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인터넷스타] 정대세 신드롬

699
등록 : 2008-02-28 00:00 수정 : 2008-12-15 18:14

크게 작게

▣ 김미영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kimmy@hani.co.kr

‘2008 동아시아 축구선수권대회’에서 ‘깜짝 스타’가 등장했다. 북한의 스트라이커로 출전한 정대세(24·일본 가와사키 소속)다. 지난 2월17일 일본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데 이어 20일 남-북 경기에서도 동점골을 터뜨리며,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이 얼굴로는 스타 되기가 힘들다”는 그의 말처럼, 그의 외모는 안정환, 곽태휘 등 꽃미남 축구 스타들과 거리가 있다. 게다가 한국에 통한의 무승부를 안겼는데도, 누리꾼은 열광한다. 인터넷에서는 속속 정대세 팬카페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들은 “정대세가 대세” “북한의 웨인 루니”라며 정대세에 환호한다. 이유가 뭘까.

(사진/ 연합)

일단 그의 빼어난 실력과 특이한 외모 때문이다. 까까머리와 작은 눈, 180cm·79kg에 이르는 단단한 체구와 강인한 인상, 수비를 뚫고 단번에 골을 뽑아내는 저돌적인 플레이가 ‘루니’와 꼭 빼닮았다. 실력은 물론 쇼맨십과 재치까지 갖췄다. 그가 뛰고 있는 일본J리그 가와사키 프론탈레 홈페이지(www.frontale.co.jp)에 실린 자기소개서를 보자. “‘맛있는 불고기를 먹고 있을 때’ 가장 행복하고, ‘덜 익은 불고기와 새까맣게 탄 불고기’를 싫어한다”고 적었다. 그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뜻밖에 “바퀴벌레”다. 여가 시간엔 DJ로 활동한다. 미디어다음 ‘정대세 팬카페’(http://cafe.daum.net/chungdaese)를 만든 박형배씨는 “육감적으로 정대세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하나의 표상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대세가 눈길을 끄는 또 다른 이유는 독특한 그의 이력 때문이다. 그는 ‘대한민국’ 국적이지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표팀의 유니폼을 입는다. 정대세의 부모는 경북에 본적을 둔 한국 국적 소유자다. 하지만 ‘재일동포 3세’ 정대세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조총련계 학교를 다녀 정서적으로 ‘북한’에 더 가깝다. 그는 “2006 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북한이 일본에 지는 경기를 본 뒤 북한 대표팀으로 뛰는 것을 결심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정대세와 관련한 기사에서는 악의적 댓글을 찾아보기 힘들다. “남북 통일이 되면 정대세와 박지성이 스트라이커로 나서 멋진 콤비 플레이를 보여달라”는 식이 더 많다. 정대세를 통해 남과 북, 일본의 관계를 조명해보려는 움직임도 있다. <인터넷한겨레>에 글을 남긴 ‘exkiki’는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앞에 나타난 한 명의 축구 선수로부터 우리의 역사와 현실을 다시 본다”고 했다. ‘civ2’는 “만주에도, 일본에도 또 다른 ‘우리 학교’의 필요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정대세의 활약은 앞으로도 계속될까. 오는 3월26일 평양에서 열리는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예선 남-북 경기가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다.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