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여성 뭉친 연대의 공간
등록 : 2001-04-03 00:00 수정 :
꼬박 3년이 걸렸다. ‘장애여성 공감’(이하 공감)이 세상 속에 둥지를 트는 데 걸린 세월이다. 98년 2월, 남성 위주로 짜여진 장애인단체에서 나와 장애여성들만의 독립을 선언했을 때, 맨손의 그들이 움켜쥔 것은 자매애뿐이었다. 부지런히 소식지를 만들고 토론회를 개최한 덕에 지난해 초 사무실을 마련할 밑천을 모았지만, 비장애인 그중에서도 남성 위주로 짜여진 사회구조는 그들에게 쉽게 ‘자기만의 방’을 허락하지 않았다. 편의시설이 괜찮다 싶으면 임대료가 너무 비쌌고, 임대료가 맞다 싶으면 편의시설이 형편없었다. 그렇게 ‘휠체어품’을 팔고 다닌 지 1년 만인 지난 3월17일, 드디어 ‘공감’은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개소식을 열었다. 이 땅에서 장애여성단체가 독자적으로 사무실을 여는 ‘첫 번째 사건’이었다.
“더 많은 장애여성들과 공감하고, 더 다양한 소수자들과 연대하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공감 회원, 후원인, 가족들 서른명이 어우러진 이날 개소식은 회원 한명 한명이 자기 소개를 하고, 공감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순서로 진행됐다. 새 둥지에 새 상근자들도 가세해 힘을 보탰다. 기존의 박영희(사진 맨앞) 간사 외에 안은자(정면 의자), 배복주씨가 상근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다니던 은행을 그만두고 상근을 시작한 두 장애여성은 “앞으로 생계가 막막하다”면서도 “지난 3년을 밑거름 삼아 단단한 장애여성인권단체로 거듭나는 공감을 지켜봐달라”며 활짝 웃는다.
공감은 사무실을 열자마자, 매달 두번씩 ‘장애여성 인권교육과정’을 열며 힘찬 기지개를 켜고 있다. 장애여성과 노동, 성역할과 가부장제 등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본 장애문제를 주로 다루는 이 교육에는 10여명이 참여해 활발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 사무실 개소식에 맞춰 출간한 잡지 <공감> 4호에는 소설 <아가>로 장애여성 이미지를 왜곡한 소설가 이문열씨에게 보내는 따끔한 충고를 싣기도 했다. 비장애인들과 함께하는 연대활동도 열심이다. ‘차이가 힘이 되는 여성연대’의 일원으로 3월8일 여성의 날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고, 성폭력 특별법 개정에 자문을 해주고 있다.
어렵게 자기만의 방을 마련하기는 했지만 이제 그 공간을 지키고 가꾸어야 할 일이 남아 있다. 한달에 80만원씩 내야 하는 임대료도 버겁고, 자꾸 다운되는 컴퓨터 탓에 이메일 확인조차 제때 못하는 형편이다. “그저 열심히 활동해서 후원회원 늘리는 길밖에 없다”는 이들의 홀로서기에 힘을 보내고 싶으면, 사무실(02-441-2384)로 문의하거나 국민은행(059-21-0703-582 예금주 서정아)으로 후원하면 된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