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장막을 펜으로 뚫겠다
등록 : 2001-03-27 00:00 수정 :
김종대(37)씨는 최근 국회를 박차고 나왔다. 국회 국방위 유삼남 의원(민주당) 보좌관에서 군사평론 프리랜서로 변신을 선언한 것이다. “정책경쟁보다는 정치논리가 압도했다. 소신껏 국방분야에 대한 정책대안을 제시할 수 없었다. 의원회관에 앉아 있으면 국방부 관리와 무기도입상의 청탁과 압력이 줄을 잇고, 각종 이권에 개입하도록 강요당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는 국방분야에서는 나름대로 유명세를 탄 최고 경력의 국방전문 보좌관이다. 지난 92년 임복진 의원(민주당) 보좌관으로 발탁된 뒤 줄곧 국방위쪽에서 잔뼈가 굵었다. 임 의원과 함께한 8년 동안 국회 국방부와 신문지상을 뒤흔든 주역이었다.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간 백두사업의 문제점을 제일 먼저 공론화했고, 율곡비리, 동부지역 전자전 장비 도입, 미스트랄 지대공미사일 도입 등 방위력개선 사업과 관련한 굵직굵직한 비리의혹을 폭로한 배후에는 늘 김씨가 있었다. 그가 무기거래상과 국방부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생생한 정보를 입수했고, 임 의원이 국회에서 이를 터뜨린 것이다.
그가 일단 군사평론 프리랜서로 과감히 변신을 시도했지만 앞날이 그리 평탄한 것만은 아니다. 군사평론 프리랜서라는 직업 자체가 익숙지 않은데다, 보안과 기밀이란 장막이 둘러쳐진 국방분야는 그야말로 성역이기 때문이다. “수천억원대 무기도입 사업은 군사비밀이란 장막 속에서 추진된다. 국방관련 정보에 대한 접근은 차단돼 있고, 군축을 얘기하면 사상부터 의심받고 진실은 은폐된다. 그러나 이제는 국방분야도 음지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국가경영의 틀로 흡수돼야 한다.”
그는 한 인터넷 업체에서 부업으로 일하면서 생계비 일부를 보전받아 국방정책과 무기획득 체계의 허점 등을 집중 해부하고 개선방안을 찾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최근에는 헬기도입 사업과 차세대 전투기 구매과정에서 작용하는 미국 군사복합체의 적나라한 로비실태 등을 집중 해부하기 시작했다. 방송사의 차세대 전투기 사업 취재에 관한 컨설팅도 해주는 등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한 곳은 어디든 달려간다. 곪아터진 국방분야에 본격적인 수술 칼을 들이대기 위해서다.
“현 정부가 애초 약속했던 국방개혁은 대부분 물건너갔다. 그러나 군 개혁은 결코 멈출 수 없다. 군과 국민을 위해서라도…. 이 일을 사회에 담론화하고 공론화하는 데 온 힘을 바치겠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