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 판결에서 소신 강의로
등록 : 2001-03-27 00:00 수정 :
“공소장이나 판결문을 한번도 보지 못한 채 이뤄지는 법학교육은 살아 있는 교육이라고 할 수 없죠. 이제 법학교육도 이론과 실무가 철저히 병행되어야 합니다.”
방희선(46) 변호사는 전업 법학 교수로서의 포부를 이렇게 밝혔다. 그는 3월 초 강남대 법학과 교수로 임용돼 형법·형사소송법·경제법 분야의 강의를 시작했다. 그는 “소송업무를 하지 않는 대신 강의에 전념할 계획”이라며 “판사 초년생 시절부터 갖고 있던 꿈을 이제야 이루게 돼 너무나 기쁘다”고 말했다.
방 변호사가 강조하는 기존 법학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법 개념을 추상적인 용어만을 동원해 가르치는 이론 중심의 교육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배우다보면 정작 실무에 투입됐을 때 당황하는 경우가 수없이 많다고 한다. 그는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고시에 합격해 사법연수원까지 마친 뒤에도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읽을 줄 모르거나 어음을 구경해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꼬집었다.
방 변호사는 1992년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판사로 재직할 때 구속영장이 기각된 피의자를 불법감금한 혐의로 현직 경찰서장 등을 고발했다가 법원의 인사발령을 받자 헌법소원을 내는 등 ‘원칙과 소신의 판사’로 불렸다. 이후 1997년 3월 법관 재임용에서 탈락하고 변호사 개업을 한 뒤에는 법조계 내부의 치부를 낱낱이 들춰낸 <가지 않으면 길은 없다>는 자서전을 쓰기도 했다.
방 변호사는 자신의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 법정 견학 등을 통한 현장교육과 실무교육를 빠뜨리지 않겠다고 했다. “법이라는 것이 원래 보통사람들의 건전한 상식으로 생각해볼 때 마땅히 그래야 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답 아닙니까. 그리고 답의 근거가 되는 게 학설이나 이론이고요. 그런데 일부 형식적 판결을 보면 이런저런 판례를 뒤섞어서 괴상한 논리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있죠. 그런 것은 좋은 법 해석이 아니라고 봅니다.” 그가 ‘실사구시’의 법학교육을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