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의 호루라기를 불어라!
등록 : 2001-05-15 00:00 수정 :
“정의·양심·공익의 호루라기를 불어젖혀라.”
92년 14대 총선을 앞두고 현역 중위 신분으로 군부재자투표 부정을 폭로했던 이지문(33)씨가 얼마 전 ‘내부고발연구센터’(서울시 관악구 봉천8동)를 설립하고 내부고발자 보호 활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관련자료를 모은 인터넷사이트(
www.whistleblower.or.kr)도 함께 띄웠다.
이씨는 연구센터와 사이트를 통해 내부고발 접수는 물론 내부고발에 나서려는 사람들에게 변호사 등 전문가 상담을 해준다. 국내외 내부고발 사례 소개와 관련법률·자료 연구 활동도 펴나갈 방침이다. 특히 이를 발판으로 오는 8∼9월께는 내부고발 상담과 접수, 피해구제, 변론 등을 전담하는 국내 최초 내부고발 전문 시민단체 ‘공익의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들’(가칭)을 열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씨는 전역 뒤 서울시의원을 거쳐 지난해까지는 참여연대 공익제보자지원단 실행위원으로 활동했으며, 99년에는 고려대 정책대학원에서 ‘공직사회 내 내부고발에 대한 조사연구’로 석사학위를 받는 등 내부고발자 보호와 내부고발 활성화를 위한 활동을 꾸준히 벌여왔다.
그런 이씨가 이 활동에 팔을 걷어붙인 건 언론에 제대로 보도조차 되지 않은 한 사건 때문이었다. 철도청의 엉터리 차량점검을 폭로했던 한 철도노동자가 내부압력에 시달리다 자살하고 만 사건을 보고 “더는 느슨한 활동만으로 자족할 수 없다”고 결심한 것이다.
이미 자신도 호루라기를 세게 불었다가 구속과 이등병 강등 이란 호된 시련을 겪은 ‘유경험자’로서, 번번이 내부고발자 보호를 위한 입법을 좌절시켜온 정치권을 향해 날선 화살 끝을 돌린다.
“지난달 민주당이 상정한 부패방지법안은 내부고발자에게 보복과 불이익을 주는 자에게는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내리도록 규정하면서도 내부고발이 허위이거나 무고일 땐 고발자를 3∼10년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게 내부고발을 막겠다는 법이지, 어디 고발자를 보호하겠다는 법입니까.” 그러나 이씨는 “10년 가까이 입법이 미뤄진 만큼 일단 법안을 통과시킨 다음 법개정 작업에 힘을 쏟을 때”라고 말했다.
“제 활동목표요? 궁극적으로 내부고발자가 필요없는 세상이 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한동안은 내부고발이 쏟아질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안영춘 기자
jo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