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대학생, 국회로 갔다
등록 : 2001-04-03 00:00 수정 :
“탈북자 대책이나 북한 관련 일을 하고 싶어요”.
탈북자 김형덕(27)씨가 국회 통일외교위원회 소속 김성호(민주당) 의원실의 인턴비서관으로 3월30일 정식 채용됐다. 연세대 경영학과 4학년에 재학중인 김씨는 93년 10월 북한을 탈출한 뒤 중국과 베트남, 홍콩을 거쳐 94년 9월 1년 만에 극적으로 입국해, ‘한국판 빠삐용’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 97년에는 탈북과정을 담은 저서 <아버지와 함께 살고 싶어요>를 출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씨는 졸업 뒤 통일 관련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 진로를 모색하던 중 국회 통외위에서 활동하는 김성호 의원과 만나 김 의원의 인턴비서관으로 일하게 됐다.
“통일문제나 탈북자 문제에 대해 어떤 사명감 같은 것을 느낍니다. 탈북자 관련법 같은 경우 탈북자들의 생각과 관계없이 남쪽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져서 타당성에 의문이 가는 대목도 있습니다. 입법과정에 평소 느낀 이런 문제의식들을 반영하고 싶습니다.”
김씨는 한때 남쪽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기도 했다. 94년 입국 이후 노동판을 전전하다 96년 1월에는 남쪽사회에 대한 실망감으로 중국으로 밀항을 시도하다 체포돼 구속된 적도 있었다.
“이질감이 컸습니다. 무엇보다 자본의 가치로 인간을 재단하는 사회풍토가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제3국으로 갈 생각이었습니다.”
집행유예로 풀려난 김씨는 97년 마음을 다잡고 연세대 상경대학에 진학한다. “남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본주의를 잘 알아야 할 것 같아서”였다. 김씨는 지난해 7월 함께 대학에 다니며 사귄 현재의 부인과 결혼하는 등 점차 남쪽사회에 적응해왔다. 뜻이 맞는 학교동료들과 함께 중국에 5차례나 들어가 탈북자들에게 의약품이며 옷가지 등을 전달하는 등 탈북자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왔다.
“앞으로도 탈북자는 크게 줄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남쪽사회의 탈북자 대책은 체계적이지 못하고 단기적이고 땜질식입니다. 탈북자들이 영원한 이방인으로 남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박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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