가는 농민들의 마음 그것이었다. 그의 이런 농심은 레미콘을 동원한 농업용수 공급으로 나타났다. 사실 그는 토박이 서울사람으로, 한번도 농민이었던 적이 없다.

풍남레미콘이 회사 레미콘(적재량 6t)을 동원해 가뭄으로 말라붙어가는 논에 물을 대주기 시작한 건 5월14일부터. 쉬는 레미콘과 타설 작업을 끝내고 돌아온 레미콘에 물을 가득 싣고 도안면 일대 농경지를 돌며 농작물에 ‘생명수’를 뿌려주고 있다. 특히 한시라도 빨리 물을 대주기 위해 이 회사가 자체 개발한 공장 내 지하관정(깊이 127m)의 물을 끌어올려 농업용수 배달에 나서고 있다. 공장 안에 있는 400t짜리 탱크에 하루종일 물을 받아 논으로 밭으로 실어나르고 있는데 지하수가 마르지 않아 다행이라고 한다.

“과거에도 이따금씩 농민들을 위해 물을 대줬는데 올해는 너무 심하네요. 소식을 들은 근처 농민들이 도와달라고 전화를 해옵니다. 레미콘 공급이 달릴 지경이죠.”

이 회사가 보유한 레미콘은 20대로, 전 직원이 하루에 적게는 10차례, 많게는 30차례 이상 물을 가득 싣고 배달에 나서고 있다. 이 회사 공장장 홍석주씨는 “레미콘이 들어갈 길이 없는 곳에 밭이 있으면 더욱 안타깝다”며 “거기까지 물을 끌어올리기 어려우면 호스를 가져다가 측면에서 물을 뿌려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레미콘들이 일을 안 나가는 건 아니다. 20대가 순번대로 건설현장에 투입되는데 논에 물을 공급해주는 건 콘크리트 타설작업을 대기하는 동안 짬을 내서 이뤄진다. 물론 일이 끝나는 오후 5시께면 모든 레미콘이 집중적으로 투입되지만.

정씨는 “사실 레미콘을 운전하는 직원들이 일을 다니면서 가뭄으로 겪는 농민들의 고통을 보고 나한테 ‘물을 대주자’고 건의했다”며 “전국의 다른 레미콘 회사들도 지역농민들을 위한 농업용수 공급에 동참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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