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사이버통관시스템 수난의 나날… 비용 절감 효과에도 곳곳에 낡은 장벽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 이래 지식정보산업과 벤처입국을 각별히 강조해왔다. “한국을 세계 10대 지식강국에 올려놓겠다”는 약속은 그의 지론이었다. 이 때문에 현 정부의 경제 각료들도 정보화 투자와 정보기술 인프라 구축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전국적으로 깔린 초고속통신망과 2천만명을 넘어선 인터넷 사용자 수는 미래 한국경제를 위한 현 정부의 성공적인 투자사례로 부각돼왔다.
그러나 최근 불거진 한 벤처기업의 시련은 김대중 정부의 이런 자부를 무척이나 옹색하게 한다. 젊은 인재들이 각고의 노력으로 신기술을 개발하고도 낡은 기존 시스템의 장벽에 가로막혀 좌절과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그 장벽 뒤에는 기존 시스템에 익숙한 관료들과 기득권세력이 버티고 서 있다.
(주)골드로드21이 특허출원 받은 시스템
무역통관 및 물류 관련 시스템 개발업체인 (주)골드로드21(대표이사 장금용)은 지난해 10월 인터넷 웹체계에 기반한 사이버통관시스템을 국내 처음으로 개발해 특허출원까지 마쳤다. 같은 해 3월 사원 14명으로 회사를 설립한 뒤 7개월간 밤을 새워가며 연구한 결과였다. 이 시스템은 인터넷(www.grtradepia.com)을 통해 수출입 물류 통관과 관련한 모든 신고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했다. 기존의 통관시스템에선 각 수출입업체나 관세사들이 한국무역정보통신(KTNET) 협력업체에서 판매하는 전용프로그램을 자신의 컴퓨터에 설치한 뒤, 이를 이용해 작성한 전자문서교환(EDI) 방식의 통관신고서를 KTNET의 전용선을 통해 관세청으로 전송해야만 한다. 이 때문에 수출입업체들은 프로그램 구입비용(100여만원)과 전송료를 별도로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주)골드로드21이 개발한 사이버통관시스템은 별도 통관프로그램을 설치할 필요가 없고 문서도 간단하게 작성할 수 있게 해, 업체들의 통관신고업무를 한층 간편하고 값싸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골드로드21쪽은 “제반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을뿐더러, 인터넷에서의 원스톱 서비스로 업무효율 또한 극대화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현재 KTNET에 수출입업체나 관세사들이 내는 전송료는 1Kbyte당 135∼180원선이다. 한달 200건 정도 신고하는 관세사의 경우 80만∼90만원을 내야 한다. 그러나 (주)골드로드21쪽은 사이버시스템에 등록할 경우 한달 5만원의 정액요금만을 받을 계획이다. 무엇보다 일반 수출입업체들의 경우 지금까지 관세사를 통해야만 했던 신고를 직접 할 수 있게 돼 부대비용을 한층 절감할 수 있게 된다. “대부분의 소액수출업체들은 기존 통관프로그램 설치비용 100만원이 아까운데다 통관절차가 까다로워 울며겨자먹기로 관세사를 찾아야 했다. 우리 시스템은 통관신고 절차를 일원화한데다 신고 관련 각종 정보를 동시에 띄워볼 수 있다. 매달 10만원 넘게 드는 통관프로그램 유지보수 비용도 낼 필요가 없어져, 10만여 무역업체의 통관신고 비용이 50% 남짓 줄어들 것이다.”(장금용 사장)
현재 연간 1천억원쯤 되는 수출입신고 전송 경비가 500억원 정도로 줄어 무역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점말고도, 기대되는 파급효과는 더 있다. “우선 동일하게 전용망을 이용하는 조달업무나 물류이동업무 등에도 인터넷 기반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세계 각국의 관세신고시스템 시장을 미리 선점하는 효과도 있다.” 장 사장은 “세계 관세체계는 유엔 기준에 의해 대동소이하다”며 “어차피 웹기반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인터넷 시스템을 채택하게 되면, 향후 기술수출 등으로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무역업체라면 귀가 솔깃해질 새로운 시스템을 갖추고도 (주)골드로드21은 개발 6개월이 넘도록 여전히 상용화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처음엔 기존 전용선 사업자인 KTNET의 완강한 거부 때문이었다. “KTNET을 경유하지 않고 관세청과 직접 접속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려 했다. 하지만 관세청과 KTNET 사이엔 이미 1992년부터 10년간 ‘모든 수출입 통관 전산정보는 KTNET을 통해서만 송수신할 수 있다’는 독점계약이 체결된 상태였다. 결국 인터넷에 기반하되 KTNET을 경유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내고, 공정거래위원회에 몇 차례 질의와 신고를 거듭하고서야 KTNET망에 접속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기존 시스템에 익숙한 관료와 관세사의 난색
하지만 그것으로 끝난 게 아니었다. 한 고비 뒤 더 큰 장벽이 기다렸다. 인터넷을 통한 신고시스템의 전례가 없다며 관세청이 새 시스템 도입에 난색을 표한 것이다. “여러 차례 공문을 보내고 개별적으로 담당자를 찾아가 만났지만, 6개월이 넘도록 아직까지 ‘된다, 안 된다’는 확답조차 없다. 도대체 얼마를 더 기다려야 하는가?”
관세청도 할말이 없지는 않은 것 같다. 정일석 정보관리과장은 “수출입신고는 일종의 국가공문인데 이를 민간기업이 관리하도록 하는 것은 공공기관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등에 위반된다”며 “또 인터넷을 통할 경우 해킹 등 보안상의 위험이 커 국정원의 심의를 거쳐야 하고, 각종 신고 오류시 처벌근거가 없어 법적, 행정적 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한번 인터넷 시스템을 허용하면 수많은 민간업체들이 다 하자고 나설 텐데 어떻게 관리하겠느냐? KTNET은 무역협회가 100% 출자했고, 무역자동화촉진법에 지정된 사업자라 믿을 수 있는 파트너이다. 세계 어느 나라도 통관신고 자체를 민간업체의 인터넷 시스템에 맡기지는 않고 있다.”
정 과장은 “골드로드의 기술은 사실 몇 개월이면 누구나 개발할 수 있을 정도이고, 비용절감 효과도 분명하지 않다”며 새 시스템의 의의도 한참 낮게 평가했다. “이미 기존 통관프로그램을 설치한 업체는 실익이 거의 없고, 오히려 새로운 데이터를 구축하느라 비용이 더 들 것”이라는 예측이다.
새 시스템이 도입될 경우 일거리가 줄어들지 모를 관세사들의 반발도 우려하는 대목이다. “관세청도 결국엔 인터넷 기반으로 갈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관세사 등의 적응을 유도하며 신중하게 대처하는 것이다. 그러나 골드로드는 그런 고민이 없다.” 기술개발과 그에 따른 경제적 이익만을 목표로 하는 민간기업과 정부의 판단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이유만으로 정부가 판단을 계속 미루는 데 대해 당사자인 (주)골드로드21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관료들의 한낱 실무적 고민으로 물류시스템의 개선을 통한 막대한 국가적 이익을 뒤덮는 전형적 논리”라는 것이다. 장 사장은 “정보유출 위험이야 각종 보안시스템과 법적 규제를 통해 막으면 될 일이고, 잘못에 대해선 미리 처벌규정을 정해 사후에 처벌하면 된다”며 “한국이 관세제도의 모델로 삼고 있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선 이미 인터넷통관 시스템이 허용돼 있는 실정”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기득권을 지닌 업체나 관세사가 아니라, 새 시스템 도입으로 직접 통관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되는 많은 영세업체들의 이익을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인터넷 이용한 국가 이익 포기”주장
관세청은 5월 안에 정보화추진위원회를 열어 새 시스템의 허용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물론 관세청의 태도로 미뤄 위원회는 새 시스템 도입에 부정적인 견해가 압도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관세청 관료들은 결정에 앞서 다음의 말들을 떠올려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전통산업의 정보화를 추진하면 장기적으로는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이제는 구축된 정보 인프라를 활용해 산업의 e-비즈니스화에 주력해야 한다. 대기업, 중소기업, 벤처기업, 민간단체, 정부가 합심해 e-비즈니스화를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지난 4월28일 ‘e-비즈니스확산 국가전략 확대회의’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한 말이다.
글/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사진/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사진/ 벤처입국은 대통령의 슬로건일 뿐인가. 혁신적인 시스템을 개발하고도 시련을 겪고 있는 골드로드21 직원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 사이버통관시스템을 개발한 (주)골드로드21의 장금용 사장.

사진/ 수출입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사이버통관시스템의 콘텐츠 개념도.
사진/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