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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지금은 대체복무제 입안 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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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4-1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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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 의원 추진 계획 밝혀… 연이은 방송 프로그램 방영, 여론 공론화 추세

사진/천정배 의원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소수자 보호의 원칙으로 양심적 병역거부권의 도입취지를 설명한다.(이용호 기자)
“양심적 병역거부권의 입안을 추진하겠습니다.”

4월4일 오전 11시.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법사위 소속 천정배 의원(민주당)은 의원 발의를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변호사 출신인 천 의원은 “양심적 병역거부권 문제는 헌법학을 배운 법학도라면 누구나 맞닥뜨리는 주제”라며 “오랜 동안 잊고 지냈던 기억을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다시 되살리게 됐다”고 말했다. 천 의원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소수자 보호 원칙으로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발의하면 당론으로 채택될 것”


사진/지난 3월, 치엔시치에 의원 주최로 열린 ‘대체봉사제 평가공청회’. 대만에서도 입법의원 20여명의 발의로 이 법이 통과되었다.(신윤동욱 기자)
먼저 천 의원은 “양심의 자유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라고 전제한 뒤 “병역거부권의 인정여부는 그 사회가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를 재는 잣대”라고 정의했다. 최근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언론을 통해 공론화되는 현상은 지난 반세기 동안 반공주의의 그늘에 가리워졌던 개인의 자유가 확장되는 방증이란 게 그의 의견이다.

천 의원은 이와 함께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 중 하나인 소수의견 보호 원칙도 언급했다. 천 의원은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소수일 수밖에 없는 집단의 문제”라며 “이젠 국민 다수가 나서서 그 권리를 지켜주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여호와의 증인들은 지속된 처벌에도 불구하고 수십년 동안 감옥행을 고집해온 사람들인 만큼 사실상 국방력 손실도 없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이어 천 의원은 “형평성 문제도 현실적인 대체복무 시행령을 만든다면 극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종교적 양심의 범위를 넘어서는 정치적, 인권적 이유의 병역거부권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언급했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지만, 천 의원은 국회 통과에 대해서도 낙관하는 편이다. 천 의원은 “우리 당 의원들은 쉽게 찬성할 것으로 본다”며 “일단 발의를 하면 당론으로 채택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시기에 대해서는 천 의원은 “4월 임시국회까지는 어렵겠지만 다음번 국회 때는 발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 양심적 병역거부야말로 기존 헌법이 명시한 자유와 권리를 지키는 문제인 만큼 ‘보수’가 앞장서야 할 문제”라고 꼬집었다.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정치권에서 처음 공론화되는 시점에 맞춰 방송매체에서도 잇따라 이 주제가 다뤄졌다. <한겨레21> 창간7주년 기념호에 대만 특별취재 ‘우리는 감옥에 가지 않아요’가 나간 뒤 한국방송 <9시 뉴스>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를 다뤘고, 4월1일에는 한국방송 <취재파일 4321>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집중 취재해 방송했다. 한국 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현실을 다룬 이 프로그램에 이어 4월8일 문화방송 <시사매거진 2580>에서는 대만의 대체봉사제까지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네티즌도 일어섰다

인터넷상의 토론 열기도 식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2월20일 ‘인터넷 한겨레’에 개설된 ‘양심적 병역거부자 토론방’은 아직도 하루 100건에 달하는 의견이 올라올 만큼 토론 열기가 뜨겁다. 두달 가까이 계속된 이 토론방에 올라온 글은 총 7천건에 이른다. ‘인터넷 한겨레’ 외에도 ‘디지털 말’, ‘컬티즌’ 등 여러 인터넷 매체에 양심적 병역거부 기사가 실렸다.

바야흐로 양심적 병역거부는 여론의 화두를 넘어 현실의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고 밝힌 천정배 의원은 18세기 프랑스 계몽철학자 볼테르의 말을 인용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나는 당신의 사상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만일 당신이 당신의 견해 때문에 박해를 받는다면, 나는 목숨을 걸고 당신편에 서서 싸우겠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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