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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노배우 유스티노프의 행복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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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4-17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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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영화배우이자 소설가 피터 유스티노프(사진 한가운데)가 지난 4월16일 여든 번째 생일을 맞았다. 요즘 젊은 영화팬들에게는 생소한 이름이 돼버렸지만, 아직도 많은 영화팬들에게 그의 이름은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올해 생일에는 그의 위상을 실감케 하는 화려한 행사들이 잇따라 마련돼 모처럼 그의 이름이 다시 뉴스를 타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유스티노프의 생일파티를 열겠다며 그를 초청한 상태여서 생일파티를 골라서 참석해야 할 정도다. 독일에서는 두개의 텔레비전 채널이 그에 관한 특집방송을 준비하고 있고, 독일 대통령이 직접 그의 생일 만찬을 열 예정이다. 여든살을 맞은 한 명의 노배우가 아니라 세계적인 명사로 대접받고 있는 것이다.

영국 런던에서 러시아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유스티노프는 1940년 배우로 데뷔한 이래 독특한 외모만큼이나 개성있는 조연으로 활동해왔다. 우리나라 영화팬들에게는 1951년작 <쿼바디스>에서 광기서린 얼굴로 불타는 로마를 굽어보던 폭군 네로 황제로 선명한 인상을 남겼다. 이 밖에도 그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스파르타커스>(1960)와 <톱카피>(보석강탈작전)로 아카데미 조연상을 받는 등 최고의 연기파 배우로 꼽히며 90여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92년에는 <로렌조 오일>에 출연해 식지 않는 연기열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처럼 배우로서도 성공을 거뒀지만 노년에 접어든 이후 유스티노프는 현역 시절 못잖게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성공적인 삶을 보내고 있다. 68년 이후 유네스코 명예친선대사로 활동해왔고, 배우가 아닌 소설가로도 데뷔했다. 여러 권의 단행본과 희곡작품을 썼고, 연극과 오페라를 직접 감독, 제작하기도 했다. 그는 당뇨병으로 시력의 70%를 잃은 상태인데다 신경통이 심해 제대로 걷지도 못하면서도 최근 독일을 방문해 직접 대본을 쓴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이처럼 다양한 활동을 한 덕분에 유스티노프는 지난 1999년에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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