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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닷컴에 상륙한 게이의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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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5-08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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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의, 게이에 의한, 그러나 모두를 위한 문학.”

‘게이문학닷컴’(www.gaymunhak.com)의 운영자 한중렬(30)씨는 게이문학을 이렇게 정의했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게이문학닷컴에는 동성애자들이 쓴 소설, 시, 에세이, 비평 등 다양한 장르의 글들이 올라와 있다. 방문자 수도 만만치 않다. 하루 800여건, 지금까지 총 26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할 만큼 자리를 잡은 것이다. 그리고 지금껏 이 사이트에 올라온 작품을 추려 e-무크지 <게이문학> 1호를 발간했다. 전자출판사 ‘에버북닷컴’(www.everbook.com)을 통해 출간된 이 책은 한국 최초의 동성애자 문학 작품집이다.

<게이문학> 1호의 주제는 ‘게이 정체성’이다. 소설, 시, 비평이 고르게 들어간 이 책 속에는 이 땅에 사는 게이들이 경험했을 법한 주제들이 두루 포괄돼 있다. 군대에서 겪게 되는 일(‘어느 게이 병사의 죽음’), 커밍아웃 이후의 가족관계의 변화(‘커밍아웃’), 동성애자 공동체 내부의 소통 단절(‘우리가 정말 사랑할 수 있을까’), 노년 게이의 쓸쓸한 삶(‘그의 나이 예순넷’) 등이 그 주제다. 이 책의 기획자이기도 한 한중렬씨는 “게이문학이 아직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고백체로 풀어가는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 단계”면서도 “우리의 삶을 우리의 감수성으로 드러내는 첫 작업으로 의미가 크다”고 말한다.

한때 열혈 운동권이었던 한씨가 게이문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때는 98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동성애 인권운동에 관여하던 그는 PC통신을 통해 초보 동성애자들을 위한 교육용 글을 써보자고 결심했다. 그가 선택한 글의 형식은 소설. 대중성을 염두에 둔 선택이었다. 이렇게 쓰여진 ‘민수의 꿈’이 그의 첫 작품이다. 이 소설을 시작으로 지금껏 40여편의 소설을 꾸준히 인터넷에 발표해왔다. 이번 <게이문학>에도 그가 쓴 중편소설과 단편소설이 각각 한편씩 실려 있다.

부지런한 한씨의 관심은 문학에만 그치지 않는다. ‘게이문학닷컴’ 외에 동성애자 미술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게이아트’, 동성애 관련 논문과 기사를 모아놓은 ‘게이혁명’ 사이트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바쁜 직장 생활중에 하루 서너시간씩 투자해야 하는 일이다. 지칠 법도 한데 그는 벌써 ‘동성애자 내부의 차이와 다양성’를 주제로 한 <게이문학> 2호 발간 준비에 뛰어들었다. 하루하루 동성애자로 살아가고, 말하고, 글쓰는 것이 즐겁기 때문이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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