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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인터넷스타2.0] 남편의 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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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0-15 11:39 수정 : 2008-10-15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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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애인
“여보, 미안해! 당신 애인 물에 빠졌어!”

여성포털 사이트 마이클럽(miclub.com) ‘인생토크’ 게시판에 지난 10월8일 다급한 글이 올라왔다. 남편이 바람이라도 피운 것일까? 그래서 그 분노를 참지 못해 남편의 애인을 물에 빠뜨려 복수라도 한 것일까? 그러나 제목 아래 절묘한 반전이 이어진다.

“사건은 바야흐로 어젯밤 8시께. 이상하게 화장실까지 가지고 들어간 (남편의 애인). 세수하다가 잘못 휘두른 팔에 맞아 가엾은 그는 변기 속으로 풍덩~.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빛과 같은 속도로 변기 속에 손을 쑥 넣어 건져올렸지만, 이미 물에 흠뻑 젖은 상태. 변기에 빠진 것이 왠지 찝찝해 또 한 번 씻고 정성스럽게 닦아주었지만 살아날 기미가 없다.”(아이디 ilosr1972)

남편의 애인이 빠진 물은 강물도 바닷물도 아닌 변기다. 남편이 바람나 애인이 생긴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남편의 애인은 다름 아닌 텔레비전 리모컨.

두어 시간 뒤 들어온 남편은 건전지도 빼놓아 널브러져 있는 ‘애인’을 부여잡고 애끊는 심정을 털어놓는다. “내 분신, 내 생명. 왜 목욕탕에 이걸…. 어떻게 고쳐?” 급기야 리모컨 없이 텔레비전을 보던 남편은 “광고 좀 하지 마! 채널 바꾸기 어려워”라고 짜증을 낸다. 잠들기 전 침대가 푹 꺼질 정도로 한숨을 쉬는 남편의 마지막 한마디. “난 소중한 걸 잃었어.”

이어지는 아내의 응수. “그래, 당신 애인 물에 빠뜨렸소. 그러니 이제 텔레비전 그만 보고 운동 좀 하소!”

낚시성 제목 때문인지, 아내들이 뼈저리게 공감한 때문인지 이 글은 단박에 ‘오늘의 베스트’에 올랐다. 글 아래 “재밌다, 100% 동감, ㅎㅎㅎ, ㅋㅋㅋ” 등 유쾌한 댓글이 달렸다.

“완전 긴장하며 클릭했는데. ㅋㅋㅋ. 그렇게 귀한 것은 랩으로 돌돌 감아서 쓰세요~.”(7979my)


“저도 애인을 베란다에서 떨어뜨려서, 새벽에 잠옷 입고 주우러 간 적도 있다는…. ㅋㅋㅋ.”(대추나무)

“우리 집 남자는 자기 죽으면 무덤에 ‘리모컨양’도 같이 넣어달라고~ 유언까지 마쳤답니다~~.”(아님말고)

리모컨은 ‘남편의 애인’이 아닌 ‘만인의 애인’이란 얘기다.

박종찬 기자 한겨레 취재영상팀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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