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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체의 얼굴을 욕되이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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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08-0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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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같은 신념으로 가득 찬 혁명가. 음울함이 잔뜩 배어있는 사색 깊은 지식인. 전세계의 레스토랑, 젊은이들의 티셔츠, 그리고 포스터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체 게바라의 모습이다. 이 사진은 이제 체 게바라 그 자체로 진보와 저항의 상징이자 세계사의 신화가 됐다. 그런데 이 사진을 찍었던 쿠바의 알베르토 코르다(71)가 최근 저작권을 행사하겠다고 나섰다.

알베르토 디아스 구티에레스란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는 코르다가 이런 행동을 하게 된 것은 영국의 음료회사인 디아지오 그룹이 새로 만든 보드카 광고에 이 사진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코르다는 “체 게바라의 사진을 보드카나 파는 데 사용하는 것은 그의 이름과 기억에 대한 최악의 명예훼손”이라고 분노하면서 “체 게바라는 술을 마시지도 않았고 술에 취한 모습을 보인 적도 없다. 게바라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불멸의 기억에 술을 연관시키지 말라”고 항의했다. 코르다는 최근 보드카 광고를 만든 광고회사와 이 회사에 사진을 공급한 ‘렉서스 픽처스’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쿠바 신문 <혁명>의 사진기자였던 코르다는 1960년 3월5일 화약폭발사고로 사망한 136명의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식에서 이 사진을 찍었다. 장 폴 사르트르 등 유명인사들이 참석한 이날 추모식에서 피델 카스트로가 연설하는 모습을 촬영하고 있던 코르다는 체 게바라가 갑자기 무대에 나타나는 모습을 보게 됐다. 그는 “체 게바라는 무대에 나타났다가 곧바로 등을 돌려 사라졌다. 아주 짧은 그 순간 나는 반사적으로 셔터를 눌렀고 두장의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코르다는 이 사진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영국을 직접 방문해 법정에서 증언할 계획까지 세워놓고 있다.

김태경 기자/ 한겨레 국제부gauz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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