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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봉사활동 결실로 몽·한 사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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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4-17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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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두명이 국내 최초로 몽골어를 우리말로 풀이한 사전을 만들었다. 서울대 심리학과 박상희(27·사진 오른쪽)씨와 국어교육과 강남욱(25·왼쪽)씨가 그들이다.

이들이 ‘몽·한 학습사전’을 만들게 된 계기는 군복무 대신 한국국제협력단(KOICA) 단원으로 몽골에 파견되면서부터. KOICA는 개발도상국의 사회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외교통상부 산하 단체로, 군복무에 상응하는 기간 동안 외국에서 봉사활동하는 제도를 꾸리고 있다. 박씨와 강씨가 처음 만난 것은 경기도 이천의 유네스코 청년원에서 2개월 동안 몽골 파견을 위한 예비교육을 받으면서부터. 이곳에서 친해진 이들은 2년간 울란바토르 제23중학교와 몽골인문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게 되었다. 그러나 한국·몽골이 수교를 맺은 뒤 10년 가깝도록 언어교육의 기본인 사전도 변변히 없는 상황이었다. 불편해하는 학생들을 보고 강씨와 박씨는 직접 몽·한 사전을 펴내기로 했다.

“상황이 급하니까, 비전문가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경험한 한도 안에서라도 사전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학생들이 쉬는 여름방학 동안 작업해서 완결했지요.” 박상희씨의 말이다. 몽골어는 우리말과 어순이 유사하고 발음이 비슷한 단어도 있어 재미있다는 게 그의 말. 우리말의 ‘바른쪽’(오른쪽)이 몽골어에서는 ‘바롱쪽’이고, 우리말의 ‘조금’이 몽골어의 ‘쩌흥’이라고 한다.

이들은 몽·한 사전을 만들기 위해 KOICA에서 350달러씩 주는 월급을 절약해서 출판비를 모았다. 전 358쪽에 6천여 단어를 수록한 초판 200부가 나온 것은 지난해 8월. 대학생들이 국내 최초로 몽·한 사전을 펴낸 셈이다. 책을 만들고 후임자에게 맡긴 뒤 한국으로 떠나왔기에 이들이 수익을 얻은 것은 전혀 없다. 후임자는 제본을 위한 실비 정도를 받고 사전을 배포했고, 이렇게 모은 돈으로 올해 초 재판을 찍었다. 초판에 이어 재판 역시 모두 팔려나가는 큰 호응을 얻었다. 현재 이 사전은 몽골의 여러 대학들과 중학교(우리나라의 초·중·고등학교를 합친 교육기관)에서 교재로 사용될 뿐만 아니라, 교민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고 한다.

“서울에서 더 많은 부수를 찍어 몽골로 보내고, 기회가 되면 한·몽 사전 제작에도 참여하고 싶다”는 강씨는 “사전 펴낼 때 ‘오류가 있으면 메일 보내달라’는 의미에서 이메일 주소를 앞장에 적어두었어요. 요즘도 몽골학생들이나 후임단원들이 ‘사전 잘 쓰고 있다’는 이메일을 보내오곤 해요”라며 기뻐했다.


이민아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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