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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4-0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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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년 맞은 하니리포터의 사이버 시민 기자들… 사회의 숨은 ‘고수’들 한자리에 모이다

사진/3월31일 하니리포터 1주년 기념 모임. 보통 오프라인 모임을 가지면 200명 정도 참석해 높은 참여열기를 보여준다고 한다.(박승화 기자)
부산에 사는 이미정(29)씨의 일상은 여느 주부와 다름없다. 아이 뒷바라지 등 갖은 집안 일이 다 그의 몫이다. 하지만 그가 하루를 마무리하는 방식은 조금 색다르다. 그는 거의 매일 밤 10시반쯤 책상에 앉아 글을 쓴다. 작가지망생? 아니다. 정씨는 이른바 사이버 시민기자다. 그는 인터넷한겨레가 운영하는 인터넷신문 하니리포터의 정식기자다. “원래 고등학교 때부터 글쓰는 데 관심이 있었어요. 그러다 1년 전 인터넷한겨레에서 하니리포터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읽고 한 번 써보자 생각해서 시작했지요.”

“이 사람도 하니리포터였어?”

지금까지 그가 작성해 실린 기사는 모두 일흔여섯건. 처음에는 기사를 어떻게 쓰는 지 몰랐으나 1년 남짓 기사를 쓰다보니 이제는 제법 기사 쓰는 데 이력이 붙었다. 적으나마 원고료가 통장에 들어와 있는 것을 확인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전국 각지에서 외간남자들로부터 “재미있게 읽었다, 또 써달라”는 이메일도 받는다. 남편이 싫어하지 않느냐고 우문을 던졌더니 “오히려 자랑스러워한다. 기사를 통해 세상과 교통하는 것을 보면서 기뻐하는 것 같다”며 현답한다.


사이버 시민기자들이 꾸미는 또 하나의 언론 하니리포터가 4월1일로 1주년을 맞았다. 현재까지 3번에 걸쳐 회원을 모집한 하니리포터의 수는 1984명. 하루 페이지 뷰 12만번으로 오프라인 언론을 넘보는 막강한 영향력을 보이고 있는 하니리포터는 오마이뉴스와 함께 명실공히 대표적인 사이버시민기자 네트워크로 자리를 굳혔다. ‘누구든지’ 기사를 올릴 수 있는 오마이뉴스와는 달리 하니리포터는 신청자를 일정정도 심사하여 리포터를 고른다. 또한 1기, 2기식으로 기수를 부여해 결속감을 다지고 있다.

하니리포터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 사람도 하니리포터였어?”할 만한 사람들이 많다. 강병규 선수협의회 전 대변인, 가수 조 PD와 지누션 등 사회 곳곳의 인사들이 그들이다. 하니리포터 주세환(18)군은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하는 게 바로 하니리포터”라고 말하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하니리포터 중에서 열쇠공이 있다고 하면 우리는 열쇠에 대해서 배울 수 있고, 선생님이 있다고 하면 선생님의 입장에 대해서 진솔하게 들을 수 있는 거죠. 저같은 학생들은 대부분 학교에만 있어서 이런 분들을 접할 기회가 없는데 이런 분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사진/이제까지 쓴 기사를 보고 있는 지용민 인터넷명예기자. 그는 자신이 쓴 기사를 모아 내용있는 개인 홈페이지를 꾸몄다.(이정용 기자)
이처럼 사회의 숨은 ‘고수’들은 하니리포터들을 지난 일년간 이끌어온 견인차였다. 울산 동강병원의 응급의학과장으로 일하고 있는 김승열(40)씨는 암호문 같은 처방전 읽는 법을 해설해주는 등 의사라는 강점을 십분 살려 활동하는 리포터다. 본인 스스로는 “의사라면 누구든 아는 상식”이라며 겸손해하지만, 일반인에게는 금쪽같은 정보이다. 그는 또 의약분업에 대해서도 글을 쓰고 있다. 사안이 민감한 만큼 하루에 열통에서 스무통의 이메일을 받는다고 한다. 그만큼 영향력있는 필자라는 이야기다. 그는 이렇게 글을 써서 생기는 얼마간의 돈을 전액 환불하고 있다. 하니리포터의 창작욕을 자극하기 위해 상금으로 내놓은 것이다. 연세대 경제학과 4학년생인 지용민(28)씨 역시 하니리포터의 스타필자 중 한명이다. 그는 언론, 사회, 텔레비전 프로그램까지 기사의 소재로 다룬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그의 역량이 가장 빛나는 때는 학교 내 사안에 대해서 글을 쓸 때이다. 마광수 교수 재임용 문제 등 학내에서 문제가 생길 때마다 그는 관계자들을 만나 인터뷰하는 등 직접 발로 뛰었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수집한 자료를 축적한 것이 400쪽에 이른다고 하니 실제 이 대학에 출입하는 기자 못지 않게 학내문제에 정통한 셈이다. 왜 하니리포터가 되었냐는 질문에 그는 “취미가 신문 읽는 것”라고 답한다. 한창 신문을 열심히 보던 스무살 때는 신문 여섯개를 동시에 구독했다고 한다. “집에 들어가면서 10판 신문을 사갖고 들어가고 아침에 40판 배달판을 또 받아봤어요. 그래서 초판과 배달판 기사를 비교해 읽으면서 이 제목이 왜 바뀌었을까 연구하는 게 재미있었어요.” 신문을 많이 읽으면서 기사를 쓰고 싶은 욕구가 생겼고, 사이버 기자 제도를 택하고 있는 여러 언론사 사이트중에서도 한겨레에 가장 믿음이 가서 하니리포터 일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꼼꼼한 리포터들에게 기자들이 망신당한 사례도 있다. 인터넷서점에 근무하고 있는 김수진(27)씨는 직장 여건상 책을 소개하는 보도자료를 많이 읽는다. 김씨는 지난 21일 ‘라틴문학의 대가 루이스 세풀베다의 작품이 한국에서 처음 출간되었다’라는 신문 문학란의 기사에 대하여 인터넷상에 반박기사를 올렸다. 기사의 제목부터가 도발적이다. ‘오직 보도자료만 읽는 출판담당기자’. 이 작품들은 5년 전 이미 출간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를 처음 출간되었다고 쓴 것은 기자가 출판사에서 보내준 보도자료를 그대로 베껴썼을 뿐 확인하는 작업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신랄하게 지적했다. “기사를 쓰고 나서 놀랐어요. 관련 출판사에서 ‘우리가 의도적으로 책 홍보를 위해서 잘못된 보도자료를 보낸 것은 아니다’라는 해명 이메일이 오기도 하고, 독자들이 너무 통쾌하다며 격려이메일을 보내주시기도 했어요.”

자신의 목소리로 말하려는 욕망

그러나 이들의 행보가 평탄한 것만은 아니다. 하니리포터 김승경(28)씨는 지난 1월 전주에 있는 한 신문사를 취재하다 “기자증을 보여달라”는 취재원의 요구를 받았다. 그는 하니리포터의 명함을 보여주면서 인터넷 명예기자제를 설명했지만 등록된 언론사에 소속된 기자가 아니라는 것 때문에 난감했던 것이 사실이다. 처음 도청 기자실에서 열리는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할 때는 웬지 못올 곳에 온 것 같아 기자실 앞만 왔다 갔다하기도 했다.

하니리포터 내부에서 고쳐야할 문제도 있다. 표절이 그것이다. 인터넷서핑을 곧 취재로 여기는 인터넷 명예기자도 있는 탓이다. 최근에도 한 하니리포터가 미주 중앙일보에 게재된 기사를 그대로 표절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었다. 이런 일이 생길 경우 하니리포터 운영자측은 공개경고후 재발시에는 하니리포터에서 제명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반대로 사이버 시민기자의 글을 오프라인 매체에서 표절하는 경우도 있다. 대학생 윤승환씨는 우연히 한 영화잡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자신이 인터넷한겨레에 기고한 글과 제목부터 토씨까지 거의 동일한 글이 그 잡지에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실려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3월27일 윤씨는 해당기자에게 잡지지면에 사과문을 게재할 것을 요구했다.

전주 한일장로신학대학 김동민 교수(신문방송학과)는 하니리포터를 비롯한 인터넷 명예기자들의 부상에 대해 “단순히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것 이상으로 공식성을 띠고 이슈를 제기하고 싶은 욕구가 사람들에게 있다고 본다. 자기의 글에 책임을 지고 공론화의 주체가 되고자 하는 것인데, 이는 우리 사회가 그동안 글쓰는 훈련이 되고 자기의 견해에 자신있는 사람들을 그만큼 길러냈음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자신의 목소리로 말하고자하는 시민의 욕망이 있는 한 4기, 5기로 이어지는 하니리포터들의 행렬은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이민아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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