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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장애로 맺어진 ‘천사표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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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4-17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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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야 그렇게 힘들 게 없습니다. 근경이의 고통에 비하면 제가 돌봐주는 것이야 고생도 아니죠 뭐. 사실 힘들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어요. 친구와의 우정일 뿐이죠.”

김종인(21·창원대 특수교육과·사진 왼쪽)씨는 줄곧 ‘그저,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뭘 그러냐’는 투였다. ‘좋아서 하는 일’이란 4년째 장애인 친구 이근경(21·창원대 사회학과)씨를 돕는 걸 두고 하는 말이다. 사실 일이라기보다 ‘각별한 우정’이란 말이 더 정확하다.

이씨는 ‘근이양증’이라는 다소 희귀한 1급 특수장애를 앓고 있다. 근이양증은 마비증세가 발끝부터 시작돼 점차 상반신으로 타고 올라가면서 생명까지 위협하는 불치의 병으로 알려져 있다. 근이양증이 가슴까지 차오른 이씨의 하반신은 이미 마비된 지 오래고 손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할 정도다.

김씨가 이씨의 손발이 되어 그림자처럼 돌보기 시작한 것은 지난 98년 마산창신고 2학년 때. “당시 근경이를 위해 학교에서 모금을 했는데 그때 잠깐 본 뒤로 2학년 때 같은 반이 됐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근경이를 돕기 시작했죠. 그때 저를 포함해 근경이를 도운 삼총사가 있었는데, 번갈아가며 등하교길에 근경이를 업고 다녔죠.”

그러나 졸업 뒤에는 김씨가 도맡게 됐다. 이씨와 함께 똑같이 창원대에 들어간 것이다. 사실 김씨가 창원대와 전공인 특수교육과를 선택한 바탕에는 이씨와의 우정을 이어가려는 생각이 깔려 있었다. 힘들어하는 이씨와 온몸으로 부대끼면서 지내오는 동안 장애인 분야를 전공하기로 작정한 것이다. “그렇잖아요. 근경이 같은 장애인 친구를 두고 있으면 그쪽으로 관심이 가게 마련이고,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우정의 ‘깊이’는 김씨가 기숙사에 들어간 과정이 그대로 말해준다. 몸이 불편한 이씨는 기숙사에 들어갔으나 집이 학교 근처 마산이라는 점 때문에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하게 된 김씨는 기숙사를 직접 찾아가 매달렸다. 대학당국은 결국 “근경이를 돌보려면 꼭 기숙사에 함께 들어가야 한다”는 김씨의 요구를 받아들였고, 지난 2월에는 아예 김씨와 이씨가 묵는 기숙사 방 2개를 터서 하나로 만들어주기도 했다. 김씨는 이씨가 자신을 찾을 때 당장 달려가 돕기 위해 아르바이트도 일부러 기숙사 식당에서 하고 있다. 이씨는 “종인이가 전공을 살려 주치의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며 “늘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근경이가 혼자 설 수 있는 날까지 항상 가까이에 있으면서 제 힘을 보태 돕고 싶어요. 물론 언젠가 제가 군대에 가게 되면 그동안은 어쩔수 없지만….”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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