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8일 ‘가짜 결혼증명서’ 피해 부부들이 금산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모여 피해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양동진·응엔티킴느곡 부부와 쯩티민 투이·이병기씨 부부.
‘알아서’ 해결하는 데 1천만원 이상 들어 결국 15쌍 가운데 2쌍은 ‘알아서’ 해결했다. 2006년 7월 베트남 신부와 결혼한 김아무개(42)씨는 형제들이 모아준 돈 1천만원을 들고 지난 1월 아이와 함께 베트남을 다시 찾아갔다. 혼인 허가를 받고 돌아오는 데만 40일이 걸렸다. 서류 작업을 위해서는 현지에서 또 다른 브로커에게 돈을 건네야 했다. 2006년 1월 베트남 여성과 결혼한 권아무개(34)씨도 지난 2월 베트남에 다시 가 결혼 허가를 받느라 1천만원 이상이 들었다. 결혼을 다시 허가받는 과정에서 막대한 돈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다른 피해자들의 한숨은 더 깊어지고 있다. 피해자 양동진씨는 “버스기사인 내게 베트남을 한 달 이상 다녀오라는 건 생업을 포기하라는 말”이라고 했다. 2006년 7월 쯩티민 투이(23)와 결혼한 이병기(34)씨는 “지금 상태라면 부인의 귀화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처갓집에 베트남 공안이 두 번이나 찾아와 “이 집 딸이 위조 서류로 불법 출국을 했다”고 겁을 주는 상황에서 이대로 지낼 수만은 없다. “장인·장모께 ‘걱정 마시라’고 해뒀다. 일단 돈을 모아야 한다. 땅을 빌려 농사짓는 일에 벌이도 많지 않은데….” 남편의 말을 듣던 아내 쯩티민 투이씨는 “속상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우리 결혼했어요. 애기도 낳았고 같이 살고 있는데 서류에 이름이 왜 없나요?” 베트남 정부는 이들을 구제하는 데 소극적이다. 한국 주재 베트남대사관은 “결혼증명서 위조 피해가 많은 것을 알지만 대사관에서 결혼증명서 발급을 해줄 계획은 없다”며 “피해 부부가 원하면 우리 대사관에서 400만~500만원대의 저렴한 비용으로 베트남 현지의 서류 작업을 도와줄 결혼중개업체를 소개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도 “어쩔 수 없다”는 태도다. 국적법은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날부터 6개월 내에 그 외국 국적을 포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베트남 신부들에게 한국 국적을 주더라도, 베트남 정부가 위조된 결혼증명서를 근거로 성립된 결혼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고 결국 6개월 이내에 베트남 국적 포기에 대한 승인을 얻어내기 힘들 것이라는 논리다. 법무부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베트남 정부로부터 국적 포기 승인을 받을 수 없을 테니 (국적을 부여해도)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정상적으로 혼인신고를 하고 2년 이상 살아 ‘귀화 자격’을 갖춘 베트남 신부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데도 한국 법무부는 ‘국적 부여’의 책임을 베트남 정부에 미루고만 있는 셈이다. 두 나라 정부는 모두 “방법이 없다”고 말하지만 조금만 시각을 달리하면 길은 있다. 국적법에선 ‘본인의 의사에도 불구하고 해당 외국의 법률에서 정하는 절차 등으로 인하여 국적 포기절차를 마치지 못한 사람’은 ‘6개월 내 외국 국적 포기 의무’의 예외로 규정하고 있다. 법무법인 ‘공감’의 소라미 변호사는 “베트남 신부들이 이 예외 규정에 해당한다는 정책적 결단만 내리면 되는 상황”이라며 “법무부가 베트남 정부의 입장을 핑계로 베트남 신부들의 귀화 절차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은 한국 국적을 주지 않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결혼증명서 없어도 귀화 신청 접수” 이에 대해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관계자는 “국적 포기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되는 ‘국가적 사유’란 법적으로 국적 포기가 불가능한 이란, 아르헨티나 등의 경우를 말한다”며 “베트남 신부의 경우 개인에게도 귀책사유가 있고 충분히 스스로 포기하는 절차를 밟을 능력이 있으므로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베트남 신부들이 피해자라는 것만 입증이 되면 국적 포기 기간을 2년까지 늘여주는 방안도 있다”며 “우선 피해자들의 경우 베트남 쪽 결혼증명서가 없어도 귀화 신청 서류를 접수하도록 전국 14개 출입국사무소에 지시를 내리겠다”고 말했다. 서류상 ‘반쪽부부’로 존재하는 피해 부부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양국의 무관심인지도 모른다. 복잡하게 얽힌 규정과 제도 속에서 길을 잃은 베트남 신부들에겐 ‘예비 국민’에 대한 한국 정부의 도움이 절실하다. 글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