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13일 오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의 한국방송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병순 한국방송 사장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한겨레 강창광 기자
성폭행 인사는 지방 총국 보도국장에 이번 인사를 두고 사내에서는 △친여·보수 성향만 발탁한 ‘편향 인사’ △정연주 전 사장 퇴진에 앞장섰던 과거 노조에 대한 ‘보은 인사’ △도덕적 결함도 따지지 않는 ‘묻지마 인사’라는 말이 돌고 있다. 한 보도국 기자는 “어처구니없는 퇴행 인사”라며 “이번에 실·국장과 팀장으로 발탁된 인사 중에는 사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김인규 대선 언론특보와 가까운 인물들이 유난히 많다”고 꼬집었다. ‘과거 회귀’는 이병순 사장 체제가 들어선 지난해 8월 말부터 시작됐다. 이 사장은 4개월 동안 인사, 조직, 프로그램 등 ‘3대 개편’을 통해 한국방송을 급속도로 냉각시키고 있다. 그 첫 작업은 지난해 9월17일 밤 10시에 기습적으로 단행한 인사였다. 정부에 비판적인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제작한 기자와 PD, 그리고 ‘관제사장 반대 투쟁’을 주도해온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사원행동) 소속 사원들을 대거 한직으로 발령냈다. 한국형 탐사보도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김용진 탐사보도팀장은 팀원으로 강등돼 부산방송총국으로 쫓겨났다가, 한 달 뒤 또다시 울산방송총국으로 발령받았다. 이를 두고 사내에선 ‘한밤의 인사 쿠데타’라는 말까지 나왔다. 한 입사 10년차 기자는 “입사 이후 인사 때마다 희망원을 받는 것을 보면서 참 좋은 관례라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이번에는 희망원을 전혀 받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인사가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이병순 사장은 뒤이어 <생방송 시사투나잇> <미디어포커스> <시사기획 쌈> 등을 폐지하거나 성격을 바꿔놓았다. 정연주 전 사장이 이른바 ‘기둥 뒤에서 놀고 있는 사람’을 끄집어내기 위해 혁신적으로 단행했던 팀제를 없애고 국·실장제를 부활시켜 ‘대국소팀제’를 만들었다. 조직과 사람과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바꾸는 ‘혁명’이 진행됐지만 사내 구성원들 사이에선 “소통은 없고 상명하달만 있다”는 한숨이 나온다. 가장 큰 불만은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절차인 ‘의견 수렴’이 없다는 것이다. 한 라디오 PD는 “과거 프로그램 개편 때는 실무자들이 토론도 많이 했고 MT 가서 밤새워 격론도 벌였다”며 “하지만 지난해 10월 프로그램 개편은 일선 PD들의 의견을 완전히 무시한 채 윗선에서 알아서 했다”고 털어놓았다. ‘대국소팀제’로 바꾼 조직개편도 마찬가지다. 조직관리를 맡은 유광호 부사장은 지난해 9월 취임사에서 “각 본부에서 오래전부터 팀제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됐다”며 “본부별 기능을 고려해 생산성 있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게이트키핑’을 강화한다는 게 가장 큰 명분이었다. 그러나 일선 기자와 PD들은 ‘게이트키핑’은 명분에 불과하고 검열과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라며 반발했다. 특히 프로그램 제작의 자율성 침해가 우려되는 PD들의 반발이 거세다. PD 출신인 양승동 사원행동 공동대표는 “과거 정 사장 체제에서는 PD의 제작 자율성과 기자들의 편집권을 보장해줬다”며 “이번 조직개편에 따라 제작 자율성 침해를 우려하는 PD들의 경계심이 크다”고 전했다. 익명글도 사라진 사내 게시판 소통 부재는 사내 게시판에서도 나타난다. 한 경영직 사원은 “예전에는 실명으로 사장도 비판하고 정책도 꼬집었다”며 “하지만 ‘심야 보복 인사’ 이후 사내 게시판에 오르는 글이 부쩍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한 PD는 “익명으로 올린다 해도 탄로나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한 입사 14년차 기자는 “소통이 없으면 갈등이 깊어지기 마련”이라며 “이명박 정부의 ‘좌파 정권 10년 청산론’처럼 편가르기식 조직 운영은 결국 양쪽에 큰 상처를 남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동훈 기자 한겨레 여론미디어팀 cano@hani.co.kr [이슈추적-한국방송, 총파업 폭풍 속의 침묵] ▶ “선배, 후배의 손을 잡아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