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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성폭력 없는 세상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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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4-1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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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테러단, 홍위병, 소녀 이데올로기에 물든 먹물 페미니스트, 압구정동 유한 마담….

‘운동사회 성폭력 뿌리뽑기 100인 위원회’(100인위)에 덧씌워진 이름들이다. 지난 연말 100인위가 운동사회 내 성폭력 가해자 실명을 공개하자 누구는 “적을 이롭게 하는 집단”이라고 비난했고, 어떤 이들은 “심정은 이해하지만 방법이 심하다”고 점잖게 충고했으며, 또다른 이들은 “100인위도 실명공개하라”고 요구했다. 4월9일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 100인위는 ‘KBS노조 강철구 부위원장의 성폭력 사건 전면 부인과 명예훼손 고소에 대한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처음으로 얼굴을 드러냈다(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엄혜진, 시타, 최박명현, 최정민, 김수자씨). 강철구씨 등 가해자로 지목된 두명은 이미 100인위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상태다. 마침내 ‘커밍아웃’한 100인위 활동가들은 “답답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100인위는 운동사회의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운동집단이자, 성차별적 문화에 시달려온 피해자 집단입니다. 우리가 누구인지 추궁하기 전에 왜 이렇게 나설 수밖에 없었는지 고민해본 적이 있느냐고 묻고 싶어요.”

물론 운동사회 전체가 100인위를 매도한 것은 아니다. 100인위 김수자씨는 “우리가 제기한 문제를 ‘다 인정하고 반성한다’는 몇몇 남성 활동가도 있었다”며 “그들의 공통된 태도는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었다”고 전한다. 사회단체로는 평화인권연대와 국제연대정책정보센터가 100인위 지지성명을 발표했다. 100인위 활동가 엄혜진씨는 “어쨌든 100인위 활동 이후 각 사회단체 기관지에 여성의 권리나 성폭력 문제가 자주 거론되기 시작했어요”라고 말한다.

운동사회 일부에서 자성의 분위기가 생긴 반면,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은 격렬하게 저항했다. 처음에는 “피해자의 모든 요구를 받아들이겠다”고 했다가 번복한 사람, 애초부터 “인신 공격”이라며 강하게 부인하다 고소까지 한 사람…. 이런 태도에 엄씨는 “평소 법제도의 한계를 운운하던 운동가들이 막상 궁지에 몰리니까 법의 가부장성에 기대더라”며 허탈해 한다.

기자회견 다음날, 강철구씨의 고소로 법원에 출두해야 하는 100인위. 이들은 “내일 16명이 함께 출두할 것”이라며 “이미 회원 모두가 끝까지 공동으로 책임진다는 결의를 모았다”고 밝혔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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