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크의 원조를 한국식으로 들어봐!
등록 : 2001-04-24 00:00 수정 :
쓰리코드의 거친 연주로 상징되는 펑크는 70년대 영국의 경제난과 대량실업, 부패한 사회상에 맞장을 뜨며 탄생했다. 펑크 등장 뒤의 록을 모던록으로 부를 정도로 록의 역사에 선을 그은 장르이기도 하다.
최근 70년대 후반 영국을 뒤흔들고 전세계 로커들을 과격하게 무장시켰던 전설적 그룹 섹스피스톨즈의 헌정음반 <네버 마인드>(Never Mind The SEX PISTOLS)가 나왔다. 섹스피스톨즈의 유일한 정규앨범을 한곡한곡 그대로 ‘복원’한 이 헌정음반은 국내 인디 펑크밴드인 ‘노 브레인’이 단독으로 빚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노 브레인의 보컬 이성우(25)씨는 “펑크의 족보를 정리하자는 뜻도 있지만, 유행처럼 번지는 국내 헌정음반 제작시스템에 쐐기를 박자는 뜻도 있다”고 말한다. “진정으로 그 음악인을 기리기 위해서인지, 돈방석에 앉아보려고 만드는 건지 헷갈릴 정도로 상업적인 목적의 헌정음반이 넘친다”는 게 노 브레인 멤버들의 문제의식이다. 이씨는 “90년대 등장한 그린데이나 오프스프링이 팔리는 정도에 비하면 펑크의 원조인 섹스피스톨즈는 사람들이 거의 안 듣는다”며 “재해석이나 해체니 하는 거창한 의미보다는 우리식으로 소화해서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제일 컸다”고 말한다.
‘조선펑크’라 자칭하는 노 브레인은 96년 홍익대 앞에서 태동한 펑크밴드의 대표주자이다. 지난해 정규앨범 1호인 <청년폭도맹진가>를 성공적으로 발표하며 주류음악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이 그룹은 데뷔 이래 인디 정신을 꾸준히 고집해온 몇 안 되는 그룹 중 하나이다. 인디 정신이란, 기획부터 제작, 홍보까지 ‘너 혼자 해라’(DIY: Do it yourself) 원칙을 지키는 것. 상업적 주류음악 제작시스템에 대한 저항이기도 하다. 흔히 ‘자주제작’이라고 일컫는 이 방식은 펑크라는 장르와는 찰떡궁합인 셈이다. 1집에서 펑크에 뽕짝을 가미했던 노 브레인은 현재 준비중인 2집에서는 펑크의 외연을 넓히는 다양한 실험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96년부터 황현성(23·드럼), 차승우(23·기타), 이성우씨가 그대로 뛰고 있고 군 복무중인 정재환씨를 대신해 김정준(23)(사진 왼쪽부터)씨가 객원베이스로 결합하고 있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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