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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장애를 덜어주는 ‘맵시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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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4-24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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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아래 부분에 주머니가 달린 바지, 소매를 뗐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셔츠, 겨드랑이에 옷감을 덧댄 상의. 국내 최초 장애인 패션 사이트 ‘해피체인지’(www.happychange.net)에 가면 볼 수 있는 옷들이다. 무릎 아래 부분에 주머니를 단 바지는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것이고, 겨드랑이에 옷감을 덧댄 상의는 목발 장애인을 위해 디자인한 것이다. 이 사이트에 가면 목발 이용자, 휠체어 이용자, 의족 이용자 등 7가지 장애유형별로 분류된 옷들을 만날 수 있다. 해피체인지 김성륜(40·뒷줄 왼쪽) 대표는 장애인 단체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다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

“패션쇼를 하고 나면 원단이 남거든요. 아깝다 싶어 옷을 만들어서 장애인 단체에 갖다 줬습니다. 근데 장애인들에게 잘 안 맞더라고요. 비장애인들 기준으로 만들어졌던 거죠. 그때부터 장애인 의상에 대해 고민하게 됐습니다.”

10년 가까이 패션쇼 기획일을 해왔던 김 대표는 하던 일을 접고 98년 12월부터 장애인 의상 연구에 몰두했다. 지난 2년 동안은 장애인들과 면담을 하며 기초 조사를 했다. 그 사이 장애인 의상 패션쇼도 두 차례 열었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지난해 회사를 설립했고, 올 4월 초에는 인터넷 사이트까지 개설하게 된 것이다. 일곱명의 직원들이 장애인 의상 분야를 개척한다는 사명감으로 김 대표를 돕고 있다. 해피체인지 디자인팀장 김경은(34·맨 앞)씨는 “평범하지만 입기 편하고 장애가 두드러지지 않는 옷을 만들려고 한다”고 말한다. 김 대표도 장애인에게 옷차림이 특별히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몸에 잘 어울리는 의상은 장애인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줍니다. 자신감이 생기면 좀더 적극적으로 남들 앞에 나설 수 있게 되고, 그러다보면 사회 통합력이 저절로 높아지는 거죠.”

해피체인지처럼 각종 장애에 맞는 다양한 의상을 만드는 일은 서구에서도 없었던 일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직 사업 환경은 열악하다. 자금도 부족하고, 판로도 마땅치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안으로 독립 매장을 마련하는 것이 꿈이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다. 어려움의 연속이지만 김 대표는 이 일을 끝까지 밀어붙일 생각이다.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장애인을 이해하기 위해 요즘도 매주 장애인 단체에 봉사활동을 나간다는 김성륜 대표. “저소득층 장애인에게 무료로 의상을 제공하는 것이 꿈”이라는 그의 소망이 이뤄지기를 기대해본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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