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넌 날 기억이나 할까? 한번 만나면 좋겠는데 넌 어떻게 생각할지….” 10년 전 친구에게 메일이 왔다. 미니홈피를 건너건너 나를 찾았단다. 더듬어보니 한때 그가 나를 괴롭혔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상하게도 그 친구는 지나치게 내게 경쟁의식을 가졌었다. 당시에는 꽤 힘들었고 그 친구 원망도 많이 했는데 시간이 지나서인지, 이렇게 메일이라도 보내준 게 고마워서인지 이제는 별로 미운 감정이 들지 않았다. 이 일을 옛 친구들에게 말하니 “그때 걔가 너한테 어떻게 했는데 그걸 잊고 만나냐. 다시는 상대하지 마라”라며 맺고 끊는 걸 잘 못하는 내 성격을 탓한다. 맞다. 난 맺고 끊는 개념이 약하다. 인정!
하다못해 매일같이 다음, 네이버, 싸이월드와 같은 사이트에 접속할 때도 내 ‘맺고 끊기’ 못하는 성격을 느낀다. 그 무수한 카페와 클럽들은 가입한 뒤 탈퇴하지 못한 흔적이니. 삼삼오오 친목 도모를 위해, 혹은 필요에 의해 카페를 만들고는 활동이 뜸해지고 마침내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공간이 된 이후에도 탈퇴를 못하곤 한다. 방치된 사이트는 여러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는 것을 아는데도 탈퇴를 하는 것이 아직 그 공간에 남아 있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주저한다. 어쩌다가 이런 공간에 ‘이 카페가 잊혀지고 있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식의 글이라도 올라오면 미안하고 민망한 마음에 어쩔 줄을 모른다. 가끔은 나 자신도 청승을 떨며 ‘여기에 누가 와볼까? 새글을 남겨본다’는 식의 글을 남겨 공간의 생명을 유지해보려고 발버둥친다.
한때 메신저에서 나를 차단한 상대를 확인할 수 있다는 프로그램이 돈 적이 있다. 누군가 메신저로 그 프로그램을 건네기에 클릭해봤더니 몇 사람의 이름이 떴다. 대부분 대학교 시절에 팀 프로젝트를 위해 메신저를 등록해 온라인으로 토론을 하던 이들이었다. 물론 그 프로그램을 100% 신뢰할 순 없지만, 팀 프로젝트가 끝난 뒤 메신저 창에서 내 아이디를 클릭해 ‘삭제 및 차단’을 눌렀을 이들을 생각하니 쓸쓸한 생각이 들었다. 냉정하구나 싶기도 했지만 나도 별로 다르진 않은 것 같았다. 오히려 차단을 못하고는 늘 온라인에서 마주치는 ‘별로 안 친한’ 그들 때문에 불편해한 적이 적지 않으니. 확실히 끊는 것이 훨씬 현명한 일일지 모른다.
하긴 오프라인 세상이라고 다르랴. 죽고 못살 것같이 친하게 그룹지어 지내다가도 학년이 바뀌고, 직장이 바뀌고, 계층이 달라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새 그룹을 꾸리곤 한다. 그러니 나도 이제 ‘옛’ 사람들과 만들었던 공간들은 어서 청산하고 몇 개의 ‘현재 필요한’ 공간만 추려 집중적으로 공략해야 할는지 모른다. 하지만 아직도 나는 텅 빈 카페에 희망을 걸고 있다. 언젠가 사람들이 추억을 되짚어보다 찾아와주길. 그때 잠깐 친한 척하려고 개설했던 것뿐이라며 외면하지 않길. 새글과 답글로 북적북적 살아 있는 공간이 되길 말이다. 그러고 보면 내게 메일을 보내온 친구도 10년 전 우리의 추억이 있는 공간에서 홀로 쓸쓸하게 맴돌고 있던 것은 아닐까. 이제 내가 그가 남긴 글에 댓글을 달아줘야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맺고 끊기 못하는 성격에 매일같이 인터넷 세상과 맺고(connect) 사는 일은 이래저래 피곤하지만 그래도 어떠랴. 이렇게 사는 그대로가 나다운 것인데.

(일러스트레이션/ 이강훈)
하긴 오프라인 세상이라고 다르랴. 죽고 못살 것같이 친하게 그룹지어 지내다가도 학년이 바뀌고, 직장이 바뀌고, 계층이 달라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새 그룹을 꾸리곤 한다. 그러니 나도 이제 ‘옛’ 사람들과 만들었던 공간들은 어서 청산하고 몇 개의 ‘현재 필요한’ 공간만 추려 집중적으로 공략해야 할는지 모른다. 하지만 아직도 나는 텅 빈 카페에 희망을 걸고 있다. 언젠가 사람들이 추억을 되짚어보다 찾아와주길. 그때 잠깐 친한 척하려고 개설했던 것뿐이라며 외면하지 않길. 새글과 답글로 북적북적 살아 있는 공간이 되길 말이다. 그러고 보면 내게 메일을 보내온 친구도 10년 전 우리의 추억이 있는 공간에서 홀로 쓸쓸하게 맴돌고 있던 것은 아닐까. 이제 내가 그가 남긴 글에 댓글을 달아줘야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맺고 끊기 못하는 성격에 매일같이 인터넷 세상과 맺고(connect) 사는 일은 이래저래 피곤하지만 그래도 어떠랴. 이렇게 사는 그대로가 나다운 것인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