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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작가회의 살림을 맡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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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5-15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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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학작가회의(이하 작가회의)가 기지개를 켜려나. 5월부터 신임 현기영 이사장 체제에서 사무국장을 맡게 된 소설가 전성태(32)씨는 “의사소통과 토론의 확대, 다양한 소모임 활성화”를 과제로 꼽았다. 안티조선운동 등이 불붙으며 작가들의 행보가 예의 주시되는 ‘예민한 시기’에 1천여 작가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는 단체의 상근자로 앉게 된 만큼 책임감이 크고 조심스럽기도 하다.

작가회의가 무기력해졌다는 비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근래 몇년 동안 작가회의가 한 일은 문학비나 기념비 세운 게 전부였다는 자조도 들린다. 80년대 자유실천문인협의회 시절 이전부터 시대의 발언자로 기능해왔던 작가들이 저마다 골방에 갇힌 것은, 지난 시대 운동이 남긴 상처이기도 하고 작가 스스로의 직무유기이기도 할 것이다. 전씨는 “비판의 대상, 선택의 주체가 문인 개개인으로 그치는 시대에 작가회의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올 봄에만 세편의 단편소설을 발표할 정도로 한창 글쓰기에 ‘물이 오른’ 그가, ‘할 일은 끝이 없고 일한 티는 안 나는’ 작가회의 사무국장직을 수락하기에는 적잖은 고민의 밤들이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전씨는 “대규모 행사를 통해 정체성을 세우려다보면 자칫 주제가 거대담론으로 흐를 위험이 있다”며 “우선은 작품 합평회나 주제별, 장르별 분과모임을 통해 조직을 추스르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오는 5월 말께 문을 여는 작가회의 공식 홈페이지에 대한 기대도 크다.

베트남영화에 엑스트라로 출연해도 되겠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이국적 외모’의 소유자인 전씨는 질박한 토속정서와 걸쭉한 입말을 글로 옮겨낼 줄 아는 몇 안 되는 젊은 작가로 첫손에 꼽힌다. 94년 단편 <닭몰이>로 등단했고 99년에 작품집 <매향>(실천문학사 펴냄)을 내놓았다. 매일 아침 6시30분 서울 마포구 아현동 사무실에 나와 공식업무가 시작되는 10시 전까지 글을 쓸 작정이지만 “아직은 앉아 있는 연습만 하고 있다”고 한다. 올해 말까지 고향인 전남 고흥을 무대로 한 장편소설을 탈고할 예정이다.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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