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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이혼 대신 선택한 세계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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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5-02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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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난 부부.’

이혼 대신 세계일주를 선택해 750일(2년 20일) 동안 세계 40여개 나라를 둘러본 여세호(31)·배영진(31)씨 부부에게 이제 자연스럽게 붙어다니는 별명이다. 이들 부부가 최근 여행기록을 정리한 <바람난 부부의 세계여행1>(중앙M&B 펴냄)을 냈다.

두 사람은 1989년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에서 과 동기 사이로 만나 6년 뒤 결혼했다. 배씨는 방송작가로, 여씨는 카피라이터로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하던 이들은 결혼한 지 3년이 되는 어느 날 이혼 위기를 맞는다. ‘남남’이 될 뻔한 이들 부부를 위기에서 구한 건 여행이었다. 여씨가 먼저 인도로 여행을 떠났다. 여씨가 여행 도중 배씨에게 진심어린 편지 한통을 보냈고, 이 편지를 받아든 배씨는 33리터짜리 배낭을 꾸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된 여행은 뜻하지 않게 2년 넘게 계속됐다. 여행에 들어간 돈은 5천만원 안팎. 부자가 아니었던 이들은 살던 집을 세놓고 자동차를 팔고 적금과 보험을 해약해야 했다. 여행을 시작할 때부터 PC통신 하이텔에 써올린 기행문과 여행정보는 하루 방문객이 700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갈등 속의 부부가 화해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겪은 갈등과 다툼이 오롯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디를 가나 여행기를 써야 했던 이들은 항상 컴퓨터를 지니고 다녀야 했다. 그래서 “밤이면 밤마다 상대방의 벗은 몸 대신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며 신음해야 했다”고 한다.

여씨는 “공통의 꿈을 가지고 있지 않은 부부는 공유할 수 있는 생각도 점점 줄어들어 서서히 자신도 모르게 서로에게서 멀어지게 마련”이라며 “뒤늦게라도 그런 상황을 바꿔보려는 모든 부부들에게 여행을 한번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1권에서는 동남아시아·중국·러시아·북유럽 여행기가 소개됐으며, 2권(동유럽·중동)과 3권(아프리카·서유럽·아메리카)은 5월에 발간된다.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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