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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이세백] 오감을 깨우는 미술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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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0-29 11:06 수정 : 2008-10-30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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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못 그리는 아이’여서 슬픈 미술 시간은 이제 안녕. 전국미술교과모임에 속한 62명의 미술 선생님들과 문화연대 활동가 20여 명이 모여 새로운 미술 교과서를 만들었다. 이름하여 <시각문화교육 관점에서 쓴 미술 교과서>(이하 <미술 교과서>).

이세백(47·서울 방산중) 교사

명화 등 순수예술 감상, 표현기법 늘어놓기 등 기능적인 측면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기존의 미술 교과서를 버렸다. 흙바닥을 맨발로 걸어보고, 나무를 꼭 껴안아본다. 종이를 튕겨서 소리를 들어보고, 종이를 구겨보고, 구긴 종이를 던지고 찢어도 본다. 흙, 종이, 나무 등 사물과 자연이 만드는 소리와 느낌을 느껴보는 시간이다. 고장나거나 오래돼서 버릴 라디오, 스탠드 등 물건을 분해하고 재조립해 사물 속에 들어가 있는 인간의 노동과 여러 가지 재료들을 다시 보는 시간도 있다.

<미술 교과서> 집필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이세백(47·서울 방산중) 교사는 “아이들의 오감을 깨우는 미술 시간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몸으로 느끼는 느낌이 있어야 해요. 지금의 미술 교육은 너무 ‘시각’ 위주로 돼 있어요. 게다가 아름답고 섹시한 것에만 치중돼 있죠. 촉각·후각 등 다른 감각, 두려움·놀람 등 다른 감정을 두루 경험하는 미술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미술 교과서>가 탄생하는 데는 6년이 걸렸다. ‘교과서를 만들자’고 뜻을 모은 게 2002년이다. “책을 하나 쓴다는 게 참 어렵더라고요. 일단 틀을 다 만들어야 하잖아요. 최종적으로 교과서는 ‘체험’ ‘소통’ ‘이해’ 세 개의 영역으로 나눴지만 다른 의견들이 많았어요. 그 의견을 다 조율하기가 힘들었어요.” 이 교사가 말했다. 본격적인 집필 준비 과정은 6년이지만 실제 <미술 교과서>는 그보다 더 오랜 세월이 빚은 결과다.

1990년 전국미술교과모임이 만들어진 뒤 ‘새로운 미술 시간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선생님들이 실시한 ‘다른 미술 수업’ 사례연구를 모았다. 매년 네 차례씩 전국미술교과모임에서 펴낸 계간지 <신나는 미술시간>에 그 사례연구들이 축적돼 있다. 그중 선별한 것들이 <미술 교과서>에 담겼다. 11월1일에는 서울 창덕궁 옆 카페 마고에서 <미술 교과서> 출판기념회도 열린다. 오감을 깨우는 미술 시간이 아이들을 기다린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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