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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대우차 살리기, 울분의 보고서

360
등록 : 2001-05-22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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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자동차의 한 엔지니어가 도발적인 책을 하나 냈다. 도발의 대상은 정부와 채권단 관계자들을 비롯해 전·현직 경영진, 학자, 정치권과 노동계, 언론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대우차 처리와 관련해 ‘꽤나 용쓰는 사람들’이 다 포함된다.

“대우차 처리과정을 보면 김우중씨의 부실경영보다 더 심각한 우리 사회의 총체적 부실구조를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수십만명의 생존이 걸린 소중한 기업을 이리도 무참히 망가뜨린 총체적 부실구조에 대한 울분을 모은 책입니다.”

대우차 기술연구소의 김대호(38) 과장은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대우차 전문가’로 떠올랐다. 그는 대우차가 위기에 몰린 뒤 2년여 동안 사무직 노동자들의 모임에서 활동하며 각계 전문가, 경영진, 협력업체 사람들을 숱하게 만나며 대우차가 나아갈 길에 대한 글들을 쏟아냈다. 얼마 전에 낸 <대우자동차 하나 못 살리는 나라>(사회평론 펴냄)는 그 글들을 모은 책이다.

이 책은 대우의 세계경영이나 대우차 처리의 실패는 “기업과 자동차산업에 대한 한국사회의 놀라울 정도로 심각한 무지 탓”으로 돌린다. 김 과장은 “대우차 처리를 둘러싼 논쟁들이 오랫동안 격렬하게 대립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은 각각의 논리와 주장들이 심각한 결함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우선 그 결합들을 철저하게 실사구시의 관점으로 짚어가면서 현재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정상화 방안을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제너럴모터스(GM)에 매각이든 독자생존이든 공기업화든 경영리더십과 기업문화의 혁신없이는 대우차 정상화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김 과장은 지난 82년 대학(서울대 금속공학)에 들어가 학업과 징역살이를 왔다갔다 하다가 90년에 졸업했다. 졸업 뒤 5년 동안 노동운동에 투신해 있었는데 95년 당시 김우중 회장이 ‘운동권 출신’ 젊은이 수십명을 끌어들일 때 대우차에 들어왔다.

책을 낸 뒤 김 과장은 맨 먼저 정리해고자들의 농성장인 인천 산곡동성당을 찾았다. 그는 “생존전술의 하나로 GM매각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주장해 노조 집행부로부터 집중적인 공격을 받고 있다. ‘배신자’라는 소리도 듣고 있다. “노조 집행부에 책을 전달하러 산곡성당에 갔다가 나오는 길에 몇몇 흥분한 정리해고자들에게 둘러싸여 얻어터졌습니다. 제 책이 비록 학술논문처럼 정교하지는 못하지만 대우차에 몸담은 사람들의 피와 살이 섞여 내뱉어진 생생한 기업보고서라고 자부합니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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