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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노조, 닻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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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4-24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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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별 직장협 연합단체로 노조결성 추진… 정부 시기상조라며 불법 규정해 난항 예고

사진/ 공무원노조 보장시기는 노동계와 정부의 힘겨루기에서 판가름날 전망이다. 지난 3월24일 열린 전공련 대의원대회.
“노동조합법 제4조에 의하면 교사는 명백히 노동자에 속합니다. 따라서 교사도 노동자로서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는 권리를 당연히 가져야 합니다.”(‘30만 교원 총단결로 교직원노조건설을’, 전국교사협의회 교직원노조건설을 위한 특별위원회, 1989년 4월)

12년 전, 교원노조 건설에 나선 교사들은 숱한 해직과 구속을 헤치고 10년 만에 전교조 합법화를 얻어냈다. 그리고 이제 공무원들이 노조 건설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공무원노조 건설을 둘러싸고 전개되고 있는 현재 양상은 12년 전 전교조 사태 때와 비슷하다. 각 기관별 공무원직장협의회가 지난 2월 연합단체인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총연합(전공련)을 결성한 데 이어 3월24일 노조건설을 내건 새 집행부를 출범시키자 당국은 강경대처에 나섰다. 전공련이 “본격적인 노조건설을 향한 첫 걸음”을 뗀데 대해 행정자치부가 즉각 “연합단체 결성을 금지한 공무원직장협의회법을 어긴 불법행동”이라며 관련자에 대한 징계 등 필요한 조처를 취하라고 각 기관에 지시한 것이다. 이어 검찰도 4월 초부터 전공련 지도부 12명에 대해 잇따라 출두를 통보하는 등 사법적 대응에 나섰다.

행자부·검찰, 전공련 관계자 전방위 압박


사진/ 노사정위원회는 공무원노조 허용문제를 올해 주요 의제로 채택했다. 공무원노조보장 토론회.
당국이 이처럼 신속한 대응에 나서자 전공련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양대노총을 비롯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하는 ‘공직사회개혁과 공무원 노동기본권 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칭)를 4월 말까지 구성해 정부의 탄압에 맞대응하기로 한 것이다. 연합단체 결성을 금지한 선을 넘어 전공련을 띄운 이유에 대해 전공련 김웅 정책기획국장은 “정부가 공무원노조를 허용해줄 때까지 마냥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다”며 공무원노조의 신호탄은 이제 올랐다고 말했다. 공무원노조 건설을 사회적 이슈로 던져 본격적인 논의 지형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전공련에는 공정거래위원회직장협의회 등 중앙부처를 포함해 86개 기관 직장협의회 3만5천여명이 가입하고 있다. 물론 아직 전공련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직장협의회도 많다. 지난 99년 1월부터 허용된 공무원직장협의회가 결성된 곳은 전국적으로 220여개 기관으로, 7만여명이 가입해 있다. 전공련은 직장협의회 가입대상인 6급이하 일반직, 기능직 및 고용직공무원 40여만명 중 실제 조직화할 수 있는 공무원은 20여만명으로 보고 있다. 일단 조직대상의 17% 정도가 공무원노조 건설에 나선 셈이다.

사실상의 준 노조체제인 전공련을 출범시켜 ‘첫 단추끼기’를 감행한 바탕에는 “공무원노조 결성은 시기상조”라고 되풀이하고 있는 정부 논리에 대한 반박이 깔려 있다. 전공련 김웅 정책기획국장은 “정부는 그동안 ‘너희가 준비조차 안 됐는데 무슨 노조냐’고 말해왔다”며 “전공련을 중심으로 이제부터 공무원노조 건설의 물꼬를 트겠다”고 밝혔다.

노동계도 올해는 공무원노조 건설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민주노총 손낙구 교육선전실장은 “한국의 공무원단결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는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를 최대한 활용하고 전공련 주체들과 연대해 공무원 노조건설을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노동계가 이처럼 공무원 노조건설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하자 노사정위원회도 최근 공무원노조 허용문제를 올해 다룰 주요 의제로 정식 채택했다.

사실 공무원노조 문제는 지난 98년 2월 노사정 대타협 때 합의됐다. 1단계로 기관별(각 부처, 시·도, 시·군·구 단위) 공무원직장협의회를 허용하고 2단계로 공무원노동조합을 허용한다는 게 당시 합의사항이다. 그러나 공무원노조 보장은 ‘국민적 여론수렴과 관련 법규의 정비 등’을 고려해 추진하기로 했을 뿐 시기가 정해지지 않은 채 뒷날로 미뤄졌다.

경제위기 시기에 공무원은 노동자 아니다?

사진/ 주로 6급 이하 하위직 공무원이 근무하는 한 구청 민원실.(박승화 기자)
현재 국제노동기구에 가입한 175개국 중 공무원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과 대만 등 몇 나라밖에 안 된다. 그러나 행자부 배흥수 복무조사담당관은 “외국에서 뭐라하든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그 나라 토양에 맞아야 한다”며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판에 공무원노조는 아직 안 된다”고 여전히 시기상조론을 폈다. 그러나 엄밀하게는, 시기가 이르다는 것보다 공무원노조 자체를 반대한다는 게 속내다. 이에 대해 전공련 차봉천 위원장은 “경제상황이 안 좋다고 공무원노조가 어렵다면, 공무원노조를 인정하고 있는 나라도 경제상황이 나쁘면 노조를 유보해야 한다는 말이냐”고 되물었다.

현재 허용되고 있는 공무원직장협의회의 한계를 뛰어넘지 않고서는 노동조합 보장을 쟁취할 수 없다는 인식도 전공련 출범의 계기가 됐다. 그 성격상 공무원직장협의회는 고충를 털어놓고 얘기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실제 직장협의회법이 정한 협의대상은 낡은 사무실을 바꾸자거나 여성공무원 휴게실을 만들자는 등 ‘근무환경’을 둘러싼 고충 개선으로 한정된다. 공무원 전체에 해당되는 문제나 노동조건 등은 논의의 대상조차 되지 못하는 셈이다. 정부가 공무원직장협의회 연합단체 결성을 금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무원 노조의 ‘전 단계’로서가 아니라 단순한 ‘고충처리’ 해결기구로 공무원직장협의회를 가둬두고 싶은데, 연합단체 결성은 곧 노조로 이어지게 되므로 이를 원천봉쇄한다는 것이다. 상지대 김인재 교수(법학)는 “정작 직장협의회법에는 연합단체 결성에 대한 언급이 없는데도 정부가 법 시행령에 연합단체 결성금지를 둔 것은 입법취지를 어긴 불법”이라며 “그동안 정부가 필요할 때는 행사 때마다 공무원들을 집단 동원했으면서도 공무원들이 연합체를 결성해 집단화하는 것을 막는 건 모순”이라고 말했다.

지난 53년 노동조합법은 군인, 경찰, 교도관, 소방관을 제외한 모든 공무원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보장했으나 5·16 군사쿠데타 이후 공무원의 노동3권이 박탈됐다. 그리고 지난 89년 여소야대 국회 때 노동조합법이 개정돼 ‘6급이하 공무원을 포함한 모든 근로자는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다’는 쪽으로 공무원단결권이 회복됐으나 노태우 태통령의 거부권행사로 좌절되고 말았다. 노사정위 김성훈 전문위원은 “공무원 노동기본권 문제가 올해 뜨거운 이슈로 부각될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외국의 사례 수집이나 여론조사 등 준비작업이 제대로 돼 있지 않아 지금부터 시작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입장변화가 없는 한, 노사정위에서의 논의가 순탄하게 전개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행자부는 “소영웅심리를 가진 소수가 공무원노조화를 추진하고 있을 뿐 공무원 대다수의 의견은 아니다”며 “공무원노조는 사용자인 국민을 거꾸로 종으로 만들겠다는 논리”라는 식으로 반대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처럼 행자부가 전공련을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노동계와 정부의 대결양상으로 치달을 공산이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공련이 이미 검찰의 출석요구를 거부한 것이 이를 보여준다. 전공련 박재범 사무차장은 “공무원의 정당한 노동기본권 보장 요구가 전공련으로 표현된 것”이라며 “전교조처럼 해직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도 준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루비콘강을 건넜음을 선언한 셈이다.

전공련이 “노사정위는 정부정책의 들러리 기구에 불과하다”며 스스로 조직 전환에 나서긴 했지만, 앞으로 노사정위에서 논의될 대목은 △공무원노조 도입시기 △조직 대상 △기본권보장 범위 등이다. 조직 대상은 군인과 경찰, 교도관, 소방관 등을 제외한 5급 또는 6급 이하 일반직, 기능직 및 고용직 공무원으로, 기본권보장 범위는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은 인정하되 단체행동권은 유보하는 쪽으로 정리될 공산이 크다. 문제는 역시 허용시기다. 전공련은, 정부가 한사코 시기상조론을 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안에 노동관계법 개정을 통해 노조결성의 길을 트겠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허용시기 놓고 노동계·정부 힘겨루기

공무원노조가 허용되면, 일반 산업현장 노조와 달리, 임금 및 고용보장 투쟁을 넘어 노조가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하거나 사회개혁에 적극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국노총 강익구 홍보국장은 “조직대상이 6급 이하 하위직이라도 파워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며 “노동운동의 중심축이 제조업에서 공공부문쪽으로 옮겨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공련은 6급 이하는 실무선에서 국가정책을 기획하는가 하면 결정된 정책을 실제로 집행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노동조합을 통해 공직사회 민주화를 이뤄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98년 노사정위원회의 공무원노조 보장 합의뿐만 아니라 국제노동기구와 국제공공노련(PSI)의 한국 정부에 대한 공무원 노동기본권 보장 촉구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공무원노조는 시간 문제일 뿐 허용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노동계는 그 시간은, 노동시간단축을 비롯한 노동계 이슈가 모두 그랬듯, 앞으로 노동계와 정부의 힘겨루기에서 판가름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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