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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한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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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5-15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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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휴대폰, 실직자, 카드빚.

최근 몇년 사이 크게 늘어난 것들을 순서없이 꼽아봤습니다. 여기에 추가해야 할 항목이 ‘노령인구’입니다.

수명이 길어져 전체 인구에서 65살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고령화사회 기준인 7%를 넘어섰습니다. 2022년쯤이면 14%를 넘어서 본격적인 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곧 사회적으로 피부양층이 크게 늘고 있다는 뜻이고, 개인적으로는 조기퇴직 등으로 돈벌이 기간은 짧아지는데 돈을 쓰고 살아야 하는 기간은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핵가족화, 고령화로 노인복지 문제는 일찍이 예고돼 왔으며 절박한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문을 연 어느 노인복지시설은 “호텔급 서비스에 여유가 있는 또 하나의 인생”을 내걸었지만, 이는 물론 극소수에만 해당됩니다.

하루 보조되는 생활비가 자장면 값에도 못미치는 2620원. 사회복지시설로 등록된 한 양로원의 모습입니다. 그나마 미신고시설에 비하면 천국이라고 합니다. 가족이 있지만 부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양로원에도 못들어가는 노인들이 수두룩하며 이들이 겪는 어려움은 말도 못한다고 합니다. 빈과 부를 가르는 엑스칼리버는 노인층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며 오히려 한층 가혹합니다.


노후문제는 지금도 어렵지만, 닥쳐올 일을 생각하면 더욱 심각합니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현실적 미래'의 문제입니다. 먹고살기도 바쁜데 한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100살 시대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으나 사회시스템은 50살 시대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연금이 한축이 되고 있지만, 월평균 소득표준액 166만원인 가입자가 20년을 부었을 때 65살부터 한달에 45만원을 받는다는데, 이 금액이 20여년 뒤에 얼마나 구매력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게다가 퇴직금제도도 허물어져 가고 있습니다. 경제성장은 둔화되고 앞으로는 자식들에 의존할 생각은 접어야 할 것이고요. 결국 소득능력 있을 때 대비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결론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셈을 해봐도 별 뾰족한 수가 없네요. 가진 것이라곤 아파트 한채에, 먹고살기 바쁜 월급. 집도 일터도 없는 이들도 있지만, 많은 직장인들이 저와 처지가 비슷하겠지요.

결국 노년에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하면서 살 수 있도록 계층간 세대간 소득재분배와 사회보장의 틀을 근본적으로 개혁하라고 요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평균적인 사람이 노후에 대한 전망을 하기 어렵다면, 그것은 개인의 문제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초보적인 수준의 복지를 두고 ‘시장경제의 적’ 운운하며 “좌익이 더이상 국정을 농단치 못하게 우익은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외치고 있으니….

한겨레21 편집장 정영무 yo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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