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원·이양자] 춤 추라, 암 따윈 잊은 것처럼
등록 : 2008-10-14 16:36 수정 :
“스포츠댄스는 건강을 위한 보약이고, 사랑의 묘약이에요. 춤을 추세요~.”
노인 스포츠댄스계를 평정한
서재원(74)·이양자(67)씨 부부는 춤 자랑에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이씨는 “스포츠댄스는 음악을 들으면서 웃기 때문에 음악치료, 웃음치료인 셈”이라고 했고, 서씨는 “즐거운 음악 속에서 왼발, 오른발 걷는 게 스포츠댄스라는 강사의 말이 맞다”고 했다. 서씨는 2006년 결성된 ‘춤사랑 동우회’의 회장이다. 그는 춤사랑 동우회가 지금까지 ‘토토시니어 페스티벌-어르신 댄스스포츠 대회’를 비롯해 전국 각종 스포츠댄스 대회에서 대상만 열 차례를 휩쓸었고, 금·은·동상을 포함하면 상 받았던 일만 모두 20번이라는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몸치에 내성적이었던” 두 사람이 탱고, 왈츠, 폭스트롯, 비엔나왈츠 등에 홀딱 빠져 ‘춤바람’이 난 건 ‘암’ 때문이었다. 전북 전주의 초등학교 교사 부부였던 이들은 1998년 각각 대장암과 난소암 수술을 받았다. 수술 뒤 항암 치료 결과가 좋았던 서씨와 달리, 이씨는 의사마저 고개를 가로저을 만큼 예후가 좋지 않았다. 3년 가까이 두 사람은 산 아래를 걷기만 했다.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조금씩 기운은 차렸지만, 외로웠다. 서씨 친구가 전북 노인지도자대학을 소개했고, 그곳의 4시간 강좌 가운데 하나가 스포츠댄스였다.
“음악 속에서 걷는 운동”이라는 강사의 말을 들으며 ‘춤맛’을 본 이들은 2003년부터 전북노인복지관의 스포츠댄스 초·중·고급반을 차례로 섭렵했다. 고급반까지 끝낸 이들은 “이제 무대에도 한번 서보시라”는 장현정 강사의 권유에 다른 부부 9쌍까지 끌어모아 동우회를 만들었다. 또래 노인들이 있는 노인요양원에 가서 위로 공연을 하면서 “같은 나인데 우리는 베풀 수 있어서 기쁘다”고 느꼈고, 전주 풍남제에서 축하 공연을 하면서는 자신감이 붙었다. 다양한 직업 출신인 동우회 친구들과 일주일에 네댓 번, 8시간씩 연습을 하고, 봄·가을엔 2박3일 ‘합숙 훈련’도 가고, 날이 좋으면 단풍놀이도 다니면서 “어느 형제·자식·친구와도 이렇게 즐거울 수 없을 만큼 정이 들었다”.
행복하고 흥겨우니 건강도 좋아졌다. 이씨는 “주변에서 우리보고 표정이 밝다고 한다. 항암 치료로 머리카락도 다 빠지고 몹시 힘이 들었는데, 스포츠댄스를 시작하고 나선 감기 한 번 안 걸렸다. 춤을 추니 엔도르핀이 돌아서 그런가, 병원에서도 기적적이라고 놀란다”고 웃었다. 옆에서 “맞아, 맞아. 허허허∼” 하는 서씨의 목소리가 쾌활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