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언론계 새판 짜기’ 프로젝트가 언론인 인신 구속이라는 폭압적 형태 속에 발걸음을 서두르고 있다. 이는 지난해 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언론사 간부 성향 조사를 지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 이미 예고된 것이기도 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라는 최시중씨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자리에 앉은 뒤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은 여의도에서 축출됐다. 그리고 이번엔 회사에 의해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된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을 구속한 데 이어,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등에게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된 이춘근 문화방송 〈PD수첩〉 PD가 체포됐다. 함께 체포영장이 발부된 송일준·조능희·김보슬 PD와 김은희 메인 작가 등은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 사옥에서 ‘사수대’의 보호를 받고 있다. 검찰은 “취재 원본 테이프가 필요하다”며 심지어 이들의 집까지 송두리째 압수수색했다.
‘언론악법’, 방문진 교체 일정 줄줄
보도 당시 프로그램을 진행한 송일준 PD는 3월27일 <한겨레21>과의 전화 통화에서 “정부 정책을 비판한 프로그램에 대해 다른 반박 수단이나 공론화 과정을 거쳐 진실을 가리는 게 아니라 물리력으로 조사하겠다면, 끝까지 부당한 수사에 저항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PD수첩〉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신문이나 방송 할 것 없이 모든 언론의 존립 기반이 무너지고 민주주의가 붕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언론계에는 정부가 체포·구속과 같은 폭력적 방식을 동원해 방송계를 향해 강경 드라이브를 거는 상황을 올해 중반 이후 펼쳐질 미디어 관련 일정과 연동해 보는 시각이 강하다. 현재 여야 합의에 따라 구성된 미디어발전위원회가 100일 동안의 활동을 마치고 나면 6월께 미디어 관련 법안의 국회 처리가 기다리고 있다. 이어 문화방송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과 한국방송·EBS 이사들의 임기가 8~9월 잇따라 끝난다. 정부가 방송계의 격변을 앞두고 YTN 노조와 문화방송 〈PD수첩〉에 대한 손보기 수사를 통해 ‘대들면 다친다’는 학습효과를 미리 심어놓으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겁주기 효과가 이미 효력을 발휘하는 듯한 모습도 일부 보인다. 이병순 사장 체제가 공고해지고 있는 한국방송의 보도·시사 프로그램에 이어 문화방송 보도 또한 권력 비판에 미온적이라는 의견이 노조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 3월6일에는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고교 1년 선배이자 서울대 정치학과 동기인 전영배 문화방송 기획조정실 통일방송협력팀장이 보도국장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논리정연한 클로징 멘트로 <뉴스데스크> 말미를 장식해온 신경민 앵커가 4월 개편 때 마이크를 내려놓을 것이라는 소문도 무성하다. 문화방송의 한 기자는 “이른바 정권의 방송 장악 3인방이라는 최시중 위원장·이동관 대변인·신재민 문화부 차관의 눈에 신 앵커가 얼마나 밉게 보였겠나”라며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촛불 켜기 전 걸림돌 처리 속도전” 문화방송과 YTN 노조를 비롯해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등은 정부 방침에 적극 대응할 태세여서 오는 4월이 정부의 ‘언론계 새판 짜기’ 프로젝트에서 중대한 고비가 될 전망이다. 또 지난해 여름을 뜨겁게 달군 촛불 정국이 재연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정부가 공안정국을 조성하는 한편, 야당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와 연예비리 사건 등의 틈 속에서 미디어법 강행 처리를 하기 위해 촛불이 켜지기 전에 여러 걸림돌들을 처리한다는 목적을 갖고 속도전을 하고 있다”며 “문화방송 압수수색 등 정부가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경우를 대비해 단계적이고 효과적인 투쟁을 진행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검찰이 이춘근 문화방송 〈PD수첩〉 PD를 체포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3월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 사옥에 모인 노조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 한겨레 김명진 기자
“촛불 켜기 전 걸림돌 처리 속도전” 문화방송과 YTN 노조를 비롯해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등은 정부 방침에 적극 대응할 태세여서 오는 4월이 정부의 ‘언론계 새판 짜기’ 프로젝트에서 중대한 고비가 될 전망이다. 또 지난해 여름을 뜨겁게 달군 촛불 정국이 재연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정부가 공안정국을 조성하는 한편, 야당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와 연예비리 사건 등의 틈 속에서 미디어법 강행 처리를 하기 위해 촛불이 켜지기 전에 여러 걸림돌들을 처리한다는 목적을 갖고 속도전을 하고 있다”며 “문화방송 압수수색 등 정부가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경우를 대비해 단계적이고 효과적인 투쟁을 진행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