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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영국의 배우 ‘구제역 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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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4-1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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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바람둥이 배우 휴 그랜트와 스코틀랜드 민족주의자인 숀 코너리가 영국을 위해 모처럼 좋은 일에 나섰다.

이들은 지난 3월 영국에서 구제역 파동이 발생한 뒤 발길이 끊긴 미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영국이 안전하다는 것을 홍보하는 ‘구제역 특사’를 맡기로 했다. 미국인들은 영국 관광업계의 최대 고객이다.

영국 정부가 유명 영화배우들까지 동원한 것은 관광업계의 피해가 예상보다 크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에 제출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상태가 계속될 경우 오는 9월까지 영국 관광업계는 모두 50억파운드(약 10조원)의 피해를 입을 것으로 추산된다.

1984년부터 미국인 상대 관광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돈 칠코트는 “구제역 파동이 발생한 뒤 미국으로부터 단 한건의 예약도 없고 인터넷 홈페이지 방문객도 거의 없다”고 울상을 지었다. 밥 코튼 영국숙박업협회 회장은 숙박·요식업체들이 이미 외국인 관광객 수입에서 1억파운드(약 2천억원)의 손실을 봤으며 오는 9월까지는 30억파운드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여기에다 내국인 관광 수입도 20억파운드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국립경제사회연구소는 구제역 파동으로 올 1/4분기 경제성장률이 0.1%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같은 사태해결을 위해 고심하던 영국 정부가 내놓은 방안 가운데 하나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랜트와 코너리를 홍보대사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스코틀랜드 출신인 코너리는 자신의 고향을, 그랜트는 잉글랜드와 웨일스를 각각 맡기로 했다. 코너리는 이미 워싱턴에서 미국인들을 상대로 스코틀랜드가 안전한 곳임을 홍보하는 활동을 시작했다. 영국 정부로부터 구제역 특사 요청을 받은 그랜트는 “여러분들이 혹시 양이나 소가 아니라면 영국에 오는 것이 안전하며, 소나 양일 경우는 휴가를 연기해야 할 것”이라고 능청을 떨었다.


이들만 나선 것은 아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요크셔의 관광지를, 존 프레스코트 부총리는 노퍽을 각각 방문해 농촌지역 가운데 많은 곳이 구제역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며 관광객들에게 농촌으로 돌아와 휴가를 즐길 것을 호소하고 있다.

김태경 기자/ 한겨레 국제부 gauz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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